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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 4번째 ‘동결’…“4주마다 조정”

정부가 6차 석유 최고가격을 22일 0시부터 동결하기로 했다. 3차 때부터 네 차례 동결이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된다. 다만, 정부는 최고가격 조정 주기를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리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5차 최고가격 지정 이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며 “석유 등 물가와 민생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이번에도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3월 27일부터 시행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1차(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6차까지 4번 연속 동결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교착 상태로 국제유가가 전쟁 초기보다 제한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과 함께 민생 부담 경감을 위해 이번에도 최고가격을 동결로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을 정하는 최고가격제 시행 주기를 2주 단위에서 4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중동 전쟁 초기에는 시장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1차 때부터 5차까지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조정해 왔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 지속돼 6차 이후부터 조정 주기를 4주 단위로 늘리기로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쟁 초기와 달리 모든 상황이 일종의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주유소 사업자들의 재고관리, 일반 국민들의 생활, 생계형 운전자들의 경제활동 등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 주기 변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양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안정화되고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으로 내려와 안정되면 종료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 중동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4주 조정 주기와 무관하게 탄력적으로 최고가격제를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매점매석 이익보다 과징금 더 낸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7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된다. 유류세 인하 폭은 휘발유 15%, 경유 25%로 동일하다. 정부는 중동 사태 여파로 고유가 부담이 여전하다 보고,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책을 병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물가안정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2차 최고가격제와 함께 유류세 인하 조치도 시행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민 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당초 5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는 7월 31일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휘발유 7%에서 15%, 경유 10%에서 25%로 확대된 인하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유류세는 현행 698원, 경유는 436원이다. 부가가치세 포함 휘발유의 경우 리터(ℓ)당 122원, 경유는 145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산업·물류 등에 필수로 쓰이는 경유에 높은 인하폭을 적용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유지되면 소비자들의 기름값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김완수 재경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지난 3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 도매가를 묶었고, 유류세 인하분도 감안해 석유 가격을 산정했다"며 “유류세 인하 폭이 소비자 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책을 병행하는 조치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6%였는데 이중 석유류 물가가 21.9% 오르는 등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국제 석유 가격 흐름과 실제 석유류 가격 변동, 소비자물가 영향, 재정으로 확보한 4조2000억원 규모 등을 함께 고려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물가안정 목적으로 매점매석과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의 물품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물린다. 현재 매점매석 금지나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지만, 과징금, 이행강제금 등 행정상 금전적 제재 수단은 없다. 정부는 과징금 부과 규정을 신설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보다 더 많이 환수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매점매석 또는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에 따른 물품 처분 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도 신설된다. 다만, 정부는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의 구체적 규모는 법 개정에 따라 관계부처와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물가안정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고가격제·긴급수급조정조치·매점매석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추진한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저신용자가 더 낮은 금리? 금리 역전이 던진 질문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낯설다. 일부 대출상품·은행권에서 정책 압력과 포용금융 기조로 저신용자 금리가 낮아지거나 고신용자와 역전되는 사례가 나타난다. 기존 금융 문법으로 보면 분명 이상한 풍경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은 단순한 금리 역전 현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금융의 기준 자체가 바뀌는 거대한 전환의 입구에 서 있다. 과거 은행은 숫자를 봤다. 