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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전-한수원 집안 분쟁, 산업부 방관 괜찮나

모자(母子) 관계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바라카 원전 비용 분쟁이 국제 중재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권교체 가능성에 눈치를 보는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과 한수원 간의 바라카 원전 비용 분쟁은 이미 오랜 시간 지속된 문제다. 그동안 '어련히 합의하겠지'라던 업계의 예측과 달리 두 기업 간의 합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 중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산업부가 이 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탄핵과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전 최강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 관련 부서가 힘을 얻었고, 공무원들도 원전 부서를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공무원들은 원전 관련 업무를 기피하고, 차기 정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차기 정권에서 원전 업무를 열심히 했던 공무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식으로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무원들이 정권에 상관없이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해야 할 책무만 있다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폐습이다.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 중재로 넘어가기 전에 두 기업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두 기업 간의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에서 먼저 공무원들이 차기 정권을 걱정하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사상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산업부와 공무원들이 국가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기준금리 인하 반영할 때” 금융당국의 손바닥 뒤집기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의 대출 금리를 또다시 비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지만 은행들이 이를 반영하지 않고 대출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를 연이어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 금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은행권이) 올해 신규 대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며 재차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출 근거 점검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상품별로 지표, 가산금리 변동 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권의 대출 금리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도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7개 국내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1월 연 5.22%를 기록했는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지난해 10월(연 4.76%)에 비해 오히려 더 높아졌다. 문제는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에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께부터 대출 금리와 한도 조절 등으로 대출 증가에 대응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에도 은행들은 당국과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금리 인하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은행들도 피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의 금리가 형성되기까지 금융당국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지 당국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 바꾸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출 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가 작동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시장 원리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프랑스 젊은 극우의 ‘전진‘vs 한국 젊은 극우의 ’퇴보‘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뒤엉킨다. 광장의 함성은 거칠고, 붉어진 얼굴들은 한 세기 전의 망령과 싸우듯 외친다. “빨갱이를 척결하라!" 낡은 이념의 잔재가 먼지처럼 흩날린다. 그들의 주먹은 과거를 향해 있지만, 시선은 미래를 잃어버렸다. 반면, 프랑스의 젊은 극우들은 과거의 유령과 싸우는 대신 권력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들의 선봉에는 조르당 바르델라가 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국민연합(RN)의 대표가 된 그는 프랑스 정치의 풍경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마크롱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때로는 그를 압박하는 협상 파트너로, 때로는 대체 불가능한 정치적 존재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파리 변두리 센생드니에서 성장한 바르델라는 16세에 극우 정당에 발을 들였다. 소르본 대학에서 지리학을 공부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강단의 지도가 아니라 권력의 지형도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학을 떠났고, 그 선택은 옳았다. 23세에 국민연합의 대표 후보로 유럽의회 선거를 이끌었고, 2022년 마린 르펜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는 당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그는 빠르고 정확하게 권력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르델라는 국민연합을 변방의 그늘에서 끌어내 정당다운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한때 나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극우 정당을, 그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덧칠했다. 반이민, 반유럽연합, 프랑스 우선주의라는 메시지는 그대로이지만, 이를 전달하는 목소리는 달랐다. 그는 틱톡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와인을 음미하고, 사탕 하나를 먹는 모습조차 수백만 회 조회되는 정치인이 되었다. 정치는 구호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스며드는 것임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국민연합은 이제 현실 정치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연합은 143석을 차지하며 프랑스 정치의 주류로 발돋움했다. 좌파 연합과 손잡고 정부의 복지 축소 정책에 반대하는 등, 민생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한때 '변방의 왕따'였던 극우 정당은 이제 당당히 권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극우들은 여전히 과거의 잔해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성조기와 이스라엘 깃발을 들고,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우는 유령 군대처럼 광장을 떠돈다. 개신교 목사들은 강단을 버리고 거리로 나와, 쿠데타로 기소된 전직 권력자를 영웅으로 만들고, 낡은 반공 구호를 외치며 젊은이들을 선동한다. 