에너지 환경 issue 전체기사

“더는 못 참겠다” 짐 싸는 풍력기업들…탄핵정국에 에너지정책 계속 지연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정국이 계속되면서 전력 등 신규 에너지 정책이 올스톱됐다. 이로 인해 기존 사업자들은 수익을 이어가고 있지만, 신규 사업을 준비하던 사업자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남해안 등지에서 수천억원 규모 해상풍력 개발에 나선 외국계 A사는 국내 사업자 등에 관련 사업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해상풍력 특별법 처리가 지연돼 규제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된 상황에서 비상계엄까지 터지자 A사 경영진이 실망한 것으로 안다"며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쏟아지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복잡한 풍력발전사업 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21대 국회부터 논의됐지만 통과가 안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돼 여야 이견이 거의 없어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계엄선포에 이어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법안 처리도 기약을 할 수 없게 됐다. 산업부는 지난 9일부터 전력수급비상대책기간에 돌입해 겨울철 역대최고 전력공급능력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97.8기가와트(GW)로 내다보고 원전과 석탄발전, LNG발전 등을 최대한 가동해 공급능력 110.2GW 준비해 전력공급 예비력을 12.4GW(예비율 12.7%)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력당국이 준비한 110.2GW의 전력공급능력은 작년 겨울철보다 5GW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번 겨울에는 정비에 들어가는 새울 1호기를 제외한 23기의 원전이 모두 가동된다. 또한 지난 5월 신설된 북당진-고덕 초고압직류송전(HVDC), 12월 신설 예정인 북당진-신탕정 선로 등 신규 계통설비가 보강되면서 서해안 발전제약이 줄어든 것도 공급능력 증가에 기여했다. 송변전 설비의 적시 건설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11차 전기본,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수립이 불확실해 지면서 향후 공급능력 확대에는 물음표가 커진 상황이다. 산업부는 탈석탄 방침은 원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10일 관계부처·지자체·발전5사와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석탄발전 인프라의 재활용 방안 등을 포함해 석탄발전 전환에 따른 지역경제·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담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함께 수립하기로 했다. 태안화력 1호기(2025년 12월)를 시작으로 태안화력(1~4호기), 하동화력(1~6호기), 보령화력(5,6호기), 삼천포화력(3~6호기), 동해화력(1,2호기), 당진화력(1~4호기)가 폐지 및 가스발전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는 지난 11월 산업부-발전5사 신임사장단 간담회의 후속조치로써 석탄발전 전환에 필요한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정부·지자체·발전5사는 협의체의 운영 목적을 “석탄발전 인프라의 적절한 재활용 등을 포함한 지역경제·일자리 영향 최소화"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각적인 과제를 적극 논의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최남호 2차관은 “석탄발전은 그간 국가 산업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하고 단계적 전환이 요구되는 전환점에 이르렀다"면서, “정부· 지자체·발전5사가 지혜를 모아 폐지 이후 남겨지는 발전설비, 송전선로, 부지 등의 적절한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지역경제·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국내외 에너지시장이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대형 기저발전 설비 폐쇄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송전망 확충이나 신규 발전설비는 정부의 정책 추진과 지원이 관건인데 지금은 전혀 이런 부분을 기대할 수 없다"며 “공기업들도 당분간은 기존 설비를 유지해 기업 자체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안정적으로 전력수급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설비 폐쇄나 변경은 정권이 바뀌고 계획을 새로 짤 때까지 유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위기가 부른 ‘금(金) 식탁’…식후 커피·디저트도 사치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전 세계 주요 농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주며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리브유, 커피 원두, 코코아, 설탕 등 디저트의 주요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후 커피 한 잔과 초콜릿 디저트도 사치로 여겨질 만큼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스페인은 세계 올리브유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이다. 하지만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2023년 올리브유 생산량이 평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그 결과,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무려 80%나 상승했다. 2024년 1분기 올리브유 가격은 톤당 1만88달러로, 불과 3년 전보다 다섯 배 이상 뛰었다. 커피 원두 역시 가뭄의 여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커피 수출 1, 2위 국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가뭄은 커피 생산량을 크게 줄이며 가격 상승을 일으켰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 기준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2022년 톤당 2172달러에서 2024년 5월 기준 3432달러로, 아라비카 원두도 2021년 4월 톤당 3000달러 이하였지만, 2024년 5월 10일 기준 톤당 4435달러로 올랐다. 코코아와 설탕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아프리카의 이상기후로 코코아 생산이 줄며 초콜릿의 주요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약 2600달러 수준에서 올해 11월 현재 톤당 약 3200달러로 올랐다. 설탕 역시 주요 생산지인 인도와 태국에서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2024년 초 국제 설탕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45% 올랐다. 밀 가격 또한 전 세계 이상기후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2024년 1분기 톤당 500달러를 돌파하며 2년 전보다 약 30% 상승했다. 