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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태민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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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해킹’ 또 고개 숙인 위메이드…“재발 방지책 마련하겠다”

위메이드가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자산 탈취 피해에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생태계 정상화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위메이드 위믹스재단은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컴타워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사건 경과와 대응 현황, 향후 조치 방향 등을 공유했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달 28일 위믹스 플레이 브릿지 내 금고 역할을 하는 '볼트'에 대한 외부 공격을 받았다. 이 영향으로 약 865만4860개의 위믹스 코인(약 86억5000만원 상당)이 공격자의 지갑으로 비정상 출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브릿지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서 체인 간 토큰 교환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볼트는 교환 과정에 필요한 위믹스 코인을 보관하는 금고다. 해킹된 코인은 해외 거래소 등에서 전량 매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2차 상장폐지(상폐)'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 2022년 10월 공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 간 차이가 발견돼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폐 처리된 바 있다. 이후 유통량 회수·복구를 마친 뒤 업비트를 제외한 주요 거래소에 재상장했다. 위메이드는 사건 발생 즉시 투자자 여론을 반영하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100억원 규모의 바이백, 14일 2000만개 위믹스 매수 계획을 발표했으며 바이백을 진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킹 사실을 인지한 직후 해외 거래소 등에 이를 알리고, 외부 보안 분석 기업 및 전문가와 공조해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전문 해커가 운영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으로 보고 있다. 해킹 수법이 통상적인 네트워크 공격 방식과 양상이 다르며, 기존 보안 감시 체계의 맹점을 정교하게 파고든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측은 브릿지 개발자가 2023년 7월경 공용 저장소에 업로드한 자료가 유출된 것을 가장 유력한 해킹 경로로 지목했다. 김석환 위믹스재단 싱가포르법인(PTE) 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번 사태로 큰 고통을 겪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많은 분들의 꾸짖음을 겸허히 수용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격자를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고 반드시 응당한 조치를 취해 책임을 묻겠다"며 “공격에 연루된 자가 내부자든 외부자든 명백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투명히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 관련 정보 공시가 늦어진 점에 대한 비판이 적잖았다. 이 때문에 위믹스는 상장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회사는 현재 거래소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에 소명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추가 공격 가능성과 패닉셀(공포에 의한 매도) 우려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사고 원인 분석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공격에 노출될 수 있어 탈취 관련 공지를 즉각 띄우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24시간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또 “공격자가 내부 시스템 침입을 통해서 서버 권한을 탈취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잠재적 취약점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외부 전문가 그룹을 통한 기술적인 검토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전략으로는 △보안 시스템 전면 업그레이드 △모니터링·거래 감시 시스템 강화 △시스템 암호화 수준 개선 △외부 보안 전문가 협업 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대한 오는 21일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위메이드에 영입된 빗썸 출신 안용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해킹 이슈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라며 “거래소 수준의 보안과 내부 정책이 제대로 구축되면 재발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인터뷰] “AI 진흥책 실효성 거두려면 원천기술 확보 최우선”

“정부의 인공지능(AI) 진흥책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최고 수준의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 수반요건이라 할 것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는 17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 강국 진입을 위해선 국가 차원의 원천기술 개발과 유망기업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중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 이후 정부와 여야, 산업계가 관련 산업 육성책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책부터 AI 기본법 보완 방향, 인프라 확충 방안 등 미래 전략이 쏟아졌다. 그동안 AI 후발주자로 분류되던 중국이 딥시크를 계기로 존재감을 부각함에 따라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교수는 딥시크 등장을 위기가 아닌 AI 모델과 정책을 혁신시킬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으론 인식전환을 꼽았다. 