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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AI 시대, 미래산업의 혈맥 ‘자원개발 거버넌스’를 다시 짜야 한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고무적인 일이다. AI는 반도체를 이을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전 세계 주요국이 미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주권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 덕분에 AI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전력망 구축이 핵심 국가 의제로 부상했다는 점은 더욱 반갑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어딘가 편중되어 있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전환과 이에 따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강화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은 우리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랬던 에너지와 전력망 이슈가 정부의 플래그십 정책인 AI와 맞물려 전면에 등장한 것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국가적 과제 측면에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왕 물꼬가 트였으니, 이 기회에 에너지 정책 전반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업계에는 “대한민국에는 전력만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있다. 실제로 최종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까이가 전기 에너지가 아닌 열에너지다. 산업 공정, 건물 난방 등에 막대한 열이 사용되지만, 열에너지 정책은 늘 뒷전이었다. AI 시대의 상징인 데이터센터만 해도 그렇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또다시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 그러나 강물이나 바닷물을 활용하는 수열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냉각열을 활용한다면,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전력과 열, 그리고 효율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비어있는 퍼즐 조각이 있다. 바로 '자원개발' 정책이다. AI,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혈맥은 결국 희토류,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 광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특정 자원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이들 자원은 지리적으로 일부 국가에 편재되어 있고, 제련 및 가공 기술은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더 이상 자원 공급망을 민간 기업의 손에만 맡겨두지 않는다. 국가가 직접 나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원 확보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필요한 수소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도입해야 한다. 이는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들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벌였던 총성 없는 전쟁이 '수소'를 둘러싸고 21세기에 재현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거대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의 파도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은 자원개발 영역에서 계속 한발 물러나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실패 트라우마는 자원개발 기능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이어졌다. 해외 자원개발의 선봉이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광해관리공단과 통합되어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개발 기능을 상실했다. 석유와 가스는 종종 같은 광구에서 발견되어 함께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분리된 채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글로벌 자원 메이저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량과 자본이 분산되어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다. 자원개발은 수십 년의 긴 호흡과 막대한 자본,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국가 백년대계의 인프라 사업이다. 이제 낡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다. 광물, 석유, 가스, 그리고 미래의 자원인 수소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원개발 공기업'의 설립을 제안한다. 분산된 전문성과 자본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탐사부터 개발, 생산, 비축, 그리고 국제 협상까지 전 주기를 관장하는 강력한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 공기업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긴밀히 연계하여 동맹국과의 자원 협력을 주도하고,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든든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AI 강국이라는 목표는 견고한 에너지 시스템과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이라는 토대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AI의 두뇌인 반도체와 몸인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하고, 그 거대한 인프라를 24시간 깨어있게 할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똑같이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 산업의 '재료'와 '연료' 모두가 동일한 자원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AI라는 미래를 향한 문을 활짝 연 만큼, 그 미래를 뒷받침할 '자원개발 거버넌스'라는 주춧돌을 바로 세우는 일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자원 안보의 새로운 100년 계획을 설계할 골든타임이다. 하윤희

[EE칼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자력에너지의 조화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몇 년간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시설을 대거 확충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러 정부에 걸쳐서 재생에너지 확보 정책을 추진하여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크게 늘였다. 이것은 환경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생에너지는 국내 자급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처한 에너지 섬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단독으로 이상적인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바람과 햇빛에 의존하는 특성상 에너지 안정성 면에서 간헐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동서 방향으로 폭이 좁아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전국에 걸쳐 거의 동일하며, 비슷한 기상조건에 한꺼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간헐성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독자 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자급에너지이자 무탄소에너지로서 우리에게 유용한 가치를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출력조절이 가능한 보완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연한 출력변동을 통해 이런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가장 이상적인 현존하는 에너지원은 수력이다. 