밀은 빵, 면,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의 기본 재료로 사용돼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은 국내 디저트류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리온은 12월 1일부터 초콜릿이 포함된 과자 13종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으며, 해태제과는 같은 날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롯데웰푸드와 동서식품 등 주요 업체들도 올해 초부터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스페인의 올리브유 생산량 감소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브라질과 베트남의 커피 생산 감소는 국내 커피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고 인도와 태국의 설탕 생산 감소와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 차질은 초콜릿과 과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로 농작물 생산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면서 농업 시스템 안정화, 대체 품목 개발 등 적극적인 기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스마트팜과 같은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 효율성 향상과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 품종 개발이 중요하다"며 “열대 과일이나 인공육 등 대체 식품 개발도 중장기적으로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서 농업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민 소비 습관의 변화도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20~30년 내에 전통적인 작물 소비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대왕고래 시추선 용선료인데”…여야 예산 싸움에 에너지·환경사업 곤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당장 시급한 에너지·환경 정책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이달 중순부터 시추에 들어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선 용선료는 하루 6억5000만원씩, 한달이면 200억원에 달해 예산확보가 늦어지면 첫 시추부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오는 10일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여야 대립이 계속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원안 677조4000억원 가운데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만약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야당 감액안으로 최종 확정되면 이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사태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에서 증액이 아닌 감액만 적용했다. 주요 감액 내용을 보면 정부예비비 4조8000억원 가운데 2조4000억원이,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은 5000억원이 감액됐다. 또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0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야당의 예산 삭감은 에너지·환경 분야로도 불똥이 튀었다. 505억원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497억원이, 70억원인 민관합작 선진 원자로 수출기반구축(R&D) 예산은 63억원이, 45억원인 수소충전소 구축 예산은 13억5000만원이 감액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이달 중순부터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첫 시추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1차 시추 작업에 정부 예산과 석유공사 예산을 합쳐 약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예산안 505억원이 거의 전액 삭감된다면 1차 시추부터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는 노르웨이로부터 시추선을 빌려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하루 용선료만 6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비용만 한달에 거의 2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시추에는 다른 여러 용역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비용을 모두 합하면 현재 석유공사가 확보한 500억원 예산은 한 두달 사이에 모두 소진된다. 정부 500억원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1차 시추부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에너지 환경 분야인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2000억원, 내년도 마포 신규 소각장(자원회수시설) 공사에 투입할 국비 96억원도 감액됐다. 국회의장은 일단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10일까지 여야 간 합의를 요구했다. 우원식 의장은 2일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여야 간 더 성숙된 논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여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 처리 예산 철회가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운하면서 증액을 얘기하려면 단독 처리 전에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감액안에서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얼토당토않은 소리는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전혀 정치적 분야가 아닌데도 예산 삭감 대상이 됐다는 것에 놀랐다"며 “에너지 및 환경 정책사업은 국가 대계이고 민생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변화에 LNG산업도 바뀐다…FSRU 위험 경고

기후변화로 극한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해상에 띄워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부유식 가스 생산 및 저장기지'인 FSRU에 대한 위험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열대성 폭풍과 태풍으로 인한 해양 교란이 발생하기 쉬운 국가에서 치명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3일 미국 에너지 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에서는 육상 터미널이 일반적이지만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과 같은 신규 구매자들은 낮은 초기 비용, 짧은 건설일정 및 위치 선정의 유연성 때문에 해상 터미널을 선호하고 있다. 이때 가장 일반적인 해상 부유식 수입 터미널은 연료를 액체 형태로 저장하고 유통을 위해 기체 상태로 재가열하는 FSRU가 꼽힌다. FSRU 선박은 연안에 정박해 저장한 액화천연가스(LNG)를 기화시킨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내보낸다. 기존 LNG 선박에서 전환하거나 처음부터 건조할 수 있는 FSRU는 일반적으로 배치하는데 1년에서 3년이 소요되는 반면, 육상 터미널의 경우 4년 이상이 걸린다. 이는 육상 터미널보다 규모가 작으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재배치도 가능해 장점으로 꼽힌다. 2005년 처음 도입된 FSRU는 전 세계 LNG 수입 용량에서 작지만 지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FSRU 용량은 연간 1억8600만톤으로, 총 재기화 용량 11억4300만톤의 16% 수준에 이르고 있다. FSRU는 건설비용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구적인 육상 LNG터미널을 건설하는데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FSRU는 현장에 따라 다르지만 1억달러 미만이 들 수 있다. 