기술 개발 논의의 중심축을 해외 모델을 활용한 응용 서비스에서 차세대 고성능 모델로, 이를 뒷받침할 정책 방향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딥시크 사례는 국내에도 저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차세대 모델 개발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도 딥시크가 촉발한 인식전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AI 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및 민간부문의 투자 유치 활로 개척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과기정통부의 R&D 투자 규모는 총 6조3214억원으로, 지난해(5조2167억원)보다 1조1047억원(21.2%) 증가했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의 투자 규모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캐나다는 2조4000억원, 프랑스는 5년간 35조원, 유럽연합(EU)은 300조원 규모의 AI 산업 진흥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 마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에는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 상응하는 AI 기술 R&D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편성하고 지속 증액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AI 기술 주도국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중심으로 추진 중인 응용 서비스 개발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강력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AI 기업들은 우수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응용 서비스를 개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정부는 인재 양성과 기술 스타트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AI 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지원 방향으론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선순환 구조 마련 △컴퓨팅 파워가 부족한 우수 스타트업 지원 △AI 서비스 대기업-스타트업 교류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벤처캐피털(VC) 및 엔젤투자자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양 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간기업 영역에선 오픈 이노베이션 경영전략을 통해 대기업은 자금·설비 등을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기술·지식을 활용한 '윈윈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정부 자산으로 구입하되, 운영은 경험 많은 민간 전문기업에 위탁하는 운영방식을 통해 우수 AI 스타트업에 GPU 장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응용 서비스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에이전트 AI→피지컬 AI' 진화·발전 선도 전략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해외 기술 차용 및 협업 전략은 적은 비용으로 단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보유국에 종속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정책을 총괄할 전담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문공무원제와 대통령실 소속 AI 수석비서관을 도입하고,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 기관으로 승격하는 한편 차관보급 AI 실장을 두는 조직 개편 등이 핵심이다. 또한 국가기술 R&D를 주도하는 '국가AI중앙연구원'을 설치해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미 세상은 AI 시대로 진입했다. AI는 향후 범용기술 또는 범용적 핵심기술로써 타 기술, 산업·비즈니스·제품과의 융합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앞으로 중단없는 AI 기술 개발 우선 정책을 추진해 '퍼스트 무버' 각축 대열에 진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영역에서 기술 강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써보니] 네이버 야심작 ‘플러스 스토어’ 섬세한 취향 저격 vs 알고리즘 고도화 숙제

네이버가 자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이(e)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공지능(AI)으로 이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저격해 맞춤형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는 포부다. 사실상 쿠팡 독점으로 굳어진 시장 구조를 2강 체제로 재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플러스스토어 앱을 이용해 봤다. 홈 화면에 들어가자마자 야구 관련 밈(meme)을 활용한 스티커와 운동화, 무선 이어폰 케이스가 추천 상품으로 분류됐다. 기존에 검색했거나 둘러본 적이 있는 상품, 구매 내역 등을 토대로 관심있어할 만한 상품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재 구매량이나 관심도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트렌드 추천'도 지인의 선물을 급하게 구매할 때 유용해 보였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이전에 구매했던 상품가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제공될뿐 아니라 추천 범위 또한 넓어져 흥미로웠다. 특정 상품을 클릭해 화면을 이탈한 후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와도 추천 상품이 무한 생성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는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되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쏟아지는 상품들 속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고민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쇼핑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추천 알고리즘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으려면 '마이쇼핑' 탭에 있는 '맞춤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성별 △신체 사이즈 △피부 타입 △헤어 △리빙 △거주 환경 등 항목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점은 △발볼 너비 △발 고민 △피부톤 △수면자세 △평소 불편 부위 △침대·베개 쿠션감 취향 △육아 특성 등으로 세분화됐다는 것이다. 탈모·여드름 등 피부질환과 식이·건강 관심사, 자녀의 알러지 여부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키와 몸무게, 신발 사이즈만 입력하던 기존 이커머스 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지금까지 출시된 앱 중 이 정도로 세심하게 사용자의 취향을 물어본 앱은 없었다. 사용자의 신체조건뿐 아니라 성향 및 콤플렉스, 주변 환경까지 맞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건 이번에 새로 선보인 'N배송'이었다.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특히 오전 0시(자정)부터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도착하는 시스템인 '오늘배송'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영양제 한 상자를 지난 14일 구매해 봤다. 