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대신 인공 지능(AI)이 F-16 전투기 조종간을 잡고 가상의 창공에서 숨 막히는 공중전을 벌인다. 미국 등 군사 강국들이 비밀리에 연구하던 'AI 파일럿' 기술을 국내 민간 대학생들의 집단 지성으로 풀어내는 혁신적인 무대가 열린다. 한국항공대학교는 오는 17일 교내 대강당에서 '제1회 한국항공대학교 총장배 2026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본선을 개최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미래 공중전의 판도를 바꿀 무인 전투기 AI 기술을 민간의 창의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됐다.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290개 팀(873명)이 출사표를 던질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8월 치열한 예선을 거쳐 살아남은 최정예 16개 팀만이 이날 본선 무대에 올라 1대 1 도그 파이트(근접 공중전) 방식으로 최강의 'AI 탑건'을 가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AI의 '실전 지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정교한 교전 규칙이다. 각 팀의 AI는 동일한 가상 F-16 환경에서 200초 동안 맞붙는다. 시간을 끌며 도망만 치는 '버티기형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일방적 회피에는 페널티를 적용한다. 또한 명중으로 인정되는 사격 범위(포위선)는 초반 100초 좁은 각도(2도)에서 시작해 후반부 50초에는 넓은 각도(6도)로 3단계에 걸쳐 확장된다. 초반의 탐색전부터 에너지 관리, 후반 결전까지 국면별로 전술을 유연하게 바꾸는 AI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처럼 고도화된 AI 공중전 대회가 민간에 전면 개방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과거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유사한 '알파 도그 파이트' 대회를 개최한 바 있지만 군사 보안을 이유로 소수 방산기업에만 참가를 제한했었다. 대회를 기획한 방위사업청 소속 임상민 한국항공대 겸임 교수는 “AI 파일럿 기술은 민간의 창의적 시행착오와 검증을 거쳐야 단기간에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번 대회의 200초 공중전은 미래 우리 영공을 지킬 피지컬 AI 파일럿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DARPA는 가상 대회 우승 알고리즘을 유인 전투기 X-62A에 탑재해 실전 기동 시험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한국항공대는 이번 대회를 향후 △2대2 편대 전술 △시계외 교전(BVR) △전자전(EW) 환경까지 반영해 군과 연구 기관을 위한 '국방 소프트웨어 테스트베드'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본선 우승(대상) 팀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총 상금 2500만 원 규모)이 수여된다. 당일 현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대한항공 등 주요 방산·항공 기업들의 채용 상담 부스도 함께 운영돼 융합형 AI 인재 발굴의 장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윤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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