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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 khc@ekn.kr
美 관세 충격…90일 ‘골든타임’ 어떻게 보낼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산업계는 유례없는 통상 충격에 직면했다. 이후 90일의 유예 기간이 부여됐지만, 이는 제도적 면제가 아닌 전략적 대응을 위한 제한된 '골든타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정부와 주요 산업계는 이 시간을 '충격 최소화'와 '사후 대응력 극대화'를 위한 결정적 기회로 보고, 외교 채널 가동, 공급망 정비, 관세 예외 신청 준비 등 다층적 대응에 착수했다. 12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관세 발효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됐으며,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해 적용됐다. 산업계는 이 90일은 사실상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조치 실행의 유예기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기간 집중해야 할 분야로는 △대미 로비 강화 △공급망 유연화 △HTS 코드 재검토 △관세 환급제도 활용 △관세 예외 신청 준비 등 즉각 실행 가능한 조치 중심으로 분석된다. 유예 기간 중간에라도 추가 제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산업계는 순차가 아닌 병렬적 조치에 나설 필요가 강조된다. 가장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항목으로는 HTS 코드(미국 관세 품목 분류번호)의 정비작업이 꼽힌다. 같은 제품이라도 코드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명확한 코드 적용은 불필요한 고율 관세를 유발할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분석된다. 관세율이 다른 유사 코드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고, 법률·관세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재분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첫 숙제다. 같은 제품이라도 세관에서 어떤 코드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장비를 '노트북 부품'으로 보느냐, '일반 전자기기'로 보느냐에 따라 수천만 원의 관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정확한 코드가 무엇인지 세관과 이견이 생기면, 그 사이 물건은 항구나 공항에 묶인다. 이에 미국 관세 당국과 협조를 통해 제품의 수출입 품목의 사양을 확인하고 코드를 조정해야 하는 업무가 유예 기간 중 가장 먼저 할 일로 북가 중이다. 이어 선적 일정 조정·재고 확보 등 공급망 기민화도 필수적인 조치로 떠오른다. 관세 부과 시점 이전에 선적을 마치거나, 미국 내 물류창고에서 재고를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관세 적용 시점을 유리하게 조정하는 전략이다. 제품 특성과 물류에 걸리는 시간, 창고 확보 여부 등에 따라 차별적 전략이 요구되는 분야다. 관세 적용에 따라 물건이 시급하게 이동해야 할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공급망을 미리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 밖에 해외무역지대(FTZ·Foreign Trade Zone) 활용 가능성도 이 기간 집중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FTZ란 미국 세관당국의 관할 구역 밖으로 간주되는 미국 입국항구 내 또는 인근에 위치한 물류 지점을 말한다. 미국 내 FTZ를 활용하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납부를 연기하거나, 재수출 시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특히 중간재를 미국에서 조립하거나 가공한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에서 효과적이다. 이어 관세 환급제도(Duty Drawback)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품목들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지저도 있다. 일정 품목의 경우, 수입시 납부한 관세를 사후에 환급받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한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정과 같은 전통적인 FTA 논리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해왔는가'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전략적인 조치를 준비할 수 있는 사전 점검의 시간으로 유예기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WTO 제소나 장기적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효성 높은 조치를 먼저 병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유예 기간 중에 관세 예외 확보, 코드 조정, 로비 전략 등에서 1차 성과를 내지 못하면 향후 조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D램 왕좌의 교체] 10년 베팅한 HBM…SK하이닉스의 승부수

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 세계 D램 시장 매출 기준 1위에 오른 배경에는, 10년 넘게 이어진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전략이 있다. 삼성전자가 범용 D램 중심의 생산 확대에 집중하던 시기, SK하이닉스는 HBM에 대한 장기 투자를 이어왔고, 2024년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본래 현대전자의 반도체 부문으로 출발했다. 1999년 LG반도체를 통합하며 몸집은 커졌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부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며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이후 파운드리 사업 정리와 매각 무산 등을 겪으며 수년간 생존 중심의 경영이 이어졌고, 구조조정도 반복됐다. 2012년 SK그룹의 인수를 계기로 자본 기반이 안정되면서 장기적 기술 투자 여건이 마련됐고, 이때부터 고부가 메모리인 HBM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TSV(Through-Silicon Via) 기반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이듬해 AMD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HBM 설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3년 12월에는 TSV 기반 1세대 HBM 프로토타입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기술 기반을 다졌고, 이후 HBM2, HBM2E, HBM3까지 연속적으로 개발을 이어갔다​. 이어 2023년 하반기, 하이닉스는 HBM3E 제품의 품질 검증을 완료하고, 2024년 3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기반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10년이 넘게 진행된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 삼성전자(20% 이하 추정)를 크게 앞섰다​. 