통상 금요일에 주문할 경우, 주말을 거슬러 월~화요일 사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이날로 택했다. 결론적으로 택배는 정확히 반나절 만에 배송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오전 7시30분쯤 출근길에 상품을 구매한 뒤 3시간 뒤인 오전 10시30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배송 시작 알림을 받았다. 이어 오후 4시30분쯤 도착 예정 시각을 수신했고, 오후 8시17분 상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주문 후 1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하는 지금배송 서비스와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도 고려 중이다. 오늘배송의 경우 현재는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제공 중이지만, 향후 서비스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구성원 형태를 '싱글 형태의 1인 가구'로 설정했음에도 스크롤을 내릴수록 여아 봄 신상 원피스, 아기 콧물 흡입기, 자녀 생일 답례품, 유아용 기저귀 등 육아 관련 상품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다. 자녀가 없는 입장에선 다소 당혹스러운 부분이었다. 알고리즘이 연령대에도 기반하고 있어 비슷한 나이의 사용자들이 구매한 상품도 함께 추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선 '쓰면 쓸수록 고도화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늘배송의 경우, 일부 상품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체로 부피가 적게 나가거나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작은 상품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대다수는 하루 뒤 도착하는 '내일배송'이 적용돼 있었다. 이는 앱 출시 이전에도 이뤄졌단 점에서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다만 판매자가 배송일별로 품목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시스템으로, 상품 재고 및 기상상황과 같은 변수에 따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배송 품목을 요일별로 세분화해 상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 데 의의를 뒀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물류 데이터 플랫폼 등 기술력을 고도화해 직접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도 사용자에게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게 목표"라며 “배송 및 추천과 같은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앱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고, 판매자 스토어도 성장하면서 윈윈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네이버, 이해진 복귀 앞두고 경영진 변화…김희철 신임 CFO 내정

네이버가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음달 조직개편을 앞두고 기존 경영 리더들의 역할에 변화를 준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선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복귀가 유력하다는 점에서 사업 전략 변화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14일 네이버 및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김희철 경영관리(CV)센터장(사진)을 내정했다. 이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쯤 신임 CFO를 발표한 후, 다음달 1일 조직개편을 통해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1976년생인 김희철 CFO 내정자는 네이버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높은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네이버 CV센터 리더·자회사 스노우 감사 등 회계·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사 효율적 자원 배분, 손익 관리, 회계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기존 김남선 CFO는 이달 임기 만료 후 전략투자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주요 전략 투자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기업 벤처 투자 확대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북미 소재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이사회 집행 의장도 겸한다. 경영 일선에서 포시마크에 대한 경영 강화와 네이버와의 시너지 확대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남선 CFO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넓은 시야와 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네이버의 전략투자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전 CFO가 과거 북미 웹소설 기업 '왓패드'와 포시마크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이 주효했던 걸로 풀이된다. 포시마크는 2022년 네이버가 인수한 후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 커머스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전환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글로벌 전략 사업을 집중 추진하기 위해 '전략사업부문'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부문장은 사우디 시장을 개척한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맡게 된다. 채 대표는 네이버아라비아 법인장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CFO 교체는 이해진 GIO의 복귀와 연관이 깊을 것이란 시각이 높다. 네이버는 다가오는 정기 주총에서 최수연 대표 연임과 이 GIO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결정한다. 그는 글로벌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기점으로 AI 사업과 중동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로 미뤄 신사업 강화에 힘을 실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 청사진을 일부 개편하면서 사업전략 및 투자 방향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이 GIO가 집중해 오던 글로벌 투자 역할의 상당 부분은 김남선 CFO가 주도하고, 중동 진출은 채 부문장이 지휘봉을 잡은 모습이다. 앞으로 AI를 비롯한 미래기술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 딥시크 출현 이후 AI 사업 성과 및 시장 선점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이 GIO가 보여온 행보와 지난해 라인야후 사태 등을 고려하면, 북미·중동 진출 속도를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카카오, 포털 ‘다음’ 분사키로…통합 계정 후속조치는 어떻게?

