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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산업부, 한전-한수원 집안 싸움 방관…벌써 차기정권 눈치?

한전과 한수원의 집안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모자(母子)기업 관계인 한전과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 정산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은 협상을 하고 있지만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국제 중재 절차까지 준비하고 있어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관부처인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의혹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 처리 문제가 결국 국제 중재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 문제는 한전이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추가 비용을 발주처인 UAE원자력공사(ENEC)에 요구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한 한수원이 한전에 정산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한전은 UAE 측으로부터 추가비용을 받으면 정산해 주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한수원 지분을 100% 보유한 모기업이다. 또한 두 기업은 국내를 대표하는 전력과 원전 분야의 공기업이다. 이 때문에 양측의 문제는 쉽사리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수원의 추가 정산금 요청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해 양측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케 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국제 중재로 넘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양측은 로펌까지 선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아한 점은 두 공기업의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에는 산업부가 최상의 시나리오인 양측의 자체 협의를 위해 일단 지켜보는 과정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감한 사안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탄핵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원전 최강국'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집권하고 있었다면 자신의 국정 핵심 과제인 이 사안을 방치했을 리 없다"며 “연초부터 불거진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탄핵심판과 이로 인한 조기대선 가능성 때문에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 외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관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탄핵 정국은 공무원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면피 거리다. 공무원 입장에서 지금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며 “이 사안 뿐만이 아니라 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들도 민감한 이슈에 대해 탄핵 심판 이후나 아예 하반기로 미루는 분위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 사이에서 책임질 사안은 회피하는 현상은 오래된 문제다. 정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며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작은 것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원전 정책은 여야의 대립이 극심한 분야인 만큼 지금같은 시점에 공무원들의 적극적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과 한수원 모두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대해 산업부가 소극적 태도를 갖게 된 배경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맡았던 당시 산업부장관을 비롯한 수명의 공무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은 무죄판결이 났지만 공무원들로 하여금 특히 원전 등 민감한 정책과 이슈를 담당하기 꺼려하는 문화를 낳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고강도 감찰, 압수수색, 구속 수사 등으로 인해 공무원들 사이에서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고위급 공무원 인사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지난 정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원전 수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만큼 국익을 위해 양 사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한전과 한수원 간의 갈등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과 해외 원전 수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관련 부처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전 수출을 여야를 넘어 국가적 이익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치권에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사상 불이익 우려를 불식시켜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NG ‘온도차’ 뚜렷...한국-유럽 서로 달라

화석연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미국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비즈니스 확대 등 호조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 등지에서는 LNG 수입 축소 움직임이 보이는 등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화석연료 생산과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건설에 적용되던 각종 규제 완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1 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했던 논(Non)-FTA 국가들에 대한 LNG 수출 신규 터미널 승인 중단 절차 역시 즉각 재개할 것을 명령했다. 이처럼 현재 미국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왔던 바이든 행정부의 흔적을 지우고 그 자리를 전통에너지로 채우려는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빠르게 변화 및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은 LNG 산업이다. 