한때 '젊은 피'로 기대받던 정치 신예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박근혜, 이명박, 윤석열 정권의 부름을 받아 등장했지만, 결국 늙은 극우들의 도구로 소모되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대남 전략'을 내세워 젊은 남성들의 표를 긁어모았지만, 정권이 들어서자 그들은 버려졌다. 더 늦기 전에 자신만의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기성 정치의 권모술수 속에서 길을 잃었다. 프랑스의 젊은 극우는 권력을 향해 나아가지만, 한국의 젊은 극우는 과거의 그림자와 씨름하고 있다.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며 변화를 맞이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반세기 전의 전쟁을 되풀이한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프랑스의 마크롱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의 젊은 극우들은 여전히 철 지난 선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시대의 젊은 정치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꿈꾸는가.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두운 과거 속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성일권

[EE칼럼]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에너지 정책

인생 역전이라는 말이 있다. 사업적인 면에서 승승장구해 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해당 안되겠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해당 되는 말일 것이다.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당선을 한 것이니 말이다. 그것도 비교적 여유 있게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을 꺽고 당선되었으니 이래서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한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두번째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경제와 에너지 면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관세 정책이 대표적이다. 공약에서 밝혔듯이 모든 상품에 일괄적으로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60%까지 관세를 인상하고, 2000년에 미국으로부터 획득한 최혜국 대우를 받도록 하는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 지위를 박탈하고, 상호 무역법을 제정하여 대미 수입 관세에 상응 하는 세율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EU,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를 인상하려고 한다. 당장 한국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반도체 등의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관세를 통한 전방위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상반기 현재 대미 무역 적자국 순위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한국, 일본, 대만 태나다 인도 순위다. 2021년 14위 였던 한국이 이제는 6위가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과도한 관세는 미국에게 인플레이션의 압박과 GDP 성장의 1.2퍼센트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에너지 정책은 더욱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서 보면 미국은 천연가스가 가장 많고, 다음이 신재생 에너지, 핵발전, 석탄, 석유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중서부 지역의 송전망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며,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과 연계된 ESS가 부족하며, 보조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 와중에 AI 혁명이 오고 있다. 반도체에 기반한 AI 시장은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전기공급 없는 AI는 성장할 수가 없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가스 공급 발전이 늘고 있으며, 천연 가스 발전에 대한 규제를 완화 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원전 사고로 유명한 쓰리 마일 아일랜드 원전을 2028년에 835 MW AI 데이타 센터로 복원하기 위하여 투자하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날 예상 했듯이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고 이와 연관된 모든 국제 협약에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자동차 의무화를 철폐하고 국내 에너지 자원개발에 잠재적으로 부담을 주는 모든 기관들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세일 가스에 대한 개발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외부의 대륙붕에서 에너지 탐사와 생산을 장려하고 해상풍력은 금지하였다. 뉴욕주는 4기 와트에 달하는 3개의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연기하였다. 기업을 경영 하면서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역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세게 나가면서 협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도 트럼프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분석하고 잘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정책 변화와 미래 방향에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앞서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에 관한한 통일되고 통합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바뀌면 다시 바꾸는 조령모개식의 에너지 정책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해외 수출에서도 반드시 국내 기관들간의 협력부터 해야 한다. 신영복 시인의 '더불어 숲'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 작금의 사회도, 정치도. 에너지 정책도 기억해야 할 글귀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데스크칼럼] ‘기업민생 챙기기’ 여야 따로 없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일방주의 통상 압박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통상관계에서 무역 당사국간 호혜주의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트럼프의 독단적인 관세 정책에 주요 대미수출국들이 당황해하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약 184조 원)로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 약 1206조 원)의 18.7%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국부(國富) 핵심 창출원인 수출의 5분의 1가량이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더욱이 수출을 이끌고 있는 품목은 △반도체(2024년 1419억달러) △자동차(708억달러) △IT(반도체 제외, 446억달러) △선박(256억달러) △의약바이오(151억달러)로, 바로 트럼프가 관세 인상을 예고한 철강·반도체·의약바이오 품목들이다. 