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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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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변화·불확실성 시대···사회문제 해결 방식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인 만큼 사회문제 해결 방식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선순위를 설정한 뒤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기업·시민 등이 힘을 모아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멤버스 데이'에 참석해 “우리 사회는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RT 멤버스 데이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에 역할을 고민하기 위해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가 개최하는 행사다. 작년 1월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자리가 마련됐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통상환경,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등 격변하는 요소들이 많은데 이를 '삼각파도처럼 밀려온다'고 비유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많은 도전과 위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열심히 해왔던 경제적 가치 추구를 해야하고 이를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또한 함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기업이 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생물학에 '최소량의 법칙'이 있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이 다 갖춰져도 어느 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성장이 제한된다는 의미"라며 “지금 기업들보다 더 힘든 건 취약계층이다. 우리 사회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부분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요즘 강조하고 있는 개념이 'Operation Improvement'(운영개선)"이라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에 우선순위를 갖고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관심도가 높지만 아직 기업의 활동이 미비한 '기회의 영역'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공략해야 한다"며 “ERT는 그 중에서도 '청년문제'를 가장 우선해야 할 일 중 하나로 선정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리워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좋은 일 해서 칭찬받자'가 아니라 노력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해 보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문제 해결이 기업의 이익이 된다는 개념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존재이익이 된다고 하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발휘되는 '관계의 가치'(Relationship Value)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하고 있고,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느냐가 가치가 된다"며 “우리 사회는 정부, 기업과 그 구성원, 소비자, 지역사회가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고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문제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기업도 마찬가지"라며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시민단체(NGO),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해야 한다. 쉽게 연대하고 에너지를 투입해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플랫폼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상의 ERT 주요회원기업 대표인 리더스클럽 멤버를 비롯해 총 5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 외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준성 LG 부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부사장, 김경한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류근찬 HD현대 부사장, 김성태 두산경영연구원 부사장 등이 자리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불합리한 산재환자 장기요양 문제 심각···법령·지침 개정 불가피”

우리나라 산재 근로자들이 불합리한 이유로 장기요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재보험 장기요양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작년 2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산재요양 장기화 문제 등 개선을 추진했음에도 장기요양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영계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업의 경우 평균 요양기간이 385.4일로 1년을 넘어갔다.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81.4% 가량이 6개월 이상 장기요양자였다. 보고서는 산재근로자의 장기요양을 초래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우선 '표준요양기간 부재'를 꼽았다. 의료계 가이드라인을 준용하지 않고 산재보험 표준요양기간도 부재해 불합리한 요양기간 승인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요 상병별 표준(적정)요양기간 마련 및 적용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무제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산재근로자가 장기간 치료하면서 보험급여를 받고자 요양 연장 또는 의료기관 변경 신청이 용이한 점을 악용하고, 병원도 수익성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양 연장 및 전원 신청 건의 심사를 강화하고 신청 횟수 제한 등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산재요양 중 추가로 신청한 상병(추가상병)은 사업주 의견 확인 및 재해조사 없이 쉽게 산재로 승인되는 점을 이용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추가상병 신청 범위 및 요양기간 연장 제한, 추가상병 신청 시 사업주 안내 신설 및 재해조사 강화 조치 등이 필요해 보인다. 보고서는 가정에서 요양 중인 재해자는 관리가 되지 않아 근골격계질병자가 이종격투기 운동, 과격한 스포츠 응원, 불법 근로활동(아르바이트) 등을 자행하며 치료기간만 길어질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장기요양자 등에 대한 요양실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이 재활·복귀 촉진 목적으로 '집중재활치료'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으나, 통상 4주 이상 소요되는 집중재활치료 이후에도 다시 의료기관으로 전원이 가능해 요양기간만 더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집중재활치료 후 요양 종결 및 전원 신청 불가 원칙 기준을 마련·적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직업병 환자 보험급여 감소 불이익을 방지하고자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직업병 평균임금 산정 특례' 조문이 불명확해 근로소득보다 높은 보험급여 지급이 반복되고 있는 점도 환기시켰다. 재해자의 요양기간 연장을 적극 시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특례 적용대상 및 범위를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최근 산재보험 행정이 '산재 신속처리'에 집중되면서 산재요양 관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와 산재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요양 장기화 문제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장]韓 소비자, ‘중국산’ 거부감 줄어···오프라인 분위기 달라졌다