하이닉스는 MR-MUF(Molded Reflow Underfill) 공정을 통해 고적층 제품의 발열과 수율 문제를 해결했고, 검증된 1b 공정을 채택해 안정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2024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HBM3E 품질 테스트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하이닉스는 이미 공급 체계를 구축해 엔비디아·AMD·TSMC 등과 협력을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성공 이후 수익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에 이른다. 이는 일반 D램 대비 가격이 수 배 이상 높은 고부가 제품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4년 약 5조 원 규모였던 HBM 시장이 2029년에는 50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D램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의 현재 점유율 70%를 유지할 경우, 수조 원 단위의 신규 수익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025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5년 3~6월 사이에는 HBM4 샘플 제품을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며, 12단 적층을 기본으로 인터포저 설계와 발열 대응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HBM4는 성능뿐 아니라 TSMC·AMD 등과의 패키징 연계 전략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턴키 방식보다는 고객 맞춤형 모듈 구성과 외부 파운드리와의 협업 모델을 강화하고 있으며, TSMC와의 인터포저 개발 연계가 HBM4 공급 확대의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제품'보다는 '패키지 안에서 어떤 조합을 고객이 원하는가'를 중심으로 설계한다"며 “HBM4에서도 기술과 상업성의 균형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D램 왕좌의 교체] 초격차의 배신…삼성은 왜 밀려났나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고성능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기술 리더십에서도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D램 출하량(bit 기준)에서는 삼성이 SK하이닉스를 여전히 앞서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매출 역전이 발생한 상황이다. 삼성은 HBM3E 주요 고객사 테스트에서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로 인증이 지연되면서 수주에서 밀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BM3E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HBM 제품군 중 가장 높은 대역폭과 용량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말 HBM3E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4년 상반기부터 본격 공급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도 HBM3E 양산을 예고했지만, 고객사 인증 단계에서 납기 지연과 발열 문제로 납품 일정이 미뤄졌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삼성의 HBM3E 제품은 엔비디아 공급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인증 재도전 중이다. 초기 시장 진입이 매출과 고객 신뢰 모두에 영향을 주는 HBM 시장의 특성상, 인증 지연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상업적 타격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선제 투자와 미세공정 리더십을 바탕으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해왔다.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먼저 양산하는 전략으도 30년이 넘게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HBM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수익성이 불확실하고 고객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HBM 개발 인력이 2019년 이후 축소됐다는 업계의 증언도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09년부터 HBM 기반 TSV 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했고, 제품 완성도와 적기 대응력 모두를 확보했다. 생성형 AI 붐이 일었던 2022~2023년, 엔비디아는 자사 GPU에 탑재할 고품질 HBM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메모리 업체들과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때 SK하이닉스는 HBM3E 제품을 가장 먼저 인증받고 2024년 상반기부터 공급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같은 제품에서 발열과 전력 문제 등으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공급이 지연됐으며, 현 시점까지도 엔비디아 공급 승인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고객사와의 신뢰 확보, 시장 내 평판 형성 측면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친 셈이다. 이는 기술보다는 조직과 전략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D램에서 쌓아온 기술·공정 역량을 HBM에도 적용할 수 있었지만, 조직 내 의사결정은 기존 범용 D램 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세 공정·수율 중심의 성과 평가 체계가 신기술 대응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또한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두 갖췄지만, 내부 협업 구조는 하이닉스보다 경직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가 TSMC와의 외부 협력을 통해 로직 다이, 패키징 등에서 유연하게 대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HBM은 단순한 D램 기술이 아니라 로직·패키징이 결합된 종합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협업 속도 자체가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된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삼성은 내부에서 D램 중심의 사업 판단 구조가 강했고, HBM의 시장성을 충분히 신속히 인식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경쟁사는 외부 고객과의 개발 협력을 통해 HBM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한 반면, 삼성은 자체 양산 최적화에 초점을 두며 속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현재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4 개발도 추진 중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1c 공정 기반 HBM4를 선보이고, 메모리·로직·패키징을 결합한 '턴키(turn-key) 솔루션'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 안정성과 고효율 공정을 바탕으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HBM4와 이후 세대까지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명운을 걸 도전과제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D램 왕좌의 교체] 32년 만의 반전…드디어 삼성을 넘어선 ‘SK’

