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임시 주주총회의 개최 시점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르면 연내 법원 판단에 따라 임시 주총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법원의 판단 이전 임시 주총 소집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임시 주총을 수용하는 경우 개최 시점을 최 회장 측에서 결정할 수 있어 보다 유리한 시점에 승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요구한 임시 주총을 수용할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 MBK영풍은 지난달 28일 고려아연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신청한 이후 이사회가 뚜렷한 반응이 없자 이달 1일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현재 11명인 고려아연 이사회를 25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추가된 신규 이사가 과반수라 현재 최 회장 측에 있던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당장 최 회장 측이 불리하다. 최 회장과 우호세력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4.65%로 추산돼 MBK·영풍 측이 확보한 39.83% 보다 5%포인트(p) 가량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에 더해 최 회장 측의 우호세력의 일부가 실제 표 대결에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문제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됐던 2조50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유상증자가 자진 철회되면서 국민연금 및 기관투자자들과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돼 가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시 주총은 이르면 연내에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심문기일이 끝난 뒤 1~2주일간 진행되는 준비서면 제출 기간과 인용 이후 14일간의 주총 소집 통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2월 하순 주주총회가 열릴 수 있다. 유상증자 자진 철회로 플랜B를 찾아야 하는 최 회장 측에서는 임시 주총 소집 기한을 최대한 늦추고 싶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서 오히려 MBK·영풍 측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을 인용하면 임시 주총 소집일은 신청인인 MBK 연합이 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집 요구를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수용하면 임시 주총 소집일을 최 회장 측이 정할 수 있다.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인 뒤 언제까지 반드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통상 2개월 내로만 소집일 정하면 된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만큼 최 회장 측 입장에선 임시 주총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1월 말 또는 2월 초께로 임시 주총 개최 시점을 확정한 이후 그동안 또 다른 플랜B를 확정해 경영권 방어 전략을 이행하리라는 분석이다. 반면 임시 주총 소집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측이 서로 상대방을 겨냥한 소송이 다수 발생한 상황에서 재판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시 주총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자금이 넉넉한 MBK·영풍 측이 추가적으로 지분을 장내 매집해 더욱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지난 12일 유상증자 철회 관련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임시 주총 소집일 문제에 대해 “법원에서 말씀해주시는 데로 따라서, 저희가 특별히 다르게 예측을 하거나 별다른 계획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며 “그것(임시 주총 관련)은 그렇게만 표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플랜B를 확정하면, 그에 따라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 소집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며 “혹은 플랜B를 준비하는데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