미국산 LNG 산업 확대에 따라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도 성장의 물결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LNG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SK 이노베이션 E&S, SK가스 등 LNG 사업 기회 확대 및 수익성 향상 기대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 이노베이션 E&S의 경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사업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두드러지며 LNG 업체로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트럼프의 에너지 시대가 의미하는 것들' 보고서를 통해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LNG 전 밸류체인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SK 이노베이션 E&S의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정확히 정량화하긴 어렵다"면서도 “국내에서 LNG 발전소만 가동하는 민자 발전업체 또는 LNG 트레이딩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KOGAS 등 경쟁사 대비 프리미엄 차별화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상업생산이 개시되면 SK 이노베이션 E&SSMS 연간 130만톤의 LNG를 신규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업스트림 확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SMP 하향 안정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운스트림 사업의 안정적 이익을 유지하게 해주는 주춧돌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통한 레벨업과 LNG 업체로서의 재평가를 통해 회사의 긍정적인 발전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산업 양대 사업자 중 하나인 SK가스 또한 LNG 산업으로의 사업확장을 바탕으로 “양쪽 산업(LNG, LPG) 모두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기업으로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트럼프의 에너지 시대, 미국산 LNG 물량 증가에 따른 수혜가 전망된다는 기대다. 전유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울산GPS, KET 가동은 LPG 사업에 이어 LNG로 그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LPG 트레이딩 탑티어인 SK가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트럼프의 에너지 시대에서 LPG, LNG 양쪽을 유연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SK가스의 경쟁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은 가스수요 감소 정책과 재생 에너지 배치로 인해 작년 LNG 수입이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미국산 LNG 수입은 18% 감축하고 러시아산 LNG 수입은 19%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의 러시아산 LNG 수입의 85%는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가 차지했다. 에너지 경제 및 재무 분석 연구소(IEEFA)의 최근 업데이트된 유럽 LNG 추적 자료에 따르면, 유럽의 2024년 LNG 수요는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LNG 수입을 가장 많이 줄인 유럽 국가는 영국(전년 대비 47%), 벨기에(29%), 스페인(28%) 등이다. LNG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LNG 수입 용량은 2021년에서 2030년 사이에 60% 증가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IEEFA는 2030년 유럽의 재기화 용량은 평균 30% 활용률을 갖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원희 한국가스공사 연구원은 “2025년 국제 LNG 시장에서는 향후 장단기 수급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절기 말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 수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세계 경기 회복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세계 경제와 에너지 산업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들은 중단기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에 전반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 LNG 시장의 구조 변화와 수급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신규원전 최대 변수는 정권교체”…원전업계, 문재인 정부 탈원전 데자뷰 우려

정부가 11차 전기본을 확정하며 2038년까지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신규 건설키로 했지만, 원전업계에서는 여전히 변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신규 건설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는 탄핵정국과 대선 결과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건설은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권교체로 인해 정책 방향이 바뀌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정부에서 건설 중이던 원전도 무산시키려 한 적 있는데, 아직 부지도 정하지 않은 원전 무산은 더욱 쉬운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전 건설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정권교체로 인한 정책 변화가 큰 변수로 작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제1야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켰다가 여론과 업계의 반발로 재개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번에 정권을 잡으면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원전 건설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민주당은 더이상 탈원전이 아니다'라고 발언에 대해서도 “우클릭 대선용 발언일 뿐, 막상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11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신규원전 부지 선정 절차도 현재 탄핵정국과 대선 결과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선 결과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부지 선정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원전 2기의 부지가 확정되더라도, 정권교체로 인해 추가로 1기(+1) 또는 2기(+2)가 건설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모두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정권교체로 인한 정책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추진돼야 한다. 탈원전 논란을 더이상 반복해선 안된다. 에너지정책은 여야, 정권과 무관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원전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원전 기술의 혁신과 해외 시장 개척 등 실적을 통해 정권교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규원전 부지 대형은 영덕·기장, SMR은 대구·경주 거론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되면서 과연 신규 원전 부지로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원전 부지로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 SMR 부지로 대구와 경주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부지 확정을 위해서는 지자체 의지와는 별개로 지역 주민 설득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친 후 곧바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발표했다.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발전원별 설비 건설 계획을 담고 있다. 전기본은 첨단산업 신규투자와 데이터센터, 전기화 등의 영향으로 2038년 129.3GW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따라 신규 발전설비로 10.3GW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규 설비로는 대형원전(2기) 2.8GW, SMR(실증 1기) 0.7GW, 열병합 2.2GW, 무탄소경쟁 1.5GW가 들어가고 3.1GW에 대해서는 발전원을 유보하기로 했다. 