대한민국호(號) 수출선단을 이끄는 이들 주요 품목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10~25% 수입관세를 매길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8~14%, 금액으로 55억~93억달러 감소(산업연구원 분석)하고, 총수출액도 전년대비 1.9% 감소(한국무역협회 보고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보호주의 통상정책이 단순히 수출액의 감소라는 부정적 리스크를 넘어 자칫 해당 품목과 직결된 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파괴시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관련 산업의 수출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심각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산업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20%를 적용할 경우 대미 수출액이 8% 줄어들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반도체의 대미수출 감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반도체 관련 중견·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국내 반도체산업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약 90% 이르며, 주로 부품 및 소재 공급, 설계 및 제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 수출액 1151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제조용장비와 반도체가 중소기업 수출 10대 품목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국발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비단 반도체산업뿐 아니라 국내 주요 제조산업 전반에 '거센 폭풍'이 강타할 것이다. 자금과 조직, 전문인력 등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피해 강도는 더 클 것이 자명하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전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범부처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제대응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정치권도 가뜩이나 고환율,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美관세 악재로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보조를 맞춰 그 어느 때보다 현장 방문과 금융 지원, 대·중소기업 상생을 돌보는 '기업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기자의 눈] “임기 채워라” 이사회 역할 자처한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2년 6월 취임 이후 항상 금융권 내 화제의 인물이었다. 1972년생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초대 금융감독원장, 윤석열 사단 막내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언제나 화려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특수기관으로 기를 펴지 못했던 금감원의 위상이 한층 강화된 배경에는 단연 이 원장의 힘이 컸다. 이 원장은 자신이 윤석열 정부의 실세라는 세간의 평가를 굳이 부인하지도, 의식하지도 않은 듯 했다. 오히려 각종 사안마다 금융위원회 패싱, 월권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금융권의 사사로운 일까지 세세하게 관여했다. 이 원장은 재임 기간 금융권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CEO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한편, 사안과 무관하게 CEO의 거취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서슬 퍼런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여전히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 원장의 도 넘은 발언도 재임 기간 내내 계속됐다. 급기야 이 원장은 이달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임기를 채우시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에 부당대출이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났지만, 임 회장이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기업 CEO의 거취는 금융, 산업 등 업종 불문하고 해당 기업의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경영진의 성과, 역량을 평가하고, CEO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한편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위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사 CEO들의 거취를 결정하는 기구도 단연 이사회다. 특히 CEO 거취를 향한 금감원장의 발언은 금융사 이사회의 의사결정에도 단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원장도 자신의 발언에 대한 무게감을 결코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원장의 기세등등한 모습과는 달리 금감원도 내부통제 부실과 임직원들의 일탈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금감원 직원 8명은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금융투자 상품 매매 제한을 위반한 혐의로 과태료 1370만원 등의 제재를 받았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임직원이 신고대상 금융투자상품 관련 법,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례는 최근 5년간 총 97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원장 특유의 철학과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자면, 이 원장 역시 이같은 직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만일 이 원장이 금감원의 위상을 올리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면, 내부 사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단연 1순위로 삼고, 금감원에서 발생한 각종 일탈에 대해 몸을 낮춰야 한다. 금감원장으로 해야 할 역할과 금융사 CEO 및 이사회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이를 지키는 것은 거론하는 것조차 불필요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다. 이 원장 퇴임 이후에도 금감원과 이 원장 본인의 기세가 지금과 같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ESG와 2기 트럼프 정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은 글로벌 무역과 기업 경영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ESG 정책은 여러 부문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ESG 지형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2024년 한국의 수출은 6,838억불로 주요 수출지역은 중국(19.5%), 미국(18.7%), ASEAN(16.7%), EU(10.3%) 순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ASEAN, 중동, 인도의 ESG 정책 변화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을 알아보자. 먼저 요즘 이슈가 많은 미국이다. 2기 트럼프 정권의 ESG 정책은 1기 때와 유사하게 반(反) ESG 기조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새 정부가 2025년 출범한 이후 시행한 ESG 정책의 변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파리기후협약 탈퇴, 2.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철회, 3. 환경 규제 완화 및 화석연료 산업 지원, 4. 민간 부문의 DEI 프로그램 규제 강화, 5. 기후 관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금 지급 중단, 6.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 철회 등이다. 우리 수출의 18.7%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ESG 정책에 대한 변화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게 수출선 다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우리 수출의 가장 많은 비중(19.5%)을 차지하는 중국은 ESG에 적극적이다. 