연체 기록, 카드 사용 이력, 부채 규모 같은 전통적 금융정보가 사람의 신용을 결정했다. 말 그대로 '돈 거래의 역사'가 곧 인간의 신뢰도였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가 커지면서 금융은 이제 사람의 삶 전체를 읽기 시작했다. 통신비를 얼마나 성실히 냈는지, 공과금을 밀리지 않았는지, 소비 패턴은 안정적인지까지 분석 대상이 된다. AI는 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 사람이 미래에 돈을 갚을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변화는 금융의 철학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다. 과거에는 금융 이력이 부족하면 무조건 불리했다. 사회초년생, 프리랜서,경력 단절 여성처럼 은행 시스템 밖에 있던 사람들은 낮은 신용점수라는 벽에 막혔다. 그러나 AI 기반 대안신용평가는 기존 금융 기록이 부족하더라도 생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 한다. 어떻게 보면 금융이 조금 더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렌트비 납부, 통신요금, 온라인 소비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은행 계좌조차 없던 사람들이 스마트폰 데이터만으로 대출을 받는다. 전통 금융이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AI 금융은 새로운 사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금융이 더 포용적으로 변할수록, 시장의 위험 가격 체계는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원래 금리는 위험의 가격이다.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으면 금리가 올라가고, 위험이 낮으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정책금융과 AI 평가가 결합하면서 그 질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저신용자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누군가는 그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은행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고신용자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과거 대부업 금리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가 부작용을 겪었다. 미국에서도 저신용자 지원을 위해 고신용자의 비용을 높이려다 역차별 논란이 거세진 적이 있다. 포용은 필요하지만, 시장 원리를 지나치게 거스르면 또 다른 왜곡이 생긴다는 교훈이다. 더 큰 문제는 AI가 가져올 '보이지 않는 통제'다. 앞으로 금융은 단순히 소득만 보는 산업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생활 패턴, 소비 습관, 인간관계, 심지어 스마트폰 사용 방식까지 금융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은행은 더 이상 지갑만 들여다보지 않는다. 삶 전체를 분석한다. 동시에 개인 자유의 경계도 흐려진다. 어느 순간 우리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스스로의 일상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개인별 실시간 금융'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은행에서도 사람마다 금리가 달라지고, 신용점수는 실시간으로 변할 수 있다. 전통 은행과 빅테크의 경계도 흐려질 것이다. 금융은 더 이상 은행 앱 안에만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변화 속에서 소비자 역시 달라져야 한다. 신용관리는 단순히 연체를 안 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해야 하고, 디지털 금융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동시에 소비자는 더 강한 데이터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편리함과 포용성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금융이 인간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을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와 정책금융의 결합은 분명 더 많은 사람에게 금융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정답인 것은 아니다. 금융의 미래는 결국 기술과 시장, 그리고 인간의 자유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인간을 점수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조달청 장애인업체 수의계약 단가 산정 견제…권익위도  “못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달청과 마찰이 있어 접수한 민원을 다시 조달청에 이송해 실질적으로 조달청의 수의계약 단가산정을 견제할 기관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군용 운동복 수의계약 단가 산정 과정에서 장애인 시설이 불리한 처우에 놓여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권익위에서 본 건 처리에 들어갔다.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피복사업본부 외 8개 중증시설은 고충민원으로 권익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권익위는 권익위에서 처리할 민원이 아니라고 판단해 조달청에 해당 사안을 이송했다. 조달청과 마찰이 있어 권익위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시 조달청이 처리기관이 된 셈이다. 조달청은 형식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조달청은 수의계약 단가 산정 시 중증장애인 생산 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의견에 대해 “국가계약법 제8조의2,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및 (계약예규) 예정가격 작성기준 등에 따라 계약수량, 이행기간, 수급상황, 계약조건, 거래실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증시설 측은 권익위에게 본 건을 조달청으로 이송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해당 민원이 다부처 민원으로 지정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부처 민원은 공동조사나 권익위가 취합해 답변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권익위와 조달청이 각각 답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고충민원으로 접수된 본 건이 고충민원이 아니라고 보고 조사 또는 확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 제5호에 따르면 고충민원은 행정기관 등의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 또는 부담을 주는 사항에 대한 민원이라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권익위가 고충민원으로 접수해 조사하는 사안은 처분 등 여부, 권리 침해 여부, 권리구제를 위해 어떤 조치를 요구하는지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계약 단가 산정 과정에서 장애인 시설의 고비용 등을 검토했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은 행정청의 처분과 권리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관계자는 “중증장애인시설에 적용되는 단가가 장애인 시설의 고비용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낮은 단가로 형성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권리침해가 발생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증시설이 해당 품목의 수의계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특성에 있다.