“제품이 좋다는데 어디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가요?"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로보락 매장에서 만난 고객이 한 말이다. 로봇청소기 등 생활 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국적보다는 경쟁력이 먼저라고 판단하며 삼성·LG 대신 중국산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10일 오전 서울 시내 로보락 오프라인 거점들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영업사원들은 자신감에, 방문객들은 제품력에 대한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로보락을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인식하지만 중국산인지 모르는 이도 있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7층에 있는 로보락 전시장을 가봤다. 이날 매장을 정식으로 열고 기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평일 오전이라 백화점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로보락 청소기에는 다들 관심을 보였다. 매장이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명당'에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한 관람객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이 제일 잘 팔린다고 들었다"며 “가성비가 좋다면 중국산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내에 거주 중이라는 한 미국인은 “로봇청소기는 로보락 제품이 제일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가격과 신제품 출시 일정 등을 물어보려 들다"며 “중국 브랜드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 지원을 나온 본사 영업팀 직원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와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제품력을 인정받다 보니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간 신관 12층에 있는 삼성·LG전자 매장에는 손님이 없었다. 평일 오전 시간인데다 10~11층에 면세점이 껴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주력 제품을 선보이는 입구 정중앙에 로봇청소기를 전시해뒀다는 점은 눈길을 잡았다. 로보락은 국내 오프라인 거점을 무섭게 늘리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5월 롯데 하이마트에 처음 판매 공간을 마련한 뒤 현재 매장을 450개까지 늘렸다. 스타필드 하남·고양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도 마련했다. 로보락은 이달 말 신제품 'S9 MaxV' 시리즈를 론칭한 이후 매장을 543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입소문'을 듣고 제품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인식한 전략이다. 로보락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로보락 매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보통 평일보다 주말에 가격 행사를 하다 보니 방문객 수 차이가 크다는 게 이 곳 직원의 설명이다. 갤러리아·롯데백화점 등에서 일해 봤다는 그는 “예전에는 부유층 중 일부가 로보락 제품을 보다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바로 옆 삼성·LG 제품 상담을 받다가도 이쪽으로 와서 계약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미 주변에서 추천을 받고 주말에 제품을 직접 보려고 현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해당 직원은 부연했다. 국내 시장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무섭게 몰려들고 있다. 보조배터리 등 저가형 제품을 넘어 프리미엄 가전·자동차 분야에서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하며 우리나라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잡는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는 이르면 이달 안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BYD, 에코백스 등도 제품을 직접 보여주며 홍보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안방'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과거 일본산 제품의 위상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대체했고, 중국산이 치고 올라오며 우리와 경쟁하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다"며 “중국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려 한다면 한국 기업이 이에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법 개정, 중소기업에 타격…규제 대신 지원책 마련해야”

경제단체가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 신설' 등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상속세 부담 등으로 우호지분이 하락 추세인데 경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한 만큼 중소기업들에 대한 규제보다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 공시는 지난해 87개사 315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93개사 266건)과 비교하면 18.4%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를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가장 많았다. 중견기업 22개사(25.3%), 대기업 6개사(6.9%) 등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분쟁에 덜 노출됐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35.3%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분쟁 건수에서는 93.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개입이 용이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87개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26.1%에 그쳤다. 2023년 상장사 평균(39.6%)에 못 미쳤다. 전체 상장사 평균 지분율을 상회하는 상장사는 87개사 중 14개사(16.1%)에 불과했다. 반면 하회하는 상장사가 73개사(83.9%)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2.7%로 대기업(29.9%), 중견기업(34.5%) 등보다 더 낮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 상속세 부담(최대 60%)으로 창업 1~2세대에서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향후 해외 행동주의펀드 등 경영권 공격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론적으로 최대 60%의 상속세를 주식을 팔아 납부할 경우 2세대 최대주주 지분율은 1세대 최대주주의 40%가 되고, 3세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6%까지 떨어진다. 경제계에서 작년부터 논의된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2019년 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야당 안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행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상법이 개정되면 경영권 공격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부터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써야 할 재원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창업으로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육성과 경제 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최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기업들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글로벌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을 뜻한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미국(25.0%)에 이어 가장 높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작년 8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수행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인용해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 같은 규정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업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재계는 이럴 경우 고소·고발이 남발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을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등은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상의는 10일 국회에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정식으로 건의했다. 상법상 일반·추상적인 규정을 도입하기보다 합병 등 자본거래에 대해 주가 위주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등 문제사례별로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핀셋규제'를 해달라 요청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경영권을 안정화시키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제도 환경 마련이 중요하며 그 일환으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제 개편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도쿄선언’ 42주년···‘복합위기’ 돌파할 이재용 리더십이 절실