실제 방글라데시의 기존 해상 터미널은 5억달러(600억 터키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데 비해, 육상 터미널은 10억달러(1200억 터키달러)가 소요됐다.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는 총 10개의 부유식 LNG 수입 터미널 건설이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장점만 갖춘 것으로 알려졌던 FSRU는 기후변화로 최대 난관에 빠졌다. 운영비용 증가를 비롯해 해양 조건이 더욱 민감해지면서 점차 운영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IEEFA는 “기후변화에 많이 노출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특히 중요한데, 이는 더 강력하고 해로운 기상현상이 해양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점점 더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폭풍으로 인해 이 지역의 여러 부유식 터미널의 운영이 중단됐다"며 “운영 중단은 날씨와 관련된 운영 문제가 연료 공급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동시에 해상 LNG 수입 프로젝트를 건설하는 다른 국가에 대한 에너지 안보 위험을 예고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북동부 벵골만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레말'이 4일 간 지속되는 동안 FSRU는 무려 약 4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가의 가스공급이 줄어 여러 가스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결국 기후변화가 부유식 LNG 수입 터미널의 운영 위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FSRU의 또 다른 단점은 육상시설보다 운영 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IEEFA는 FSRU 선박의 용선료는 일반적으로 하루 8만~12만달러(연간 2900만~4400만달러) 사이 이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종료된 방글라데시의 FSRU 프로젝트는 연간 미화 30만달러에서 1억1000만달러의 일일 수수료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에너지 기술 그룹인 바르질라(Wartsila )에 따르면 육상 터미널이 6~7년 운영 후 FSRU보다 저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IEEFA는 “FSRU의 날씨 관련 문제는 신흥 시장의 에너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며, 이러한 위험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이는 LNG 수입 터미널과 수출시설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은 해상 천연가스 거래 참가자가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이미 신흥 시장에 값비싼 연료에 비용과 복잡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FSRU는 내륙 수입 터미널보다 건설 속도가 빠르고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신뢰성 문제로 인해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서의 적용을 계속 위협할 수 있어 LNG 수요의 급속한 증가에 대한 업계의 기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IEA “올해는 에너지 안보·청정에너지 전환·불확실성의 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4년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특징을 '에너지 안보, 청정에너지 전환, 불확실성' 세가지로 요약했다. 중동지역의 위험 증가를 고려한 현재의 필수 과제로 '에너지 안보'를,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청정에너지 전환'을, 모든 미래 예측 분석에 항상 존재하는 요소이지만 올해 특히 눈에 뚜렷한 '불확실성'을 올해의 글로벌 에너지 산업 분야 주요 키워드로 선정했다. IEA가 발표하는 대표 간행물인 월드 에너지 아웃룩(World Energy Outlook) 2024는 최근 발간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수요와 공급 추세를 파악, 탐구한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분쟁으로 인해 석유 및 가스 공급이 장기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이 지역의 해양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흐르는데,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높다. 반면, 시장의 균형 및 가격 완화 현상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IEA가 분석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효율성 향상, 전기화 및 재생가능 에너지의 급속한 확장으로 인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세 또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 출시나 정책 구현이 지연되면 이러한 성장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청정에너지는 2023~2035년 사이에 총 에너지 수요 증가를 거의 모두 충족해 2030년 이전에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러한 추세는 경제 및 에너지 개발 단계에 따라 국가마다 크게 다를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전력 수요의 경우 기존 용도(특히 냉방 및 냉각)와 함께 전기 이동성 및 데이터센터 탄생과 같은 새로운 용도 덕분에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의 확장을 주도하며, 모든 수요 증가를 종합적으로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IEA는 분석했다. 태양광 제조 용량은 연간 약 1100GW에 달하며, 잠재적으로 2023년 대비 2035년에 거의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IEA는 보고서에서 “중국 이외의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청정에너지 투자 비중은 이들 경제가 세계 인구의 2/3와 세계 GDP의 1/3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15%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추진을 통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5억5000만명이 청정연료를 이용한 요리를 할 수 있고 거의 2억명이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는 여전히 보편적인 접근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IEA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 양국의 에너지 산업을 비교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IEA는 보고서에서 “오늘날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한국과 일본의 총 에너지 사용량의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15%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산업은 화석연료를 주원료로 하며,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에너지 효율화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는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이 이뤄져 2000년 이후 30% 효율 향상을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 효율은 2035년까지 25% 더 향상돼야 한다"면서 “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재 18%에서 2035년 48%로 증가하고, 핵 발전량 비중 증가율은 17%에서 26%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청정에너지 기술 지원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책자금 420조원과 녹색에너지 재원 조달을 위해 9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일본은 2024년 세계 최초의 국채 전환 채권을 발행해 향후 10년 동안 공공 및 민간 자금 조달을 통해 150조엔 이상을 조달할 것"이라며 “경제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것 외에도 이러한 새로운 녹색 에너지 투자는 일본과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AI 전력산업 세미나] “現 전력시장, 미래 에너지소비 폭증 감당 못해···개방 필요”