수문개방을 조절함으로서 쉽게 출력조절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절벽에서의 수력발전이 서유럽 전력망의 안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 활용이 증대됨에 따라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용한 물자원이 한정적이므로 댐의 역할이 주로 식수와 용수를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양수발전 용량도 제한적이어서, 전력망의 수요 공급 간격을 메워주는 유연 발전 역할은 주로 가스터빈 발전소가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 유연 발전원은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과 기후변화 방지라는 재생에너지 활용의 큰 이점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이상적인 파트너라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병행정책을 표명함에 따라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형 원전들은 상대적으로 기저전력 공급에 주력하였기 때문에 이런 변동성 보완에서는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의 원리상 원자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유연 발전원이다. 전력생산이 더 필요하면 발전기를 더 돌리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에너지를 터빈이 뽑아가게 되어 원자로 내의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 원자로의 출력은 온도 변화에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결국 자동으로 출력이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 출력을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반대의 원리로, 에너지를 덜 뽑으면 자동으로 원자로 출력이 줄어드는 제어가 된다. 그러면 지금 가동 중인 원자로를 왜 출력제어에 적극 활용하지 않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매우 적은 양의 핵연료만을 사용하므로 발전원가 중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대개 20% 이하다. 즉 원자로 출력을 줄여서 발전량을 줄여도 운전에 드는 비용을 별로 줄지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가스터빈 발전소에서는 연료비가 발전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동안은 대형 원전을 설계할 때에 전출력 24시간 발전을 기본으로 하고, 연료비 절감이 큰 가스터빈 발전소를 주로 활용하여 출력조절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원자력을 전력망 제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출력조절 운전이 용이하도록 설계를 한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기존 원전이 전출력 운전위주로 설계되어 있어서, 원자력을 활용한 전력망 조절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와 수소 병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기가 덜 필요할 때는 원자력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시험 적용 중 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혁신형SMR(i-SMR)은 출력조정을 통한 전력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진 현재의 요구조건에 맞추어 출력조절 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는데, 분당 5%의 조절이 가능하여 세계최고 수준의 출력조절 능력을 가질 예정이다. 비단 출력을 직접 줄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의 경우처럼 수소나 다른 유용한 물질 생산에 에너지 활용을 병행하도록 하면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개발 중인 SSNC (카본생산 넷 제로 스마트 시티) 개념은 원자로와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이상적인 조합이 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근간을 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은 경직성 전원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재생에너지의 최적 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하여 어떻게 더 좋은 조합을 만들어낼 지를 연구할 때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한수원 노조, 창립 24주년 맞아 ‘2050 Net-Zero 원자력 비전’ 선포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위원장 강창호)이 7일 창립 24주년을 맞아 '2050 Net-Zero를 향한 원자력 비전'을 선포하고, 향후 국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원자력이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 새울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본사 및 각 발전소 노조 집행부, 사측 관계자, 협력업체 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행사는 △기념사 및 격려사 △비전 선포문 낭독 △노조 활동 영상 상영 △노사 상생 다짐 순으로 진행됐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선포문을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원자력', '탄소중립을 위한 베이스로드 전원', '국가경제와 일자리를 지키는 전략 산업'이라는 3대 가치를 기반으로, 원자력이 2050 탄소중립 실현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비전문을 통해 △원자력 생태계 보호와 확대 △원자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탈핵 프레임 탈피 △재생에너지와의 조화 △공공성·안전성 중심의 인력 육성 등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노조 차원의 요구가 아닌, 국가 전략 차원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재정립해달라는 정책 제언의 성격을 갖는다. 강창호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지난 24년은 원전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원자력이 탄소중립 시대를 이끄는 실질적 해답임을 증명해야 하는 25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노동과 기술, 안전의 삼각축 위에서 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국민이 신뢰하는 원자력 산업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원전 산업은 정권의 성향과 정책 변화에 따라 과도하게 흔들려왔다"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 독립적 규제기관 정립, 안전 최우선 가치 정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행사에서 “안전은 매뉴얼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현장 중심의 안전문화'와 '노동 존중이 곧 원전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또한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의 안전 운영과 SMR(소형모듈원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문인력 육성과 일자리 확대, 공기업 중심의 책임 있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한수원 노조는 2000년 8월 창립 이후, 공공기관 노사 관계의 모범으로 평가받아왔다. 원전 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안전운영체계 구축에 있어, 단순한 '노동조합'을 넘어 원자력 산업의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노조 간부는 “이번 비전 선포는 구호를 넘어 정책과 산업 방향에 있어 노동계가 독립된 주체로 목소리를 낸다는 선언"이라며, “앞으로도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KPS, 2분기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은 둔화