카카오가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11년 만이다. 사실상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통합 계정 및 콘텐츠 데이터에 대한 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독립한 바 있다. 다음 콘텐츠CIC 소속 직원들에게는 카카오 본사 잔류 또는 이동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키로 했다. 본사 잔류 의향을 밝히면 본사 내 관련 직무로 자리를 옮겨 카카오 소속으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는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군살빼기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신성장동력을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으로 지목하고, 비핵심 사업 정리와 함께 시장 진출 기반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포털·콘텐츠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CIC 체제로는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콘텐츠CIC의 재도약을 위해 분사를 준비 중이며, 완전한 별도 법인 독립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매각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사명을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변경하며 다음을 본진에서 떼어낸 데 이어 사실상 완전히 분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포털 및 검색 서비스 운영 비용은 크지만, 수익은 지속 감소세인 탓이다. 다음 매출이 포함된 '포털비즈'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240억원에서 2023년 3440억원,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새 21.7% 줄었다. 카카오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외부 광고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늘리는 한편, 지난해 조직명을 다음CIC에서 콘텐츠CIC로 변경한 바 있다. 콘텐츠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빅테크가 인공지능(AI) 검색 시장 공략에 나서며 신규 이용자 확보에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뉴스 서비스 운영 방식을 놓고 정치권 및 언론사와의 갈등도 적잖다. 카카오가 최종적으로 다음을 매각할지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좌표찍기(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집단이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 여론전을 펼치는 행위)' 대응 관련으로 뉴스 담당자들이 국회에 소환되는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안다"며 “사업 무게중심이 두 축으로 더 기울어진 점을 감안하면, 향후 2~3년 안에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통합 계정을 비롯,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뉴스·카페·블로그·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데이터와 고객정보를 향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22년 10월 다음 계정 서비스를 폐지하고, 다음 아이디와 카카오 계정을 통합했다. 하나의 계정으로 양사의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음 아이디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던 이용자들이 혼선을 빚고 오류가 발생하는 등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실제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엔 “기껏 어렵게 통합한 후에도 일부 불편을 감수하고 이용해 왔는데, 앞으로 서비스 이용 절차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정확한 분사 시점을 비롯해 세부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현재는 콘텐츠CIC 소속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에 대해서만 공유된 단계로, 이후 절차들이 많이 남아 있어 시점을 확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후속 조치 방안은 지속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임업계 주총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이사회에 법조·금융 전문가 포진

게임업계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주요 키워드는 사법·실적 리스크 관리로 요약된다. 확률형 아이템 등에 대한 규제 대응과 실적 반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관련 분야 전문가의 사외이사 영입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NHN 등 주요 게임사들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들이 이번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내용 중 이사회 구성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법률·금융·회계 전문가 영입 비중이 높은 점이 눈길을 끈다. 먼저 엔씨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법무총괄(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재선임과 이은화 RGA코리아 총괄(전 씨티뱅크 코리아 애널리스트)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넷마블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이찬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서울지방국세청 출신 강이 LNK 세무회계 대표 신규 선임도 함께 추진된다. 도기욱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경우,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오른 상태다. 카카오게임즈는 검찰 최초 여성 고등검찰청장 출신인 노정연 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이와 함께 △로빈스승훈 전 WWP그룹 한국 대표 △정선열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오명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승연 국민대 재무금융회계학부 교수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등을 재선임한다. 재무·회계 법률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이들이다. 지난해 사임한 김기홍·정명진 기타비상무이사의 공백은 장재문 카카오 CA협의체 전략위원회 딜지원팀장으로 채운 모습이다. 장 팀장은 카카오에서 다양한 투자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투자 및 전략 전문가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목표가 글로벌 영향력 확장임을 고려하면, 신작 발굴 및 투자 방향성 제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본사와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분석된다. NHN은 최창기 이정회계법인 회계사를, 넥슨게임즈는 이남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공인회계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웹젠도 인천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이효인 경북대 법전원 부교수를 사외이사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 규제와 같은 돌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재산권(IP) 분쟁 및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심화하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소송특례를 도입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소송특례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확률형 아이템 관련 기획운용 절차와 의사결정 체계를 미리 정리해 총체적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준수여부를 정기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계 전문가 재선임이 두드러지는 건 재무 관리와 전략 수립을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통상 이들을 영입하는 이유로는 기업의 재무 안정성 확보와 내부통제시스템 강화가 꼽힌다. 엔씨의 경우 지난해 사상 첫 연간적자를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넷마블의 경우 2년 동안의 적자 터널을 극복한 후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최근 권영식·김병규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병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다. 