유보된 발전원은 기본적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수소 혼소 또는 전소뿐만 아니라 SMR과 대형원전도 추가로 포함될 수 있다. 11차 전기본 발표 이후 과연 신규 원전 부지는 어디로 결정될 것인가가 가장 쟁점이 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는 신규 원전이 터부시 됐지만 최근 들어 원전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정부는 대형원전 2기에 대해 2026년까지 타당성 검토와 지역 주민 협의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하고, 2029년까지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절차를 완료한 뒤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2038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당장 이달부터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후보지를 물색하고, 지리적·환경적·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기초 조사로 지반·지질 안정성을 검토하고 현장 여건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형원전 부지로는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 등이고, SMR은 대구와 경주 등이 유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영덕은 과거 천지 1·2호기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됐다가 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백지화된 전력이 있는 곳이어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부산 기장은 영구정지된 국내 최초의 원전 1호기를 비롯해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위치한 곳이다. 원전에 대한 주민 이해도가 높고 추가 부지도 있어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전 정부에서 백지화 된 강원 삼척도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박상수 삼척시장은 “원전 해제 지역에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관련 용역을 곧 마무리하고 연말 착공에 들어간다. 원전 유치를 희망하지도, 들어올 공간도 없다"며 원전 유치를 일축했다. 대구는 SMR 유치에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SMR은 소형 규모이기 때문에 대규모 용수가 필요 없어 인근 군위댐과 낙동강 물로 해결할 수 있고, SMR의 무탄소 전력으로 2029년 대구경북 신공항을 비롯해 첨단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면 친환경 전력이 필요한 첨단기업들이 몰릴 것이라는 구상이다.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도 SMR 유치에 적극적이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 일대에 2030년까지 SMR 국가산단을 조성해 제조기업 유치는 물론 원전 관련 산업과 대학, 연구소, 공기업까지 들어서는 플랫폼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업계는 신규 원전 2기의 부지가 추가로 1기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로 확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무탄소 원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추가 원전 건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전기본에서 1기의 원전을 더 건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지금과 같은 대형 원전이 주요 전원이 된 것은 규모의 경제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원전의 규모가 계속 커졌고 같은 부지에 2기씩 짓는 방식이 표준화된 것이다. 실제 국내 기존 원전 부지를 선정할 때도 2기에서 6기까지 지을 수 있는 곳으로 검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 부지 선정을 위해서는 지자체 의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과 협조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자력소통센터장은 “신규원전 부지 선정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지역 주민의 동의다. 원전 건설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우려로 인해 반대 여론이 존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와 원전 업계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설명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지역 주민의 이해를 충분히 고려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스공사, 작년 영업익 3조 달성…민수용 미수금 14조 넘어

가스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3조원 달성에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판매량 감소 속에서도 해외사업 실적 개선 및 이자비용이 감소한 덕분이다. 다만 민수용 미수금은 더 많이 싸여 14조원을 넘겼다. 공사는 주배관 추가 건설 및 당진기지 건설 등으로 매년 1조8000억원이상을 계속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1일 공시를 통해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38조3887억원, 영업이익 3조34억원, 당기순이익 1조14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8%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3.3%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천연가스 판매량은 3419만톤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도시가스용은 1846만3000톤을 판매해 전년보다 0.7% 증가했으나, 발전용은 1572만7000톤을 판매해 3.6% 감소했다. 특히 발전용 가운데 한전발전사용은 537만3000톤으로 8.4% 감소했고, 민간발전사용은 1035만4000톤으로 0.9% 감소했다. 공사 측은 “직수입 발전량 증가로 공사의 발전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가는 △취약계층 가스요금 경감손실 감소 4198억원 △입찰 담합 승소금 1588억원 등 공급비용 정산금액 감소 4249억원 △용도별 원료비손실 감소 2533억원 △호주 프렐루드 및 모잠비크 코랄LNG 판매 증가 등 해외사업 영업이익 증가 1130억원의 영향을 받았다. 당기순이익은 이자율 감소 및 차입금 감소로 순이자비용 감소 1454억원, 투자자산 자산손상 감소 5370억원 영향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처럼 가스공사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지만, 한편으론 쓰라린 부분도 커졌다. 민수용 미수금이 더 커진 것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민수용 미수금이 1조367억원 증가하면서 자산규모가 전년보다 4149억원 증가했다. 부채는 환율 상승으로 차입금이 2591억원 증가했지만, LNG 구매량이 감소하면서 5855억원 감소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래 받아야 할 요금 인상분을 나중으로 미루고 대신 이를 회계상에 적어둔 계정이다. 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2023년 말 13조110억원에서 2024년 말 14조476억원으로 1조366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발전용 미수금은 1조9791억원에서 3810억원으로 1조5981억원 감소했다. 미수금은 받지 못한 돈이다. 가스공사는 쌓인 미수금만큼 현금이 부족해 결국 현금을 외부에서 빌릴 수밖에 없다. 차입금 규모는 2022년 43조1030억원에서 2023년 39조270억원으로 줄었다가 2024년에는 39조1149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가스공사는 향후 투자액으로 2025년 1조8916억원, 2026년 1조8323억원, 2027년 2조411억원, 2028년 1조6193억원으로 예상했다. 공사는 2026년까지 주배관 440km를 건설하고, 충남 당진 LNG기지에 2027년 5월까지 1단계 27만㎘ 4기 및 본설비, 2028년 10월까지 2단계 27만㎘ 3기 및 부대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11차 전기본 확정…신규원전 2026년 부지 확정, 2038년 준공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23년 7월 수립 착수 이후 1년 7개월만에 최종 확정됐다. 