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폭우, 태풍, 한파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심화됨에 따라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 국제재판소들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국가들의 국제적 의무와 책임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27일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ITLOS)는 만장일치로 기후변화에 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소(小) 도서국위원회(COSIS)'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ITLOS는 해수 온난화(ocean warming), 해수면 상승(sea level rise),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를 포함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또는 발생 가능한 해양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방지, 경감, 통제하기 위한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의 구체적 의무를 명시했다. 특히, 재판소는 이러한 영향 방지를 위해 당사국이 '보통의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넘어서 '엄격한 상당주의 의무(stringent due diligence)'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가들이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국제해양법재판소의 권고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각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을 요구하는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법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월 29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청소년기후행동을 포함한 청구인들이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불충분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제기한 기후 소송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명시한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감축 목표'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안이 국내외의 비판을 받아온 점을 반영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제 기준에는 부합하는 듯하나 실질적인 이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을 병합해 심리한 결과이며, 특히 환경 단체와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아동과 청소년의 기본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국제해양법재판소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앞으로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있는 감축 목표와 입법적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