2024년 12월, '기업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의 발표로 대형 상장 기업들은 2026년부터 ESG 보고를 시작하고, 2030년까지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중국의 첫 에너지법은 2060년까지 녹색 저탄소 전환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및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ESG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며,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CBAM 규제 준수 대상에서 EU 기업의 80% 이상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정안을 통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이 많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CBAM의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 및 유럽 내 저탄소 인증을 확보하는 등 EU의 제도 시행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수출에서 세 번째로 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도 ESG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주요 거래소 대표들이 모여 아세안 상호연결 지속 가능 생태계(ASEAN-ISE)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주요 의제는 회원국 간 데이터 수집, 분석, 보고를 표준화하기 위한 중앙집중식 ESG 데이터 인프라 개발을 통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ESG 데이터를 제공하여 지속 가능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4년 3분기에는 이 지역의 ESG 펀드는 순자금 유입을 기록하여 지속 가능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중동과 인도는 ESG 부문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는 탈탄소화 프로젝트와 저탄소 솔루션 개발에 23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인도는 2024년 9월, 약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166메가와트 규모의 최대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미국의 ESG 정책 후퇴와 그 외 지역의 ESG규제 강화라는 복합적인 국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미국의 ESG 후퇴라는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생산·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ESG 규제가 장기적으로 강화되는 중국·EU·ASEAN·중동·인도에서 친환경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ESG 표준(국제회계기준 S1과 S2의 공시 등)에 맞춘 기업 경영 방안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박영범의 세무칼럼]가짜 연구 자료 만들어 세금 환급해 줄게요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인력개발을 촉진하여 기술 축적 및 우수 인력 확보 등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인력개발비 중 일부 비용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하고 있다. 세법상 “연구개발"과“인력개발"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세법에서 정하는 비용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한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5만 5천여 개 기업이 약 4.6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고, 2021년 약 2.7조 원 대비 약 70% 증가하였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를 지원하는 동시에 부당한 R&D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있다. 2023년에는 R&D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 활동 수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였으며, 그 결과 771개 법인에 대해 144억 원의 세액을 추징하여 추징 세액이 '21년의 27억 원 대비 5.3배 이상 증가하였다.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이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를 인정받아 실제로 연구개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R&D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탈세를 위해 불법 R&D 브로커에게 연구소 설립·인정, 연구 노트 작성 등을 의뢰하여 연구개발을 한 것처럼 꾸민 후 부당하게 R&D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기업도 다수 확인하였다. 치과 기공업을 하는 B·C·D·E 기업은 신고 시 자체 연구개발 활동에 지출한 인건비 수억 원에 관해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4개 업체 모두 연구개발 활동 여부가 불분명하고 동일한 컨설팅 업체와 거래한 것을 확인하는 등 불법 R&D 브로커를 통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활동 없이, 모두 타사의 논문, 특허 등을 단순 인용·복제한 것으로 확인하여 인건비 수억 원 비용 전액 부인하고 수천만 원 공제 세액을 추징하였다. 고용증대 세액공제 제도는 상시근로자 수가 전년에 비해 증가하면 최대 3년간 상시근로자 증가 인원 1명당 일정 금액(400만 원~1,200만 원)을 공제하는 제도이다.공제 대상은 호텔업·주점업 등 소비성 서비스업이 아닌 기업으로 상시근로자 수가 직전 연도에 비해 증가한 기업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용증대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2.9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아 2021년 대비 공제 세액은 1.6배, 공제 건수는 1.8배 이상 증가하였다.고용증대 세액공제의 경우 최초 공제 후 2년 이내에 상시근로자 수가 감소하면 감소한 인원만큼 공제받은 세액을 추징하고, 소비성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감면받지 못한다. 그런데 수수료만 챙기는 데 급급한 세무대리 업체에 의한 기획성 경정청구가 급증하면서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부당하게 환급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시 서초구에 소재한 FF 세무법인은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 BB 산업에 접근하여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받게 해 줄 테니 환급 세액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경정청구를 수임한 FF 세무법인은 '21년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20년에 근로기간을 1년 이상으로 계약한 근로계약서를 근로기간 1년 미만으로 위조하여 '20년 상시근로자 수를 감소시키는 등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21년 고용증대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경정 청구하였다. 국세청은 경정청구 거부처분 후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세무법인을 세무사법(탈세 상담 등의 금지) 위반으로 세무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절대로 가짜로 연구 자료와 고용 자료를 만들어 세금을 탈세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박영범