최대 쟁점인 원전은 대형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를 신규 건설하기로 확정하고, 대형 원전 1기는 유보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위해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발전원별 설비 건설 계획을 담고 있다. 전기본은 첨단산업 신규투자와 데이터센터, 전기화 등의 영향으로 2038년 전력수요를 129.3GW로 전망했다. 수요관리는 16.3GW로 목표로 했다. 이에 따른 2038년 목표 발전설비는 157.8GW로 예상하고, 이를 위해 신규 설비로 10.3GW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규 설비는 △2031~2032년 열병합 2.2GW △2033~2034년 유보 1.5GW △2035~2036년 소형모듈원전 0.7GW 및 무탄소경쟁 1.5GW △2037~2038년 대형원전 2.8GW 및 유보 1.6GW 등이다. 2031~2032년 신규 열병합발전 2.2GW는 LNG 용량시장을 통해 선정할 예정이며, 2024년 말에 실시된 시범입찰을 시작으로, 올해 중 본입찰을 추진할 예정이다. 2033~2034년 유보 1.5GW는 12차 전기본에서 발전원을 결정한다는 계획으로, 수소혼소 전환 조건부의 열병합 또는 무탄소 물량으로 채울 예정이다. 2035~2036년에는 소형모듈원전 실증 0.7GW를 준공하고, 무탄소경쟁 1.5GW는 수소전소, 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전 등 입찰경쟁을 통해 정할 예정이다. 2037~2038년에는 APR1400 기준 대형원전 2기를 반영하고, 나머지 물량은 차기 전기본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전기본의 최대 쟁점은 신규 원전 건설과 재생에너지 비중이었다. 정부는 신규 원전으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실증 1기를 건설키로 확정하고, 대형원전 1기는 유보하기로 했다. 신규 대형원전은 내년까지 부지를 확정하고, 2029년까지 관련 인거하를 완료한 뒤, 2038년까지 건설 및 준공을 완료할 계획이다. 원전업계에서는 +1기의 원전 건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원전 2기의 부지가 추가로 1기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로 확보될 것"이라며 “차기 계획에서 1기 이상의 원전을 더 건설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2038년 발전량 비중은 원전 35.2%, 석탄 10.1%, LNG 10.6%, 재생에너지 29.2%, 청정수소암모니아 6.2% 등이다. 원전,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등 무탄소 전원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11차 전기본은 지난해 초안이 공개된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날 최종안이 마련됐다. 원전 건설과 관련해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으나, 산업부가 대형원전 2기를 확정하고 1기는 유보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와 원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며, 최종안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를 위한 방안이 반영됐다.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인한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2030년대 중반까지 대형원전의 탄력운전 상용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탄력운전은 원전이 전력수요 변동에 따라 출력을 조절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야당과 환경단체 일각에서는 탄핵정국 끝에 정권이 바뀔 경우 12차 전기본에서 기존 계획이 대부분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전 건설과 관련된 지역 주민의 반발과 환경단체의 우려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부하와 ESS 기술의 상용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환경부 급속충전요금이 시장 왜곡”…충전업계, 요금 인상 눈치싸움

전기차 급속충전 민간사업자들이 요금 인상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업계 기준이 되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환경부의 전기차 급속충전요금 수준으로는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공공부지를 무상으로 임대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책정한 요금은 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전기차 급속충전업계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3위 SK일렉링크는 다음달 18일부터 급속충전요금을 회원가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385원에서 430원으로 11.7%(45원) 인상할 예정이다. SK일렉링크가 보유한 급속충전기는 지난해 기준 총 4273기이며, 이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 서울시 일부 등의 약 2000여기는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일렉링크가 인상한 요금이 적정가격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 급속충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급속충전요금은 충전기 7년을 가동해도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5~6년차에는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요금을 kWh당 400원 정도에서 시작해서 연평균 5~6% 정도 올려야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사업자들이 급속충전요금을 올리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환경부(한국자동차환경협회)의 급속충전요금이 시장 기준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급속충전요금은 지난 2022년 9월 kWh당 324.4원에서 347.2원으로 인상된 이후 2년 넘게 동결돼있다. 환경부는 급속충전요금을 인상하면 전기차 보급이 위축될까봐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환경부는 고속도로 등 공공부지를 무상으로 임대받고 있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환경부는 2024년 기준 전기차 충전시장에서 점유율 18.4%로 1위이다. 환경부는 본래 급속충전기를 민간에 이양하려 했으나 잠정 보류했다. 민간에 이양하면 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 급히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환경부의 정책이 오히려 전기차 충전시장을 왜곡시켜 전기차 보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지적한다. 민간사업자들은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는 충분한 마진을 얻을 수 없어 투자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급속충전사업 입찰에 참여할 때 환경부 요금보다 높게 제시하면 감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했거나, 자본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은 환경부보다 급속충전요금을 높게 정하고 있다. 환경부 347.2원보다 높은 곳은 채비(385원), SK일렉링크(385원), 이브이시스(380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서(371원), 이지차저(350원) 등이다. 하지만 전체 민간 충전업체 67곳 중 42곳은 환경부랑 같거나 저렴하게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업체들을 더욱 영세하게 만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급속충전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정부지원을 받는 충전요금으로 민간사업자들과 경쟁하면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환경부의 급속충전요금이 당장 400~420원 사이로 올라줘야 민간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대로면 일부 업체들로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음료용기 재생PET 사용의무화 추진…“가격 인플레 불러올 것”