현재 폐쇄적인 전력시장 구조로는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면서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 폭등하는 전력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시장에서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현돼야 신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과 청정 에너지 사용 인증에 따른 부담이 계속 커지는 만큼 무탄소에너지의 국제인증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 측에서는 전력시장 개방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며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한규·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원·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경제더하기연구소 후원으로 열린 'AI시대, 우리의 전력산업과 시장은 준비가 되었는가?' 세미나 토론에서는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력시장 개방 등 에너지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제21대 국회의원) 대표는 “시장에서 가격은 모든 것의 신호다. 더 이상 정부나 몇몇 뛰어난 사람이 정할 수 없다. 이미 시장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가격이 움직이면 각자 플레이어들도 이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한전은 수요와 공급 양방향을 독점하고 있다. 과연 누군가가 새로운 기술과 알고리즘을 제안하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에서 훨씬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어디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으면 연구도 할 수 없다"며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서 에너지 공급과 산업정책을 같이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분산에너지법의 통과로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차별화됨에 따라 산업의 지역적 배치가 달라지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력시장 구조 변화를 강조했다. 김윤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는 “전력산업의 근간은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다. 현재 전력시장은 너무 간단하게 돼 있다. 단순히 적자가 났다고 요금을 올리는 게 아니라 비용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정확하게 보는 게 필요하다"며 “도매시장에 가격입찰이 없다는 걸 보고 놀랐다. 이제는 가격입찰을 서서히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산자원의 증가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산업은 필요한 만큼 발전하는 게 첫번째고 그 다음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북미나 유럽 같은 시장에서는 플레이어들이 그런 걸 잘 만드는데 우리는 기술발전도 없다 보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 요금은 대부분이 전력량 요금이다. 해외의 경우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발전·판매 요금 외에 그와 비슷한 비중으로 운송 요금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유럽의 경우 세금이 크게 포함되기도 한다"며 “아무리 좋은 기술로 전기를 팔아도 한전 요금보다 저렴하게 팔 수가 없는 요금체계에서는 분산형 방식의 기술 발전도 전력시장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보람 삼성전자 DS지속가능경영사무국 상무는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전기를 많이 쓴다. 반도체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계획이며, 고객사의 스코프2 탄소감축 요구 수용을 위해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게 모두가 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깨끗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인증은 재생에너지만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외에도 다른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걸 증명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무탄소에너지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전기요금은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탄소화에 따른 전기요금도 증가했다"며 “이 상황에서 무탄소에너지를 조달하는데 가격이나 물량 모두 경쟁국 대비해서 어렵다"며 제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업들이 기업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전기요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규종 대한상공회의소 그린에너지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간 중앙집중형 한전의 전력공급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해왔다"며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AI 첨단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공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한전 독점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기업 수용성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으로 올랐고 지난 3년간 전기요금이 총 50% 가량 인상됐다. 전기요금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업활동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중소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왜 이렇게 오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전기요금에서 선택권이 없었다. 시장개방이나 에너지전환이 되면 전기 조달 방안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며 “전기는 필수재이고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에너지조달은 기업경쟁력의 주요한 차별적 요소다. 