넷마블네오의 상장 준비(IPO)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 전문가 영입의 경우 재무건전성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부분 게임사의 올해 신작 라인업이 대작 위주로 꾸려진 만큼 실적 반등을 올해 핵심 목표로 삼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CA협의체 의장직 사임…“건강상 이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공동의장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협의체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된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건강상 문제로 CA협의체 공동의장직을 사임했다. 협의체는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사실상 경영 전반에서 손을 떼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가 위원장으로 역임해 오던 경영쇄신위원회 활동도 마무리한다. 해당 기구는 그룹 계열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해 오던 곳으로 △준법과신뢰위원회 신설 △인적 쇄신 △거버넌스 개편 등을 이끌어 왔다. 다만 김 창업자는 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할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수술·입원 등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미 정 대표가 그룹 전체의 현안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경영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1100억원대 과징금에 공정위-통신사 법적 공방 예고…“규제충돌 막아야”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번호이동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로 114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통신 3사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치열한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규제 충돌로 인한 현상인 만큼 규제기관·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는 12일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업자별로 △SKT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34억원이다. 이는 공정위가 통신사를 대상으로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과징금은 통신 3사가 2015년 11월~2022년 9월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거래 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다. 당시 통신 3사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행위에 대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행위로 방통위의 제재를 받은 후, 자율규제 일환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시장상황반을 운영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판매장려금 지급 규모 등을 상호 조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제3호(거래제한) 위반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초 공정위가 심사보고를 통해 산정한 과징금 규모는 △SK텔레콤 1조4091억~2조1960억원 △KT 1조134억~1조6890억원 △LG유플러스 9851억~1조6418억원이었다. 당초 예상금액보다 감경된 이유로는 통신 3사 간 합의가 단통법 위반 예방을 위해 진행됐다는 점과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일정 수준 관여된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통신 3사는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어서 담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정거래법과 단통법의 규제 내용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정위 제재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방통위가 같은 기간 단통법 위반을 이유로 통신 3사로부터 1464억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중규제 논란도 제기된다. 방통위는 2014년 단통법 제정 이후 △차별적 지원금 지급 유도 △과다 지원금 지급 △지원금을 연계한 개별 계약 체결 제한 등을 처벌 근거로 제시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제정 후 10년 동안 억대 규모의 누적 과징금을 비롯해 개별적으로 영업정지 처분 등을 받은 바 있다"며 “법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제력이 있는 방통위 규제를 준수한 걸 담합으로 해석하고 또 다른 규제를 가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 또한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통신 3사가 담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원회의에도 참석해 이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방통위 측이 실무회의를 통해 제시한 의견은 합의과정에 충실히 반영됐다"는 입장이지만, 향후에도 부처 간 엇박자로 인한 중복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의 담합행위 적용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1월 21일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차별적 지원금 지급 행위와 같은 금지행위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지행위에 대한 처벌사항 이행 명령을 어느 기관이 수행하는지는 규정돼 있지 않다. 오는 7월 단통법 폐지에 따라 담합 행위에 대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규제기관 및 범위 기준을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공정위와 방통위 간 규제 권한을 둘러싼 갈등에서 통신 3사가 희생양이 된 셈"이라며 “사업자 간 담합 등 기타 사항에 대해 방통위가 우선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방통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KAIT의 중간 조정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등 관련 내용을 정교하게 다듬어 모법에 명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장·노년층 디지털 소외 심화…“기업 디지털 포용 기술 적용 확대해야”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노년층을 비롯한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산업계는 이들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노년층 특화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계의 움직임을 뒷받침할 정부 정책의 한계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역량이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컴퓨터·모바일 이용 능력을 의미한다. 평균 수치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60대는 61%·70대 이상은 30%로 집계됐다. 20·30대가 130%를 돌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접근성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활용·역량 측면에서 심각한 격차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디지털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통과된 '디지털 포용법' 또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디지털 포용은 모든 사람이 기술·시스템을 동등하게 누리고, 충분한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법안은 이를 토대로 제조·운영사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준을 준수한 제품 개발 의무를 부여한다. 