정부가 음료 페트병에 재생 원료(PET)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음료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생 PET는 일반 PET보다 단가가 50% 더 비싸 결국 음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 PET 공급망이 아직 불안정한 점도 있어 사용 의무화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자원순환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 법령 개정안을 통해 2026년부터 음료업체가 사용하는 PET병의 10% 이상을 재생 PET로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롯데케미칼, TK케미칼 등 원료 생산업체만 재생 PET 사용 의무가 있었지만, 최종 제품 생산 기업이 이를 사용하지 않아 실효성이 낮았다는 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 공포될 예정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출고 제품에 적용된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국내 재생 PET 사용량을 늘리고, 국제 환경 규제에 맞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재생 PET 확대가 환경 보호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업들은 비싼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환경부 브리핑에 따르면 신재(일반) PET 가격은 kg당 약 1300원, 재생 PET 가격은 kg당 약 1900원으로 5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5000톤의 PET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은 추가 비용만 약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매년 물류비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생수 및 음료 가격이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더 비싼 재생 PET를 써야 하는데, 기업이 이 비용을 전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국내 재생 PET 사용 확대를 위해 무색 PET병뿐만 아니라 혼합 수거된 PET병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재생 PET 상당량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어 실제 국내 공급이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국내 수요를 늘려 재생 PET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여전히 신재 PET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재생 PET 공급량은 충분하며, 2026년 10% 의무 사용을 도입했을 때 약 2만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기업들이 재생 PET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면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구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비싼 재생 PET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를 어겨도 부과되는 벌금이 최대 200만~3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재생 PET 사용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기업들은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업들이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재생 PET를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서는 과태료가 지나치게 낮아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그 비용이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돼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기업 지원 정책을 마련하거나, 재생 PET의 가격을 낮출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생 PET 의무화를 시작으로 자동차 내장재, 화장품 용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가격 상승과 공급 안정화 문제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분석] 고준위법 소위 통과, 급한 불 껐지만 계속운전은 불투명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며 국회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다만 원전업계에서는 이대로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현 정부와 업계의 숙원이던 원전의 수명연장(계속 운전)이 불투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포화가 임박한 원전들의 저장시설 건설과 장기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 해결은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원전의 장기적 운전에는 큰 제약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고준위 특별법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위 특별법은 기본적으로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의 중간 및 영구 저장시설 구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관한 내용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에는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이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전의 수명연장을 전제로 저장시설 용량을 정하자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정국은 물론 여소야대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포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통과가 시급한 현실과 맞물려 여당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부터 줄곧 “원전 확대 일변도인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기에,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은 원전의 당초 설계수명 이내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한 원전 전문가는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저장량과 향후 발생 예측량을 계산하면 원전의 계속운전은 10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로 원전의 장기적 운전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소야대 국면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상황이 바뀌기 어려운 만큼 수명연장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며 “기존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로 인한 가동중단을 막고 신규 원전을 확보한 것이 그나마 성과"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 전이던 지난해 11월 원전 계속운전 허가 단위를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정 주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로 사실상 원전 계속운전 허가연장 방안은 무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법안 통과로 당장 2030년 임시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한 원전들의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건설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습식 저장조가 포화되는 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의 포화가 임박해 저장 시설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한빛원전 78.7%, 한울원전 76.3%, 고리원전 87.6%, 월성원전 76% (중수로 건식저장시설 포함)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은 한빛원전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습식저장조의 포화 이전에 각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할 계획을 추진해왔다.