“누가 뭐라고 해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다. 이 사실을 알려 달라." 1983년 2월8일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한 말이다. '도쿄선언'으로 잘 알려졌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 창업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라며 무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성공 신화'를 썼다. 통상 18개월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만에 짓고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1993년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도쿄선언' 42주년을 맞은 2025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역대 최악의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존 메모리 사업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고 신사업은 아직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벗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정부·국회의 '지원사격'도 절실해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신사업 역량 강화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전세계 산업·금융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밀렸다. SK하이닉스가 'AI 큰손' 엔비디아와 협업하며 역대급 실적 을 내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아직 품질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대만 TSMC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4.9%, 삼성전자 9.3%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맞설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푸젠진화(JHICC) 등 현지 기업들은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밀어내며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자체가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술력에 대한 도전에도 직면했다. CXMT는 최신형 제품인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과거 수년 이상 차이났던 한국과 중국간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격차가 1년안팎으로 줄어들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트럼프 리스크'로 약속받았던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위기를 일찍부터 인식하고 해법 찾기에 골몰해왔다. 지난해 5월 새로운 반도체 사업 수장으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데려오며 쇄신을 도모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예상보다 저조한 반도체 실적을 돌아보며 '반성문'까지 썼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선 '엔비디아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본다. 8단 HBM3E 관련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명확한 공급 일정은 아직이다. D램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한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HBM 판매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회장이 과감한 조직개편과 신사업 발굴 등에서 리더십을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 회장이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멈춰선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를 다시 돌릴지도 관심사다. 이런점에서 최근 AI 반도체 분야 '동맹'에 합류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비쳐진다. 이 회장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최근 국내에서 회동하며 '3각 동맹'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합류해 오픈AI에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 성장하는 AI 시장에서 대규모 물량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는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지 여부와 그룹 콘트롤타워를 정식으로 부활시킬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지원사격'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R&D 인력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등 규제를 없애는 '반도체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올해 계획을 짜며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고용량·고사양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장 D램과 낸드 모두 시장 수요에 맞춰 범용(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서버용 SSD(Solid State Drive)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도 정했다. '아픈 손가락' 파운드리의 경우 2나노 공정 양산과 안정화를 통해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4나노 공정 설계 인프라도 강화하기로 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하락 싸이클이 막 시작됐고 삼성전자 본원 경쟁력 회복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엔비디아 인증 통과, HBM4에 사용될 D램 특성이 양호할지, 중국향 HBM 및 전용 그래픽카드(GPU) 판매가 미국 정부에 의해 제한될지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폴더블폰 시장 ‘춘추전국시대’···삼성전자 ‘초격차 유지’ 안감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오포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센데다 라이벌 애플까지 참전을 준비해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져서다. 이르면 올해 '두 번 접는' 혁신 신제품을 선보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모바일 분야 이익 확보를 위해 플래그십 제품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갤럭시S25시리즈를 출시하고 폴더블은 하반기 신제품 폼팩터 디자인 및 내구성 개선, 라인업 다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갤럭시 S·Z 시리즈 매출 목표를 '두 자릿수 성장'으로 제시했다. 시장은 '라인업 다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찍부터 주요 IT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화면을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기존 Z 플립·폴드와 차별화는 위해 '갤럭시 G' 등 새로운 명칭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는 이미 관련 디자인 특허를 지난해 등록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2022'에서 화면을 안 쪽으로 두 번 접는 폴더블용 디스플레이를 전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폴드·플립7' 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6 시리즈 출하가 기대 이하였던 만큼 AI 기능 적용, 카메라·운영체제 개선, 디스플레이 최적화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갤럭시 S25와 마찬가지로 성능은 개선하면서 가격은 동결하는 전략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폴더블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 성장률은 2023년 41.5%에서 작년 4.5%로 급감했다. 올해는 2.8% 역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3조원에서 작년 1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을 출시한 상태다. 배터리 소형화와 더불어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적용하는 등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포는 올해 1분기 내 폴더블 신제품 'Find N5'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품 대비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는 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비보 역시 1분기에 신제품 'X Fold 4'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는 올해 안에 플립 형태 'Mi Flip 2'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모토로라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와 손잡고 '가성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움직임도 신경쓰인다. 