특히 '이용자 조작에 따라 서류 발급, 정보 제공, 상품 주문, 결제 등의 사항을 처리하는' 키오스크로 규정한 게 특징이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 함께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정보취약계층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기술 개발을 중점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감각에 맞춘 서비스를 만들어 선택권을 넓히고, 시·공간적 제약 없이 제품을 이용하는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KT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일 노년층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114 번호로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114에 택시 호출을 요청하면, 전문 상담사가 이를 진행한 후 배차 성공 여부와 예상 도착 시간, 차량번호 등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대화 가이드를 토대로 자폐 아동과 부모의 의사소통을 돕는 액세스 토크(AACessTalk)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대화의 내용과 맥락을 분석해 개인화된 어휘·가이드를 양측에 제공, 의사소통에 대한 부모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 또한 색약 보정 기능 등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물리·심리적 장애물을 없애 사회적 약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 적용 범위를 넓혀 게임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디지털 포용법 시행을 1년가량 앞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로썬 노년층 특성을 고려한 기술 및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들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활용 역량을 일부 개선할 순 있으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포용법의 정책적 한계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의무대상 등 기준이 모호해 대응 방안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과기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법안 심의를 주도하도록 명시돼 다른 정부부처 및 산·학·연과의 협력 방안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서비스 확산 과정에서 체계 공백이나 새로운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송민호 한국디지털포용협회장(경기대 교수)은 “초고령 사회 진입 단계임을 감안하면, 장·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포용 기술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며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거나 음성 지원 기능 등 보조 기술을 추가하는 방식의 기술 설계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협회장은 이어 “포용법의 경우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주가 돼 민간·산업계와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의 궁극 목표 달성을 위해선 민관산학 협력 거버넌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이슈분석] 내가 죽으면 게임 계정·블로그 어떻게?…법적 기준 모호

디지털 유산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승계 및 관리 기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별 정책에 의해 처리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디지털 정보를 사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직접 정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유산은 고인(故人)이 생전 보유했던 모든 디지털 형태의 기록과 자산을 의미한다. 이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 등 개인 계정과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 게시물, 구독형 서비스, 가상화폐 등을 포괄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당시 유가족대표단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희생자의 지인 연락처와 SNS 계정 접근권 등을 요구했지만, 연락처만 제공됐다. 계정 정보의 경우,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정보로 분류돼 개인정보보호법상 제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에서도 고인의 게임 계정 및 아이템 상속에 관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계정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은 게임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은 유저가 갖고 있는 구조다. 이용권 이전에 대한 결정권한은 소유권자인 게임사가 갖고 있어 상속 여부 및 허용 범위는 기업별 약관에 따라 갈리게 된다. 넥슨·엔씨소프트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족 관계임을 증빙하면 1~2촌에 한해 계정 명의 이전을 지원한다. 넷마블의 경우 계정 상속 시스템은 없으나, 상속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이전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반면 스팀(Steam) 및 블리자드의 경우, 제3자에게 계정을 판매·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가족관계여도 예외가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고인의 디지털 정보 처리 기준을 일정 수준 통일하는 추세다. 미국은 본인이 사망하거나 무능력해지는 경우 수탁자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법을 도입했다. 프랑스는 사후 개인정보에 대한 처리 지침을 미리 결정한 후, 이를 행동할 집행 책임자를 미리 지정하는 시스템이다. 만일 정해진 지침이 없을 경우, 유산 관리 및 상속 절차에 필요한 정보에 한해 상속인의 접근을 허용토록 했다. 독일은 지난 2018년 연방대법원이 상속법상 포괄승계 원칙을 적용해 디지털 정보에 접속할 권리를 상속인에게 원칙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또한 데이터 사본이 아닌 계정 자체에 대한 접속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스페인 역시 상속인뿐 아니라 고인이 생전 권리 행사를 위해 명시적으로 임명한 개인·기관에 한해 데이터관리자가 접근 권한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은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재산 측면에서, 프랑스는 개인정보 측면에서 접근했고, 독일은 기존 법체계를 활용해 상속인을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로 해석해 관련 법률을 입법했다. 구글·애플·메타 등 주요 플랫폼 기업 또한 이를 토대로 이용자가 직접 디지털 유산 처리 방안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글은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를, 메타는 유산 접근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법리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속법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인데, 전자는 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후자는 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재산권 중 일부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와 관련된 법령인 민법 제1005조를 살펴보면 △디지털 파일 △게임아이템 △사이버머니 등 전자적 가치표시수단 같은 디지털 유산은 상속성이 긍정되지만, 인격적 가치만 갖고 있을 경우 부인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통제권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법적 공백을 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운영 부담을 줄이고, 유족의 재산권도 존중되는 방향으로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금전적 가치 및 프라이버시 침해성이 높은 정보에 한해 본인 지정이 있는 경우에만 상속권을 부여토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침해 가능성이 모두 낮은 정보는 본인 지정이 있을 경우 접근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상속인 또는 법적 권한이 있는 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디지털 정보 성격에 따라 금전적 가치와 개인정보 침해 정도를 토대로 상속 유형을 분류하고, 처리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적 성격과 보호 필요성이 상이해 포괄승계 원칙으로 일원화하기엔 한계가 있고, 디지털 자산 유형이 다양한 만큼 추가적인 법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재산적 정보와 일신전속적 정보에 대한 승계여부를 분할하는 방안도 나온다. 고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3자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개인정보보호법이 디지털 유산 맥락에서 고인을 위해 준용되는 방법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망자나 유족·상속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자 관련 인격표지에 대한 통제권을 유족이나 상속인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약관이나 정책에 의한 통제에 방치하기보다는 사망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통제권한을 인정하는 규율 검토가 요청된다"고 제안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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