한전KPS가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뚜렷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7일 한전KPS가 발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540억 원으로 전년 동기(4286억 원) 대비 5.9% 증가했다. 이는 주로 화력 부문과 수명연장 등 외부 대외공사 수주 증가에 따른 것으로, 화력 정비 매출은 22.2% 증가(337억 원↑), 대외공사는 무려 87.8% 급증했다. 반면 원자력과 양수 정비 매출은 11.2% 감소했으며, 해외 사업은 27.2% 줄어들어 부진을 보였다. 송변전 부문도 소폭 감소했다.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9.7%(342억 원) 증가한 3884억 원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영업이익은 656억 원으로 88억 원(11.8%) 감소, 당기순이익은 509억 원으로 14.6% 줄었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도 순이익은 39.8% 급감했다. 회사 측은 계획예방정비 공사와 외주 인건비, 자재비 증가가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료비는 51.2%, 경비는 8.1% 늘어났고, 노무비도 소폭 상승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지역난방공사, 2분기 호실적…연료비 안정에 영업이익 70% 이상 증가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지역난방공사)가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2조 1999억 원, 영업이익 3142억 원, 당기순이익 211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5.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약 70%, 90% 이상 늘었다. 이는 2022~2023년 고환율‧고유가 상황 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흐름에서 벗어나, 2024년부터 안정된 LNG단가와 열요금 조정 효과, 열공급 수요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집단에너지‧지역난방‧전력‧냉방‧신재생에너지 등 전 부문에서 손익이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전력사업의 회복과 냉방 수요 증가, 열병합발전 가동률 회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LNG를 포함한 연료비는 여전히 총원가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발전용 LNG단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전년 대비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2023년 상반기 13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는 2,11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3400억 원 넘는 손익 차이를 실현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 수익성 확보에는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열요금의 기본 구조가 연료비 연동제와 정산제로 제한적 반영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제 연료가 급등 시 손실을 흡수해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또한 ESG 경영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열병합발전 외 신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 지역냉방 보급 확대, 수열에너지 활용 등 신규 인프라 투자 부담도 존재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지역난방공사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도, 이는 일시적 에너지 가격 하락과 수요 회복의 결과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열요금 구조의 현실화와 탄소중립 비용을 반영한 요금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역난방공사는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연간 수천억 원대 투자와 ESG 기반 기술사업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어, 향후 수익성과 정책 리스크 간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솔루션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할 것”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막대한 손실과 함께 채권에 의존하는 취약한 재무구조가 고착됐으며, 2년여 뒤 사채발행한도 초과로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여기에 수요 감소까지 겹친 상황에서 정부의 조속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7일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전의 일시적인 실적 개선 뒤에 가려진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심각하며, 그 근본 원인은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전은 3조원 규모의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3년여 만에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났으나, 이는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수입에서 비롯된 막대한 부채는 여전히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는 2025년 기준 자본금의 6배(부채비율 619%)에 달하고, 이자비용은 연 3조원에 이른다. 특히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산업용 전기 수요가 2025년 1분기 처음으로 50% 이하(49.6%)로 떨어지면서, 한전의 가장 큰 수익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2021년부터 3년간 48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한전이 구매하는 전력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0조원대에서 68조원대로 폭등했다. 이 기간 한전의 부채는 6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부채 비율은 112%에서 619%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 더해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응을 위해 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PPA(전력구매계약)가 확대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탈한전'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전의 산업 부문 마진이 2024년 9조6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전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재발행하며 사실상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기준 한전의 채권 발행 잔액은 75조원에 달하고, 매년 20조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를 맞을 예정이라 앞으로도 대규모 사채 재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녹색채권의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2월 발행된 해외 일반채권 발행 규모는 기존에 비해 크게 감소한 4억달러(약 5000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6월에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기후위험 공시 누락 관련 공익신고가 접수되며 글로벌 투자자 신뢰에도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2년여 뒤 사채발행한도가 다시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2년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한시적으로 확대됐지만, 2027년 말부터는 다시 기존 수준인 2배로 복원될 예정이다. 이 한도가 초과하게 되면 한전의 자금 조달은 법적으로도 제약을 받게 된다. 보고서는 새 정부가 막대한 부채에 수요 약화, 채권 한도 축소로 '빚으로 연명하는 구조'마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한전의 구조 개선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채 발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부채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의존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등 화석연료에 유리한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하고, 좌초자산 위험이 큰 석탄발전소의 자산 정리와 유관 발전공기업의 재무구조 및 사업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한국전력의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부채위험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전채 블랙홀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한가희 전력시장계통팀장은 “한전이 지난 25년간 기형적 구조를 유지한 결과, 재무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화력 중심 발전 자회사에 총괄원가를 보전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재무적 연결을 끊어 한전이 독립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로 전환하도록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