이르면 내년 폴더블폰을 양산할 것으로 보여 정면 승부가 예상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애플이 내년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내년 전세계 폴더블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1500만~2000만대)이 올해 대비 8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출하 성장보다 듀얼폴딩, 대면적, 롤러블 등 기술적인 변화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손경식 경총 회장 “엄중한 상황···정치권·노동계·기업 등 역량 결집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하루빨리 지금 위기를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해 우리 사회가 안정을 되찾고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며 “정치권, 정부, 노동계·시민사회, 기업 등 모든 주체들이 이를 위해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손 회장은 6일 전국경총회장협의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 주력산업 글로벌 경쟁 심화 같은 요인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 혼란과 국론 분열까지 더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협의회 멤버는 손 회장과 15개 지방경총 회장 등이다. 이번 간담회는 통상환경 변화, 내수 부진과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최근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의회는 이날 의견을 취합해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우선 정치권에 “기업활력 제고 및 민생 안정 입법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 보호무역 확산, 소비 부진, 정치 불안 등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활력을 잃지 않고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치를 통해 기업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을 위한 입법에 매진해 달라는 내용이다. 또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지형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올 것인 만큼 기업들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제도적 지원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에는 “경기 회복 및 내수 활성화 지원대책 마련해달라"고 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과 폐업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 모두 안정적으로 투자와 경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들을 위한 보다 과감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노동계·시민사회에 “사회 안정을 위해 동참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비롯한 사회 안정이 매우 중요하므로 노동계·시민사회가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성숙한 의식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또 경제계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기업 생태계 구축, ESG 경영 같은 사회적 책임 준수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면서 기업의 시대적 의무와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같은 날 서울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3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초불확실성 시대, 혁신을 동력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 개회사에서 “기업의 성장·발전은 곧 국가경제의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우리 기업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혁신을 통해 성장을 주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디지털·인공지능(AI) 중심 산업구조 전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구조적 전환기를 맞아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해 기업은 집중적인 미래투자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나서는 등 끊임없는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한·미 통상환경 속에서 미국이 변함없는 무역과 투자 파트너로 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주요 경제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손 회장은 국가 경쟁력과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낡은 법과 제도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특히 근로시간제도의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그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주 52시간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일을 좀 더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연구개발직과 고소득 전문직 등은 근로자가 동의한다면 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 ‘한계기업’ 증가 속도 무섭다···산업·금융 시장 영향 ‘촉각’

우리나라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향후 산업·금융계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는 등 부실기업 솎아내기에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는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6일 '주요국 상장사 한계기업 추이 분석'을 통해 한국 한계기업 비중이 최근 코스닥 업체를 중심으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일시적 한계기업'은 당해 연도 이자보상배율이 1 아래인 곳이다. 한경협 조사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이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나타났다. 미국(25.0%)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한계기업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2016년 7.2%에서 지난해 3분기 19.5%로 12.3% 포인트(p) 증가했다. 이 역시 미국(15.8%p↑)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미국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당시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태에서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영국(6.9%p, 6.7%→ 13.6%) △프랑스(5.4%p, 14.0%→19.4%) △일본(2.3%p, 1.7%→4.0%) △독일(1.6%p, 17.1%→18.7%)은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았다. 한경협은 한국의 한계기업이 주요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은 경기부진 장기화에 따른 판매부진·재고증가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 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36.4%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37.3%)보다는 낮으나 프랑스(32.5%), 독일(30.9%), 영국(22.0%), 일본(12.3%) 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의 한계기업 비중은 23.7%로 코스피 10.9%에 비해 12.8%p 높았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33.3%),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4.7%), '도매 및 소매업'(24.6%), '정보통신업'(24.2%) 순이었다. 