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은 일반 봉제공장처럼 품목을 자유롭게 바꿔 생산하기 어렵다. 한 제품에 대한 봉제·생산 작업을 익히는 데만 3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단가가 안맞으면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지적이 무의미한 이유다. 낮아진 군수품 단가는 계약가격 문제가 아니라 중증장애인의 고용 안정과 직업재활 기반을 흔드는 문제다.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돌봄은 온전히 가정의 부담이 된다. 한 보건복지부 지정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은 약 3개월간 휴업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군수품 계약단가가 어느 정도 구조적 비용을 반영했지만, 최근 군수품 피복류 수의계약 단가가 일반 기업 가격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한 중증시설 대표는 “작년에 다른 일을 맡겨봤더니 실밥을 다 잘라 엉망을 만들어놔서 손해가 더 많이 났다"며 “새 품목을 도입하면 장애인 근로자에게는 다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설 입장에선 작업지도나 재작업 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가 문제는 단순히 이익을 얼마 더 남기냐 문제가 아니라 시설 운영이 가능해야 중증장애인에게 봉제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며 “권익위 마저 손을 놓는다면 중증시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삼성전자 총파업 유보…노사 ‘잠정 합의’

삼성전자 노사가 마침내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하고 21일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유보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직접 조정에 따라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21일 총파업을 1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노사 대표들이 잠정 합의안에 서로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조합원 대상 투쟁지침을 통해 “5월 21일~6월 7일 총파업은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노조는 노사 잠정합의안을 놓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오는 22일 오전 9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삼성전자 2026년 임금협약은 최종 확정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저희 내부 갈등으로 심려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저희의 성적표로 삼아 더 나은 초기업노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측 협상 대표인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여명구 부사장도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임직원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잠정 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노동위원회 3차 사후조정 결렬로 총파업 우려가 고조되자 직접 중재에 나서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 낸 김영훈 장관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22~27일 진행되는 삼성전자 전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되면 지난 5개월여 동안 정치권, 국민, 재계의 우려를 낳았던 삼성전자 노사 사태는 일단락된다. 반면에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유보됐던 총파업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노사 갈등 재연은 물론 노노 갈등 고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등 삼성전자 노사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부 보조금 받고 또 ‘밀가루 담합’…과징금 6710억 ‘역대 최대’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들이 밀가루를 6년간 담합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671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각 제분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2019년 11월∼2025년 10월 제면업체, 제과업체 등에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사전 합의해 담합한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에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제분 7개사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이다. 담합 관련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업체별로는 사조동아원 1830억9700만원,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CJ제일제당 1317억100만원 등으로 상위 3개사의 과징금이 가장 많았다. 이들 7개사는 2024년 기준 국내 기업간거래(B2B) 밀가루 시장의 87.7%를 점유했다. 공정위는 담합 행위에 따른 관련 매출액만 5조6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담합은 가격 경쟁이 심했던 2019년 11월∼12월 상위 3개사와 삼양사는 농심, 팔도 등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합의하며 시작됐다. 거래처 상대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어 2020년 1월부터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도 가담하면서 7개 제분사의 담합은 2025년 10월까지 지속됐다. 농심, 팔도, 풀무원 등 대형 수요처 대상 밀가루 공급가격 및 물량 담합 19차례, 중소형 수요처 및 대리점 등 모든 거래처 대상 담합 5차례 등 총 24차례였다. 담합 이후 급등한 밀가루 가격은 소비자들의 부담이 됐다.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 가격은 담합이 시작된 2019년 12월과 비교해 제분사별로 38∼74% 상승했다. 제면업체, 제과업체들은 공급 받는 밀가루값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했다. 