우리 기업의 선택 역량을 제고할 지원정책 마련, 전문기업 육성, 신사업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어 제도를 통해 이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규 한국전력공사 재생에너지대책실장은 “반도체 단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관련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전력인프라가 부족한 호남지역 등 비수도권 집중현상 또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결국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할 대규모 송전선로의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지난해 대비 2036년까지 송전선로는 1.6배, 변전소는 1.4배 확충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른 투자비는 약 56조5000억원 규모이다. 이 실장은 “민원과 지자체 인허가의 비협조로 송전망 건설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며 “아무리 보상해줘도 송전망 주변 주민들 요구를 충족해줄 수 없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는 계속 수도권에 들어가고 있다. 결국은 수요의 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을 지어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계통 여건을 우선 고려해 전력수요를 계통 여유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지역별 전력수요와 공급의 분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전력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시장을 개방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과연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라는 것이다.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재생에너지를 도입한 독일, 이탈리아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나 높다. 영국도 우리보다 비싸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우리처럼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건 미국 정도인데, 올 여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발전소를 선점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력요금이 급등했다"고 소개했다. 문 과장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지역의 2025~2026년 전력가격 입찰에서 입찰가격이 1메가와트시(MWh)당 기존 30달러대에서 25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다. 문 과장은 “우리가 하는 제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공공이 주도하면서 글로벌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전이 하고 있다"며 “시장시스템으로 가려면 우리가 가진 장점을 포기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천연가스 확보했다”더니…유럽 한파 예고되자 에너지 위기 재고조

11월 우리나라 전국에 이례적인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유럽에서는 2년 만에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유럽 천연가스 비축 물량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자 '2022년 에너지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3월까지 유럽 평균 기온이 지난 2년간 관측된 수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12월의 경우 유럽 평균 기온이 4.6도로 예상되면서 지난해(6.3도)를 밑돌지만 2022년 겨울(3.9도)보단 높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 1월, 2월 3월은 평균 기온이 각각 3.7도, 4.0도, 5.7도로 예보돼 지난해(4.1도, 7.8도, 8.5도)와 2022년(5.4도, 5.5도, 7.4도) 수준을 모두 하회할 전망이다. 이에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사 테크놀로지는 올 겨울 유럽의 난방 수요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로 참고하는 웨더서비스인터내셔널(WSI)에서도 12월 유럽 기온이 급감해 난방 수요가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경우 최저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30년 평균치보다 9도 낮다. 문제는 이번 겨울에 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2022년 에너지 위기가 다시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매년 11월 1일까지 천연가스 비축량을 90% 이상 채우기로 합의했는데 올 겨울엔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저장시설의 95%가 찼다고 EU 집행위원회(EC)가 발표했다. 카드리 심슨 EC 에너지 집행위원은 “이번 겨울을 앞두고 유럽 전역에 걸쳐 건강한 수준의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증가한 데다 바람가뭄(풍력 발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풍속이 낮은 현상)마저 일어나자 올해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유럽 가스업계 단체 GIE,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은 87.4%로 집계됐는데 이는 5년 평균치(89.5%)를 밑도는 수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최근 북한군 파병과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제한 해제 등으로 격화한 것도 에너지 수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오는 12월 31일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유럽 공급을 중단하려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유럽 전체 대비 5%에 불과하지만 중부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와 관련, 파리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EU의 천연가스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며 “러시아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저장시설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듯,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이달들어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내년 1월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47.06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엔 가격이 1년 만에 48유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달에만 20% 가까이 급등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올해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천연가스 가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과거의 에너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는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지역의 LNG 물량을 놓고 유럽 구매자들과 수입 경쟁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 애스팩츠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왔지만 러시아의 마지막 공급마저 끊길 경우 천연가스 시장이 압박 받아 글로벌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EU가 어떤 가격으로도 천연가스를 구매했던 2022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온화한 겨울과 관련해 유럽의 운이 다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즉 유럽이 LNG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후변화에 뜨거워진 바다가 11월 폭설 뿌렸다…“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