2025년은 파리 협정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로,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비용 절감과 제조 능력증가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및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 EI)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92.5%, 발전량 증가의 74%를 차지하며 화석연료를 크게 앞섰다. 파리 협정이 채택된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2,428GW 증가했으며, 이는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증가(615GW)의 약 4배에 달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53.6%, 재생에너지 비중은 46.4%였으며,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앞서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보고서 '2025년 중기 전력 업데이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4년 대비 3.3% 증가하고, 2026년에는 2025년 대비 3.7% 증가할 것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2025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 탱크 엠버(Emb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원별 발전량 증감 분석결과 전체 발전량은 396TWh가 증가했고, 태양광이 292TWh로 전체 증가량의 73.8%, 풍력이 93TWh로 23.5%를 기록했으며, 핵발전 35TWh, 화석연료 15TWh를 압도했다. 반면 수력발전은 41TWh, 석탄은 17TWh 감소했다. 2024년 발전량 기준 상위 1위와 3위인 중국과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의 급격한 증가세보다 2025년에는 완만한 증가가 예상된다. 2024년 7% 급증한 중국의 전력 소비량은 2025년에는 5% 증가할 것이며, 이는 산업 부문의 수요 증가 둔화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4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대략 50%를 차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 6% 성장 후 올해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2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핵, 바이오,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화력 발전 설비용량을 넘어섰다. 6월 말 기준으로는 1,673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화력 발전 설비용량 1,475GW보다 198GW 더 많다.특히 태양광의 경우 213GW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02GW 대비 109% 증가했고, 2025년 전체 신규 발전설비 설치 용량의 71.3%를 차지했다. 누적 설치 용량도 5월 말 1,084GW로 1,000GW를 돌파한 후 6월 말에는 1,100GW에 도달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26년 중에는 석탄 화력 발전설비 용량을 추월해 태양광이 제1 발전원이 될 것이다. 발전량 점유율에서도 2025년 상반기 풍력발전 점유율 12.1%, 태양광 발전 점유율 11.2%, 풍력과 태양광 합산 점유율은 23.3%로 역대 최대이자 수력발전 점유율 11.2%, 핵발전 점유율 4.9%를 크게 앞서고 있다. 반면 석탄 화력 발전량 점유율은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인 55.9%를 기록했다. 인도 역시 2025년 상반기 18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2GW 대비 51% 증가했다. 21세기는 전기의 시대이며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20%에서 2050년 52%가 될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의 필요성 증가와 AI 데이터 센터, 전기차, 히트펌프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의 확대 때문이다. 전기화 시대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이며, 대한민국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기후경제 언박싱 ⑤ 이재명의 에너지고속도로, 실현될까?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에너지고속도로다. 박정희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김대중 정부가 인터넷고속도로를 만들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라는 새로운 경제 동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력수요를 분산해야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부터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 값비싼 해저 송전망 건설이 가장 급한 일인가 하는 비판, 그리고 이재명 정부 5년 내에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차기 전기학회장)와 김승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의 자문을 받아 하나하나 분석해본다. 한국의 전력망이 심한 병목 현상에 부닥쳤다는 지적은 몇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발전소를 지어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송전망을 건설하지 못해 발전소를 돌리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동해안에 화력발전소 등이 지어졌으나 송전망이 부족해 총 설비용량 17.9 기가와트(GW) 가운데 최대 7.4 GW의 전력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도 수요처가 많은 수도권까지 끌어올 송전망이 없어 출력제한을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호남은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인허가가 중단되었다. 반면에 인공지능(AI)의 발달과 경기도 남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전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로 전기를 조달) 캠페인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많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커서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력망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다루기가 까다로워 과거처럼 일방향의 전력망이 아니라 좀 더 스마트한 새로운 전력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과 호남지역을 잇는 서해안 전력망을 시작으로, 호남과 영남을 잇는 전력망, 동해를 따라가는 전력망까지 전국을 U자형으로 에워싸는 해저 송전망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해저 송전망은 기술적 어려움과 건설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지상 송전망에 비해 비용이 몇 배~ 몇 십 배 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 송전망은 교류(AC) 형태로 전기를 보내지만 해저 송전망은 전기를 직류(DC)로 바꿔 전송하는 등 상당히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한국은 제주 일부를 빼고는 장거리 해저 송전망 설치 경험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값비싼 송전망 건설에 앞서 전력시장을 개편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부터 “국산 기술에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해저 송전망 건설을 늦춰야 한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사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정부만의 정책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계획을 발표했다. 