담합 후 제분사들의 영업 이익률은 크게 늘었다. 이들의 담합 적발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7개 제분사는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으로 첫 제재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총 4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각사 임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또 물가 안정 목적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밀가루 재료인 국제 원맥 시세가 올랐던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물가 안정을 위해 이들 제분사에 총 47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들은 한 차례 제재를 받고서도 다시 담합에 가담했고,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간에도 담합을 지속해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 봤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작은 지진이 중요한 이유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지진을 미소지진이라고 부른다. 미소지진은 규모 1 이하의 작은 지진으로, 지진계에만 기록될 수 있는 미세한 진동을 일으킨다. 아무런 피해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도 끌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지진은 이름조차 붙지 않은 단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은 대부분 지표에 드러나지 않은 채,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으며,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많은 단층들이 지하에 숨죽인 채 하루하루 조용히 응력을 축적해 가고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쌓이고 있는 이 응력은 언젠가 한계에 도달하면 지진을 통해 방출된다. 따라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이 단층들을 확인하는 것이 지진재해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소지진은 이 지하단층을 찾는 중요한 열쇠다. 평소에는 지나치기 쉬운 미소지진이 땅속에 감춰진 단층의 모양과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진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축적된 응력이 점진적인 단층면을 부수며, 폭발적으로 방출된 결과이다. 따라서 미소지진은 활성단층을 따라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모든 미소지진을 큰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소지진의 시공간적 집중 양상은 활성단층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큰 지진의 임박 가능성을 알려주는 온도계 역할을 한다. 단층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는지,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는지, 혹은 응력이 특정 위치에 집중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이에 따라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미소지진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안드레아스 단층대에서는 수많은 미소지진을 분석해 단층면의 기하학적 구조와 세부 분절 구조가 밝혀지기도 했다. 단층면이 단순한 하나의 면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작은 단층면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루어진 구조라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되었다. 이러한 작은 단층면들은 미소지진을 반복하며 점차 약해지고, 결국 여러 단층면이 하나의 거대한 파괴면으로 연결되면서, 큰 지진이 발생한다. 이렇듯 미소지진이 단층의 자세와 크기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이 정보가 곧바로 지진 예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지진의 발생 시점과 위치를 정확히 지목하는 단기 지진예측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큰 지진 전에 나타나는 미소지진 활동을 통해 지진 재해를 줄인 사례는 많다. 1975년 규모 7.3의 중국 하이청 지진 때에는 대지진 이전에 급증한 작은 지진 활동을 통해 주민 대피가 이루어져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 미소지진이 주는 의미를 소홀히 해 지진피해가 커진 사례도 있다. 2009년 규모 6.3의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 때에는 작은 지진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 그렇다고 매번 뚜렷한 전조 현상이 관측되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규모 9.0 동일본 대지진과 2016년 규모 5.8 경주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들 경우에서도 미소지진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단층 주변에 설치된 지진계가 부족해 작은 지진들이 충분히 관측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소지진의 지진재해를 줄이기 위해 미소지진 탐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포항지진 이후에는 지열발전 과정과 연관된 촉발지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소지진 관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효과적인 미소지진 관측을 위해서는 단층대 주변의 촘촘한 지진관측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반도처럼 오랜 기간 응력을 축적한 채 지하에 숨어 있으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단층이 많은 환경에서는 특정 지역만 선별해 지진계를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전국에 걸쳐 조밀한 지진관측망을 구축하고, 단층이 만들어내는 작은 움직임을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고밀도 관측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잡음에 묻혀 탐지되지 못했던 미소지진까지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이 다양한 지진관측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밀집 관측망도 점차 확대하며, 효과적인 실시간 미소지진 탐지가 가능해지고 있다. 미소지진은 인간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지구 내부의 복잡한 움직임을 읽어내는 정교한 암호와 같다. 이 암호를 얼마나 정확히 해독하느냐가 미래 지진 재해를 줄이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한반도 지하 단층의 비밀이 풀릴 날도 머지 않았다.