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은 포화 임박 예상 시점인 2030년 전까지 완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법안은 그동안 미비했던 고준위폐기물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고준위폐기물 처분 사업을 추진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구를 설립과 처분장 후보지 선정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수 조건이 될 예정이다. 아울러 후보지 선정은 과학적·기술적 기준에 따라 진행되며,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폐기물 처분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원자력발전소 운영 기업의 부담금으로 조성된다. 재정 운영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국회와 감사원의 감독을 받는다.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을 위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처분장 운영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변 지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다. 아울러 고준위폐기물 관리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의 건설부터 운영, 폐쇄 후 관리까지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 처분장 폐쇄 후에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이번 고준위 특별법 통과로 고준위폐기물 관리 문제에 대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원전의 장기적 운전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게 됐다"며 “원전의 수명연장과 계속운전 허가 연장 문제는 향후에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원전 업계와 정부는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고준위폐기물 관리와 원전 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막힌 혈 뚫렸다…‘에너지 3법’ 산자위 소위 통과

전력망법, 고준위법, 해상풍력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이 드디어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진 만큼 상임위 전체회의와 본회의까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3법과 연계돼 논의되고 있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곧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7일 법안소위를 열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에너지 3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여야에서 꾸준히 발의됐지만 세부 사항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번번이 상임위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출범 직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업계가 꾸준히 여야 의원들을 설득한 끝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에너지 3법은 여야 합의를 통해 소위를 통과한 만큼 오는 19일 전체회의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보고와 함께 통과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동안 에너지업계와 여야는 에너지 3법이 제정돼야 11차 전기본 국회보고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산자위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통과됐다는 것은 이미 여야 합의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전체회의에서도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며 “민생법안인데다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추진을 위해 11차 전기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여야가 양보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3법이 국회 소위에 이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신규 건설이 이전보다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차 전기본에는 대형원전 2기와 소형원전 1기 및 대규모 재생에너지 신규 구축 내용이 들어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제정되면 전력망의 신속한 확충이 가능해진다. 수년 전부터 이미 완공된 석탄화력, 태양광, 풍력발전기들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계통 접속 불발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었다. 아울러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과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에너지 믹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도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준위 방서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내외부 저장 규모, 영구적 처분시설과 중간 저장시설 건설에 필요한 제반사항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고준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신규 원전은 물론 원전 10기 계속 운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여야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놓고 대립해왔다. 정부와 여당은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정할 것을 주장했고, 야당은 원전의 최초 설계수명이 종료되면 저장용량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통과가 미뤄졌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 통과로 당장 포화로 인한 가동중단을 막고, 수명 만료가 도래한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도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무엇보다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원자력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방사성폐기물의 안정적 관리에도 착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특별법'의 통과로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입지를 선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복잡한 규제로 인해 지연됐던 국내외 업체들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추진을 가속화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기존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설비들이 계통부족으로 송전제약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위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법안 통과와 함께 전기본도 곧 확정돼 송전망 확충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업계의 투자와 사업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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