기상관측이 시작된 117년 만에 11월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이번 폭설은 올 여름 뜨거워진 바다가 원인으로 꼽힌다. 찬 공기가 뜨거운 바다 위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눈 폭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인류 기상기록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앞으로도 지구 온도 상승이 전망돼 폭설, 폭우 등 극단적 기후현상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수도권 주요 지역에 내린 적설 양은 △서울 관악 40.2㎝ △백암(용인) 43.9㎝ △금정(군포) 43.1㎝ △수원 41.6㎝ 수준이다. 이외에도 서울은 27.8㎝, 인천은 25.7㎝의 누적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높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특히 27일 서울에 내린 눈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17년 만에 11월 최고 적설로 기록됐다. 28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이어졌다. 서울 관악의 경우 누적 적설량이 40cm를 넘어섰다. 11월의 이례적인 폭설은 올 여름 뜨거워진 서해바다와 절리저기압(대기 상층의 제트기류에서 분리된 차가운 공기덩어리) 현상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7일 눈을 뿌린 구름대는 찬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형성됐는데, 이를 통상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구름'이라고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 바다에서 열과 수증기가 공급돼 대기 하층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대류운이 발달한다. 올 여름 폭염에 뜨거웠던 바다가 아직 덜 식어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섭씨 12∼15도(℃)로 예년보다 1도 높다. 뜨거운 바다로 인해 대기에 열과 수증기 공급이 많아지고 이것이 강설량을 늘린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지난 여름의 폭염이 이번 폭설로 이어진 셈이다. 세계기상기구(WM0) 기후현황 업데이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월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기간이 장기간 지속됐다. 이에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2024년 역시 기록상 가장 더운 10년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WMO는 대기 중 온실가스 수준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단 한 세대 만에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경고를 발령했다. 빙하의 얼음 손실,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극심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전 세계의 지역 사회와 경제가 엄청난 피해 입을 것으로 경고했다. WMO에서 사용하는 6개의 국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지구 평균지표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4℃(불확실성 여유 ±0.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폐막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일, 월, 연간 시간 척도에서 기록된 지구 온도 이상은 큰 변동이 발생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자연 현상 때문"이라며 “온난화 수준이 1.5℃ 미만이든 초과이든, 지구 온난화가 추가될 때마다 기후 극단현상, 그에 따른 영향 및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한 기상 전문가는 “올해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목격한 기록적인 강우와 홍수, 빠르게 강해지는 열대저기압, 치명적인 더위, 끊임없는 가뭄, 맹위를 떨치는 산불은 불행히도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이고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해,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이슈+] 분산특구 살리자니 한전이 죽고…산업부, 고심 또 고심

지역 내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소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이 내년 상반기 내로 지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부가 세부 기준을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분산특구를 활성화하려면 특구 내 사업자의 권한과 발전설비 용량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전력산업 독점사업자인 한전의 권한이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어 이 지점에서 산업부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사업자들은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당초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분산과)는 이달 말까지 분산특구 내 발전사업자들에게 자유롭게 전기를 사고 팔 수 있는 '분산에너지사업자'의 지위를 허용하고, 발전설비 용량제한도 해제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시 한전의 전력판매 권한이 크게 약화되고 재무적자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발전업계에서는 분산특구를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구 내 발전사업자들의 무제한 전력직접거래(PPA) 허용과 발전설비 용량 확대가 필수 사안이라며 산업부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신산업,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라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의 취지가 발휘되려면 분산특구에 진입하는 발전사업자들이 분산에너지사업자가 되어 실질적으로 전기를 다양하게 매입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자들은 애초에 이걸 기대하고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데 산업부에서 아직 확실히 시그널을 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분산특구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나,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것이나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와 '분산에너지 사업자' 간의 지위는 천지 차이로 보고 있다. 