[EE칼럼] 워런 버핏과 영월 텅스텐광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20년전(2006년) 대한중석 소유의 영월 상동광산에 투자를 검토한 바 있다. 상동광산은 국내 대표적 텅스텐 광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텅스텐 광물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08년 경북 칠곡군 약목 근처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 후 1921년 충남 청양과 충북 대화에서도 확인됐다 그러나 뭐니해도 우리나라 최대 텅스텐 광산은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에 있는 상동광산으로 1916년에 발견됐다. 텅스텐은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전쟁 물자로 관심을 끌었다. 1915년 조선총독부는 조선광업령을 제정해 종래의 광업법을 대체했는데 이때 법정광물로 텅스텐이 지정되어 광물 통계로 잡히기 시작했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나 텅스텐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가격도 내려가 국내 텅스텐 개발은 1929년까지 거의 휴면 상태였다. 이후 국제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고 군비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자 다시 텅스텐에 관심이 높아졌고 생산량도 증대 되었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이 후 일본은 조선광업진흥주식회사를 설립해 전시 물자의 하나인 특수 광물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UN통계에 따르면 1944년 남한에서 7402톤의 텅스텐을 생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950년 6.25전쟁으로 남한의 텅스텐 생산은 멈췄지만 1952년 미국에서 비축 물량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텅스텐 광산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상동광산은 매장량과 생산 규모에서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최고였다.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텅스텐을 주 생산물로 삼았던 상동광산은 이 외에도 몰리브덴, 금, 은, 비스므스 등을 텅스텐 채굴 과정에서 부산물로 회수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60년초 정부는 공기업 형태로 대한중석광업주식회사를 설립해 강원도 영월군 상동은 광산개발을, 경북 대구 달성에는 텅스텐 가공공장을 세워 운영했다.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던 대한중석은 중국의 덤핑 판매로 국제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이 악화되자 민간인 거평그룹에 넘겨졌다. 거평그룹은 경북 달성에 공장을 세워 초경합 가공 생산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필요한 원료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했다. 1998년 외환위기에 거평그룹은 부도가 났고 달성공장은 국제 입찰을 통해 워런 버핏 소유 버크셔 헤서웨이(IMC그룹)에 인수돼 지금의 대구텍으로 명칭이 바꿔게 됐다. 이 후 텅스텐 가격 경쟁력에서 악화되자 2005년 캐나다 탐사전문업체인 울프 마이닝에 넘어 갔고 울프 마이닝은 2015년 지금의 운영사인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에 매각됐다. 알몬티는 2011년 설립된 캐나다에 본사를 둔 팅스텐관련 금속광산 개발 및 탐사 중심의 광업회사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세계 텅스텐 매장량의 52%, 생산량의 82%가 중국이다. 때문에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나라는 텅스텐 정광을 주로 일본, 르완다,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동광산 이외에도 경북 봉화군 옥방광산, 대구 달성구 달성광산, 충북 제원군 월악광산, 충남 청양군 청양광산 등이 있는데 대부분 폐광 또는 휴광 상태이다. 현재까지 상동광산이 국내 최대 매장량(약 1억 300만톤)을 갖고 있다. 워런 버핏의 대구텍은 텡스텐 원료 확보를 위해 상동광산 재개발사업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알몬티는 상동광산 인수 후 10년간 약 18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시추와 탐광 그리고 선광장을 만들었다. 필자가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시절(2009년 4월~2012년 8월) 대구텍과 고려아연으로부터 상동광산 투자 요청을 받았으나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 때 워린 버핏의 대구텍은 투자를 하지 않았고, 고려아연은 투자를 진행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보통 재개발 광산의 생산과 판매는 5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상동광산은 10년이 넘고 있다. 문제는 텅스텐 가격이다. 광물 가격은 변동성이 심하다. 텡스텐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광물이지만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조달 받을 수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텅스텐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63,000톤)이 1위이며 2위 베트남(3,500톤), 3위 러시아(2,000톤), 4위 북한(1,700톤), 5위 볼리비아(1,500톤) 등이다. 다만 자원안보면에서 국내에 텅스텐 광산이 있다는 것은 수급 측면에서 좋다. 어떤 사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광산개발은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업이다. 국내에는 텅스텐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금속광물이 매장돼 있다. 이명박 정부때 국내 금속광산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용화 철광산에서 발견된 니오븀이다. 니오븀은 고급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희소금속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내 금속 광산 재개발에도 경제성을 전제로 주목 할 필요가 있다. bienns@ekn.kr

석유·LNG 부족하면 교환…한·일, 지정학 위기 맞서 ‘에너지 공조’

한국과 일본은 처지가 같다. 석유, 가스, 광물 등 대부분의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해 사용한다. 이 때문에 지정학 리스크가 발생하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양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스와프 제도를 이용해 수급 어려움을 풀어가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19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회복력 협력 강화 방안을 이 같이 밝혔다. 우선 양국은 원유와 석유제품 물량의 공급 부족 상황이 생기면 서로 교환하는 스와프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수급 위기 상황 발생 시 불필요한 수출 제한 조치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원유 조달과 운송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주요 자원 생산국과의 협상력과 물류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중동 전쟁으로 석유 수급에 가장 어려움을 겪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70%, 일본은 80%이다. 양국이 스와프 제도를 이용하면 예기치 못한 사태로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특정 제품이 갑자기 부족할 때 수급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입국이란 점을 고려, LNG 수급 협력에도 뜻을 같이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일본 LNG 기지가 파괴돼 한국에서 LNG를 지원해 준 적이 있다. 