호남에서 생산한 원전과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2036년까지 해저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를 깔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것을 2030년까지 서해안에 첫 1개 선로를 완공하고, 2040년까지는 서해안 뿐 아니라 남해안, 동해안을 포함해 U자형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박종배 교수는 “밀양 송전탑 갈등 이후 정부와 한전의 송전망 건설 방침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다. 지상 송전망은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서 바다 밑이나 땅 밑으로 송전망을 구축하는 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2005년부터 경남 밀양시에 건설 예정이던 765kV 초고압 송전선과 송전탑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과 한전 간에 벌어진 분쟁이다. 주민들은 건강과 생업 피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분신을 하는 등 2014년 이후까지 갈등과 비극이 이어졌다. 밀양 사건 이후에도 송전망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은 갈수록 강해져 송전망 건설이 보통 10여년 씩 늦어지고, 이는 비용 증가와 국가 경제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김승완 교수는 “해저 전력망에 쓰이는 기술은 전부는 아니지만 국산화가 많이 되어 있고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도 있다. 지상 송전망 건설에 따른 민원 해결에 많은 비용이 들고, 제 때 건설을 못하면 경제에도 부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해저 전력망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고속도로가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시골에도 공장 만드는데 왜 삼성과 SK는 수도권만 고집하냐. 반도체 공장을 지방으로 옮겨라" 같은 비판이 대표적이다. 수요처를 지방으로 옮길 생각을 해야지, 지방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에너지고속도로는 지역 균형 발전과 분산형 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승완 교수는 “에너지고속도로는 하나의 브랜드명일 뿐, 실제 정부의 설계에는 분산형 에너지를 포함한 미래형 전력망 개념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 서해안 해저 송전망 외에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로,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위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배터리 설치로 송전망 수요를 줄이는 에너지휴게소, 계통안정화 설비 등 5대 설계요소를 다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방은 생산만 하고 수도권은 소비만 하는 그런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설계도가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이라면서 해저 송전망 뿐 아니라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 송전망의 필요성을 줄이는 전력 안정화 장치 등이 모두 잘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하면서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에너지고속도로란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배 교수는 “현실적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가진 기업들을 전부 지방으로 이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수도권 기업들에게 전기를 제공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기 수요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요 분산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겠지만, 수도권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신규 송전망 건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분산화와 송전망 건설이라는 투트랙(two track)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전기의 수요지와 공급지가 달라서 전력망이 더 필요하다는 데는 기업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새로운 전력망을 구축하는데 드는 재원 마련이다. 올해 5월 한전이 발표한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력망 확충에 72조 8천억 원이 들고, 서해안 해저 송전망에만 11조 원 가량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제도상 전력망 건설과 운영은 한전의 책임이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가 200조 원, 누적 적자가 34조 7천억 원이다.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경영상의 이유로 전기요금을 올릴 수도 없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까지 에너지고속도로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공약에서는 공공- 민간 합동투자 모델을 도입하고, 민간 자본 유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포괄적인 안만 제시했다. 국비, 전력산업기반기금, 발전사업자 부담금, 녹색채권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셈이다. 김승완 교수는 “그동안 전력망 재원 마련과 건설 책임은 한전에 있었으나, 이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민간과 함께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국처럼 직접 재정을 투입하거나 국책은행 출자,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그만큼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고, 한전 역시 계속 적자를 늘릴 수는 없으니 결국 전력망 구축 비용은 전기요금에 전가되거나 국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종배 교수는 “결국은 전기요금이 더 인상돼야 한다"면서 “송전망 건설 속도를 높여야 조금이라도 소비자의 요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고속도로를 실제로 건설하려면 수많은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 마련부터 비용 분담, 노선 설계에 따른 각종 민원 등을 해결해야 한다. 송전망을 해저에 건설하더라도 해저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지점의 변환소, 변전소 건설에서 또 민원이 발생한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서울로만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을 함께 도모하려면 RE100 산업단지 건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등 여러 가지 제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범 부처 차원의 강력한 콘트롤 타워를 성공의 열쇠로 꼽았다. 박종배 교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려면 산업부는 물론이고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부처와 기관들이 관련된다. 에너지고속도로가 2040년, 2050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인프라라고 생각한다면 범 부처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왕에 범부처 차원의 사업을 추진하려면 전력망 뿐 아니라 통신망과 수소망, 가스망을 포함해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승완 교수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리더십 차원의 강한 의지, 재원, 전문 인력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전문 인력은 있는 것 같다면서 재원을 마련할 창의적인 방법과 실행력을 성공의 조건으로 꼽았다. 