재계는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한계기업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강력한 '채찍'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을 중심으로 기업 상장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가 바로 가능하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등도 이에 보폭을 맞춘 정책·규제를 내놓을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여지가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혼란에 표류했던 해당 법안을 최근 다시 꺼내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경영계는 소송 남발과 이사회의 경영권 위축 등을 이유로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낮은 한계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대목이 더 생겨나는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금융당국의 제재로 코스닥만의 이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강력한 퇴출 조치로 시장이 위축되면 우수 기업들도 자진 상폐를 하거나 다른나라 증시로 옮겨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무조건 상폐' 같은 강경책 보다는 코넥스 시장과 연계를 도모하는 방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국내기업들은 극심한 내수부진과 트럼프 2.0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으로 경영압박이 크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글로벌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개정 논의는 지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가전·스마트폰 中 ‘대륙의 실수’ 韓시장 인해전술 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누비던 중국 가전·스마트폰 기업들이 최근 한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중국 내수경기가 워낙 침체돼 수요 기반이 무너진데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제품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는 판단에 과거 정면 대결을 피해온 삼성·LG전자 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에코백스는 이날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봇 X8 프로 옴니' 신제품을 공개했다. 청소에 물걸레 기능을 결합한 뒤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넣은 신제품이다. 현장을 찾은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점유율 1위 기업 로보락은 저가형 뿐 아니라 15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까지 내놓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고양 등에는 매장을 열고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까지 출시하며 다양한 가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도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달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스마트폰, TV, 웨어러블, 보조배터리 등 신제품을 이달 안에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샤오미 14T,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 등 모바일 제품에는 고객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까지 17분기 연속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TCL, 하이센스 등 TV 기업들도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낼 분위기다. TCL은 지난 2023년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동향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 하이센스는 쿠팡에 입점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업체인 BYD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은 이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텐센트 등 게임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가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본다. 그간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5%를 달성하긴 했으나 부동산·서비스업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도시 지역 평균 실업률은 5.1%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이 50%에 달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은 2023년 6월 청년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가 기준 자체를 바꿔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명품 시장 매출이 20% 급감했다는 점은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트럼프 리스크'도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렸다. 미국은 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10일부터 원유 등에 10~15% 보복 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 아래 무분별한 무역 전쟁을 벌일 경우 중국산 제품의 수출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 진입장벽이 높은 한국에 눈길을 주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 스스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전·스마트폰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에 성능은 떨어지는 제품을 주로 만들어왔지만 최근 들어 기술력 확대해 매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 무대에서도 TCL, 하이센스 등이 주인공 자리를 노릴 정도다. 정부가 기업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 업체들은 '족쇄'를 달고 있는 처지다. 학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에 규모의 경제가 생명인데 주52시간 등 규제를 따르면서 저가 공세를 퍼붓는 중국 회사들과 상대하기 힘들다"며 “보조배터리 등 저부가가치 산업은 사실상 중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산업 측면에서 한·중·일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구조는 가전 분야도 동일하다. 임금이 높고 각종 노동 관련 규제가 중국보다 많은 우리나라가 생산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 중국 공세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며 “내 줄 분야는 내주면서도 (우리 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력에서 앞서는 쪽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데이비드 첸 CEO “韓 매우 중요한 시장”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제품 판매를 확대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첸 CEO는 5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봇 X8 프로 옴니'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에코백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로봇 청소기 업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첸 CEO는 “에코백스그룹은 2023년 기준 200만달러 이상 매출액을 올리고 직원을 1만명 이상 고용한 기업"이라며 “800여개 협력업체와 일하며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08년부터 제품을 선보여 로봇청소기 누적 선적량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포인트로 '문화'를 꼽았다. 동아시아권 특성상 청소를 하며 물걸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노린다는 포부다. 인구 고령화로 청소를 도와주는 로봇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첸 CEO는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골칫거리를 해결하도록 돕는 게 최고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에코백스가 2017년 세계 최초로 건·습식 로봇청소기를 내놓고 물걸레질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첸 CEO는 “한국은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며 “최고의 유명인사를 홍보대사로 초청하는 등 브랜드 평판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며 “최고의 제품을 만들 뿐 아니라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여 한국 소비자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겠다"고 강조했다. 에코백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한 '디봇 X8 프로 옴니'는 △오즈모 롤러 자동 세척 물걸레 기술 △트루엣지 2.0 적응형 모서리 청소 기술 △아이비(AIVI) 3D 3.0 옴니 어프로치 기능 등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오즈모 롤러 자동 세척은 청소기의 교차오염과 세균 번식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술이다. 16개의 청정수 노즐을 통해 롤러에 지속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 트루 엣지 기능은 기존 로봇 청소기가 놓쳤던 가장자리와 모서리 청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했다. 아이비 3.0 어프로치는 로봇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능을 향상시켜 물체 윤곽을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에코백스 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더욱 향상된 기능들을 기반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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