[EE칼럼]가짜 우클릭 에너지정책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였다. '잘사니즘'이라는 깃발을 걸고 작심한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달라진 것이 너무 없다. 물론 잘살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포장지만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에너지 부문에서는 그렇다. 우선 그는 “에너지 공급은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전과 깨끗'이 '안정성과 경제성' 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므로 적어도 문구상으로는 정상에 가까워진 것 같이 보인다. '안전과 깨끗'이 중요하다면 에너지가 끊기는 것보다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는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가 원칙 아닌 적이 없었다. '안전과 깨끗'이라는 얼토당토한 원칙을 내세웠던 것은 참으로 기발(?)하였다. 우선 안전하고 꺠끗하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그 깨끗이 친환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원자력을 배제할 이유는 없었다. 안전과 친환경은 별개의 차원인데 그걸 같은 잣대로 측정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원칙이 경제성의 앞에 놓인 것이다. 친환경이니 지속가능성이니 하는 측정되지 않는 모호한 원칙은 무도하게 휘두르면 제왕의 칼이 되는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서 경제성을 얼마나 희생해도 좋은지 알 수 없다. 전기요금이 지금의 3배 또는 5배가 되더라도 친환경적이어야 하는지 혹은 2배 정도가 한계인지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주장은 전기요금이 지금의 3배 또는 5배가 되어야 하는 주장이다. 경제성을 끝에 슬그머니 넣어놨지만 결국 대표연설에서는 “석탄 비중은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늘려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원자력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다.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정의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안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아무리 에너지 위기가 와도 부자나라는 필요한 만큼을 확보한다. 다만 비싸지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필요한 만큼을 확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에너지 위기는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지 부족이 아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애초에 비싸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통해서 싸지기 전에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즉 고장난 풍력발전기는 외국에서 부품이 들어오고 기술진이 방문해야 고칠 수 있다. 이미 고치는 비용이 더 들어서 방치되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있고 수명이 남아있음에도 전력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 태양광 패널도 넘쳐난다.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타당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전력생산지의 전력요금을 낮춰서 바람과 태양이 풍부한 신안, 영광 등 서남해안 소멸위기 지역들을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했지만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이 원자력발전보다 5배 이상 높은데 어떻게 전력요금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재생에너지 단지가 조성된 지역에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합니다."고 했는데 결국 송전망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인프라로 중요하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력망에 투자할 여력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 2020년 캘리포니아 정전과 2021년 텍사스 정전의 교훈이다. 전기요금을 마구 올릴 수는 없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주고나면 결국 어디선가 돈을 아껴야 하는데 그게 전력망을 확충하거나 보강하지 못하는 것이다.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은 넘쳐나는 돈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빚투성이이고 빚을 내어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이 이행된다면 국민이 내야하는 전력요금은 얼마가 될까? 그것이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수출경쟁력은 어떻고 또 전력사용이 높은 산업이 외국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이번에 발표된 에너지 정책으로 볼 때,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이 되기 싫은 듯하다. 젊은이들은 국채를 발행하여 마구 퍼쓰고 뿌려준다고 표를 주지 않는다. 25만 원을 줄 것이 아니라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불씨가 값싼 에너지이다. 정범진

[기자의 눈] 소액주주의 유상증자 반대, 기업은 귀 기울여야 한다

누구도 타인을 위한 '현금인출기'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최근 차바이오텍, 티웨이항공, 고려아연, 현대차증권, 테라사이언스, 이수페타시스 등 여러 기업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기업은 성장과 확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도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원인은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분이 희석되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유 지분율이 낮아진다. 이는 향후 배당과 의결권 행사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조달한 자금이 계열사 지원에 활용될 경우, 주주들은 자본 이득을 누리지 못한 채 지분 희석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과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계획에 주주들은 '왜 지금 유상증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기업의 재무상태는 유상증자 반대의 핵심 논거 중 하나다. 현대차증권은 재무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기존 현금흐름과 자금 운용 계획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주주들에게 설득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이 단순히 대규모 투자를 이유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반대는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다. 이는 기업 경영진에게 보다 투명하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일종의 견제다. 기업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신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주주 신뢰를 잃으면 향후 기업의 다른 경영 활동에서도 주주들의 협력을 얻기 어렵다. 기업의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와의 소통이 부실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결국 기업의 평판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주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소액주주의 의견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에 주주 반대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은 주주와 소통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해야 한다. 어쩌면 '과한 소통'이 기업과 주주의 '의견 일치'를 이끌어내는 가장 편한 방법일 수 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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