양국의 최대 LNG 수입사인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JERA는 지난 3월 체결한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토대로 LNG 수급 안정을 위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한다. 양사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LNG 수급 관리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실질적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토대로 LNG 물량 교환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일본은 연간 약 7000만톤의 LNG를 소비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소비량보다 훨씬 많은 1억톤이 넘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물량은 우선 국내에 공급하고 남는 물량은 판매한다.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은 부족한 물량을 일본으로부터 우선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지난 3월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성 대신이 체결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공급망 회복력 협력도 강화한다. 한국은 희토류 확보에서 매우 열세지만, 일본은 희토류 강국이다. 일본은 2010년 중국과 센카쿠열도 분쟁 때 중국 선원을 나포했다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자 바로 풀어준 바 있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희토류 확보에 적극 나섰고, 지금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 에너지·자원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POWERR Asia)' 구상을 통해 비축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경제산업성은 양측 고위급 인사가 참여하는 '한일 산업통상정책대화'를 출범, 정부 간 논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 속에서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회복력 분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며 “양 정상 간 논의의 후속 조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실질적 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삼성전자 사태’ 후폭풍…재계 ‘상생 성과급’ 고민

재계 주요 기업들이 '현명한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임직원에게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총파업 기로에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사태'의 후폭풍 성격이 짙다. 19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조가 '영업이익(순이익)의 N%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는 반도체, 자동차, IT, 바이오, 조선 업계로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내용을 넣었다.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등은 영업이익의 30%를 지급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카오가 각각 영업이익의 20%,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한다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무기 삼아 사측을 압박하자 이에 자극 받은 타업종 노조도 '성과급 투쟁'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전자에서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은 SK하이닉스의 결정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향후 10년간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잘 올라타 '역대급 실적'을 내자 임직원들과 성과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회사다. 2000년대 들어 부도 위기, 눈물의 워크아웃 등을 이겨내고 2010년대 반도체 업황 악화 사이클도 잘 버텨냈다.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통큰 결단'을 내렸고, 주주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상황은 다르다. 이미 이익분배제(PS)라는 제도를 2001년부터 운영해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해왔다. 2014년부터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명칭을 바꿔 이익을 공유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올해 갑자기 '급발진'한 배경은 OPI 상한이 '연봉의 50%'로 제한돼 있어서다. 그동안 '만년 2위'라고 무시해온 SK하이닉스가 상한선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나누겠다고 선언하자 명분 없이 '무조건 투쟁'에 나섰다. 사측 잘못도 있다. OPI 상한선 때문에 핵심 인력을 경쟁사에 빼앗긴다는 내부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묵살했다. 특히 초과이익을 공유하면서도 그 기준이 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 화를 키웠다. 가뜩이나 불만이 쌓여있던 직원들은 SK하이닉스 노사 간 합의를 계기로 폭발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12~13%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명분 없는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다른 기업 노조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창사 이래 주주 배당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회사다. 아직 천문학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몸집을 불리는' 단계기 때문이다. 신규 공장 건설과 해외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영업이익의 20%를 주주도 아닌 임직원에게 나눠줄 여력은 사실상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현대차,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등 제조업 또는 기반산업을 영위하는 곳들 처지도 마찬가지다. 원재료를 매입해 물건 또는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데다 막대한 시설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역대급 호황에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70%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률은 5~6%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사태를 계기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비슷한 이슈로 다른 업종 기업의 노사 관계도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성과급을 '제도화'하는 것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을 무시해 주식회사 체제 자체를 부정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이홍 광운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이해관계자 경영학회' 춘계 정기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관련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에 의하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이라며 “이는 노조의 '준 주주화'를 의미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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