시간도 촉박하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에 끝난다. 그 때까지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고, 전력망 구축과 재원 조달을 위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고, 세부 설계를 완성해 서해안 해저 송전망을 1개라도 깔려면 빠르고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한난,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마라톤 ‘Energy Hero’ 개최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용기)가 국민 기부 마라톤 '2025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를 9월 13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개최한다.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는 한난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회장 김천수)이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로, 5km, 10km 코스로 나뉘어 진행되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8월 20일까지 40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한난은 2023년 부터 대회 참가비 약 2.8억원 전액을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고효율 가전 기기 구매 등에 사용해 왔으며, 이에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라는 대회명은 '대회에 참가한 국민 모두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취약계층 지원에 앞장서는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 및 절약 인식 제고'라는 대회 취지를 적극 알리기 위해 한난 임직원 공모 선정작인 '스위치 OFF! 지구건강 ON!'을 대회 슬로건으로 활용하며, '기부 천사, 착한 런닝'으로 유명한 가수 션이 대회 홍보대사로 참여한다. 이번 대회에는 에너지 효율을 주제로 다양한 참여형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인기 가수 축하 공연 등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구성해 참가자 모두가 즐기는 흥겨운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응급 이송단 및 안전 요원 배치, 의료 부스 운영 등을 통해 참가자 안전사고도 철저히 예방할 계획이다. 정용기 한난 사장은 “2025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는 국민 여러분의 에너지 효율과 절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참여 국민의 따뜻한 온기를 모아 취약계층의 에너지 이용 환경을 개선하는 기부 마라톤 행사"라며, “한난은 '깨끗한 에너지로 세상을 따뜻하게'라는 브랜드 슬로건의 가치 이행을 위해 에너지 복지를 선도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우리가 잊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The trouble with most folks isn't so much their ignorance; it's know'n so many things that ain't so. (보통 사람들의 문제는 모른다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내용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조쉬 빌링스(Josh Billings), 19세기에 활동한 미국 작가/유머리스트 온 국민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냉방에 사용하는 전기가 부족해져 단전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체 사용량 중 전기의 사용량이 겨우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등 수많은 논의와 정책이 있어 왔지만, 막상 전기의 사용 비중은 21세기가 시작할 때의 15% 수준에서 지난 25년간 그리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보다는 열과 수송용 에너지가 주요 소비 방식이다. 서울특별시에는 발전 시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2023년도 전력 자급률은 1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는 전력 자급률이 62.5%이며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무려 186.3%나 된다는 사실은 다들 잘 모른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에서조차도 서울은 인천의 75% 수준이다. 길거리에 있는 전기 배전반에 쓰여 있는 글이 있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7위 수준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한다는 사실 역시 대부분 잊고 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자족률이 50%를 넘었다는 것도 잊고 살고 있다. 그때 우리 소비의 절반을 책임졌던 국산 에너지원은 바로 무연탄(anthracite)이다. 1988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던 그때까지도 가정용 난방 연료의 80%가 무연탄으로 만든 연탄이었다. 이젠 연탄구이집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연탄은 6.25 전쟁 이후 20세기 말까지 수십년간 우리의 겨울을 따스하게 해준 에너지원이었음도 잊고 지내고 있다. 올해면 마지막 국영 탄광이 문을 닫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무연탄이 최대 에너지원이며, 지금도 무연탄을 생산하여 중국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고 있음도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생산지 대부분이 북쪽이라서 2000년대 초반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활발할 때 북한의 산림 황폐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북한 금강산 지역 등에 상당한 양의 무연탄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미국과 유럽이 21세기 초반부터 OPEC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자기 영토 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여 에너지 자급자족과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다가 그만 발목을 잡혔다. 그 반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 생산하면서 기존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바꾸어 온실가스를 줄였음을 다들 잘 모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제 천연가스의 수출국이 되었으며, 그 때문에 지난달 말에 이루어진 한-미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상당량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1902년 7월 16일 무더운 여름밤, 미국 뉴욕의 25세 청년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 1878~1950)는 밤을 지새우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지금의 에어컨디셔너(air-conditioner)에 대한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이후 여러 대기업 취업 문턱에서 낙방한 그가 1915년에 본인이 세운 회사가 바로 세계 최초의 에어컨 제조업체이자 지금도 유명한 공조기기 전문업체인 '캐리어(Carrier) 엔지니어링'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발명품이라 극찬하였으며, 미국 공학한림원도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발명' 중 10위로 선정한 바 있는 에어컨의 탄생이 바로 대기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그의 용기 덕분이었음도 잊고 있는 사실이다. 올해 여름의 무더위도 바로 캐리어의 발명 덕분에 조금이나마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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