분산에너지사업자는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매입해 되팔 수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는 이것이 불가능해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로 PPA를 한다고 해도 중개 수수료는 kWh당 1~2원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특구 내 사업자들에게 분산에너지사업자 지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분산에너지사업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분산특구가 지정돼도 발전사업 관련 제도들은 특화지역 제도를 따르는 게 아니라 기존 전기사업법 상 재생에너지 PPA를 그대로 준용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좁은 특구 안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다 같이 있는 형태의 사업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현 기준이라면 재생에너지 PPA 사업자가 굳이 특구에 들어 올 인센티브가 없다"고 말했다. 분산특구 내 열병합발전 등 다른 발전원들은 500MW 이하로 용량 제한이 걸려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쟁점이다. 현재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상 분산에너지 범위는 40메가와트(MW) 이하 재생에너지 등 모든 발전설비, 자가용 전기설비,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설비로 용량이 제한돼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총 전력 수요는 10GW를 훨씬 초과한다. 여기에 대용량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그게 바로 지산지소가 된다"며 “산업부가 소규모 전원을 확대하는 것보다 지산지소 취지 및 현실성에 맞춰 용량 확대를 반영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분산특구 고시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한전이다. 분산특구를 활성화하자니 한전의 독점적 판매 지위와 수익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전력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전력 관련 부처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분산특구는 분산과에서 총괄하지만 분산과는 사실상 전력산업정책과와 전력시장과의 하위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며 “분산특구 내 사업자들에게 무제한 판매 권한을 허용하면 한전의 전력 판매 수익이 떨어져 적자 해소에 차질을 빚게 된다. 전산과와 시장과가 좋아할 리가 없다"고 귀뜸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트럼프는 ‘드릴 베이비 드릴’ 외치는데…‘빅오일’ 시큰둥한 이유는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를 시추하자)을 강조하면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빅오일(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암 말론 엑손모빌 업스트림 부문 총괄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에너지 인텔리전스 포럼'에 참석해 “대다수, 혹은 모든 석유 기업들이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석유 생산에)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변경된다면 경제적인 기준을 충족한다고 가정할 때 시추활동이 더 늘어나겠지만 그 누구도 '드릴 베이비 드릴' 기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석유·가스 채굴 허가가 쉬워진다면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계 석유공룡인 토탈에너지의 패트릭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자리에서 “그(트럼프)는 미친듯이 시추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마법의 레시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정치인들의 결정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00만배럴 이상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또 엑손모빌은 올 상반기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미국 내 명실상부한 1위 셰일 생산기업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화석연료를 '액체 금'에 비유하며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는 동시에 적대국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범정부 사령탑 역할을 하기 위해 새로 신설된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에너지부 장관에는 '화석연료 전도사'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CEO,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측근인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을 지명했다. 이들 모두는 화석연료 옹호론자로 꼽혀 앞으로 국유지와 보존 구역에서 석유·가스 채굴 허가를 받는 게 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정권 인수팀은 취임 후 며칠 이내에 새로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승인하고 미 해안과 연방 토지에서 석유 시추를 늘릴 수 있는 광범위한 에너지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공룡들이 미국의 산유량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배경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이들의 경영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셰일 붐'이 일어났던 2010년대에선 에너지 기업들은 산유량을 늘리면서 중동 산유국들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석유 수요가 급감하자 업계는 새로운 시추에 나서는 대신 비용 관리, 생산 효율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증대, 주주환원 등으로 흐름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기조 전환 덕분에 빅오일들은 올 3분기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캐서린 미켈스 엑슨 모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수익성이 2019년 배럴당 5달러에서 올해 10달러로 급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업계가 수익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 화석연료 정책에도 석유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의 로이드 번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 펀더멘털로 주도된 중기적 시추 활동 전망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기고문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은 정치적 슬로건이지 사업 계획은 아니다"라며 “정책이 화석연료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