삼성은 32년간 메모리 시장을 지배해온 존재였고, SK하이닉스는 늘 그 뒤를 따라가던 후발주자였다. 그런데 2025년, 순위가 바뀌었다. 삼성의 D램 매출을 SK하이닉스가 넘어선 것이다. 숫자 하나 바뀐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시장은 달라졌고, 기술의 조건도 바뀌었다. AI 시대가 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양산보다 납기, 속도보다 검증, 점유율보다 신뢰가 중요해졌다. 그 중심에 있는 HBM 기술은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열쇠가 됐다. 삼성은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타이밍을 놓쳤고, SK하이닉스는 10년 넘는 준비 끝에 반격에 성공했다. 질서가 바뀐 시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단서들을 모았다. /편집자주 2025년 1분기,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의 상징과 같던 'D램 1위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제친 것이다. 지난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34%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앞지르며 사상 첫 1위에 오른 수치다. 1992년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를 밀어내고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32년 만에 처음으로 왕좌가 바뀐 것이다. 이같은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신기술이 있다. HBM은 기존 D램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메모리로, 주로 AI 반도체(GPU)에 탑재된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 모델의 확산으로 고성능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부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 HBM 시장에서 무려 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전체 D램 판매량(bit 기준)에서는 삼성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HBM이라는 고단가 제품에서의 압도적 우위로 매출 1위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H100, H200, B200, B300 등 최신 GPU 제품군에 HBM3 및 HBM3E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범용 D램 비중이 높고, HBM 매출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구조 자체가 '양보다 질' 중심으로 바뀌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했고,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변화에 느리게 대응한 결과로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과거 메모리 시장의 경쟁은 출하량(bit 기준)과 원가 경쟁력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GPU와 함께 메모리 성능이 병목현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핵심이 된다. GPU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고대역폭·저전력·고신뢰성의 메모리가 필수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HBM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HBM은 기존 D램보다 가격은 3~5배 높지만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D램 시장에서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AI 시대에 최적화된 기술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HBM을 얼마나 잘 만들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객에 공급할 수 있느냐가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수십 년간 '초격차 전략'을 통해 메모리 시장을 독주해왔다. 자체 기술 개발, 대규모 투자, 미세 공정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위기에도 감산 없이 생산을 늘려 시장을 장악하던 방식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를 거쳐,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며 간신히 생존 기반을 마련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HBM이라는 고위험·고수익 기술에 10년 넘게 묵묵히 투자했고, AI 시대라는 기술적 지형 변화에 가장 먼저 준비된 기업으로 부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일회성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역시 기술 투자를 강화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HBM·AI라는 새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은 현재 SK하이닉스에 이견이 없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패권은 시장의 패권을 바꾼다“며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하이닉스, D램 세계 1위 등극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전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3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메모리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부문에서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2위는 삼성전자로 점유율 34%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론은 25%로 3위다. 카운터포인트는 2분기에도 현재의 시장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 최정구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SK하이닉스가 HBM 메모리에 대한 강한 수요 속에서 D램 공급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HBM D램 칩 제조는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지만, 이를 초기부터 성공적으로 생산해온 기업들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민성 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 관세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HBM D램의 향방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AI 수요가 견조해 관세 충격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 HBM의 주요 공급처가 AI 서버라는 점에서 이 시장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특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웨이퍼 명가 ‘SK실트론’ 매각 검토…한앤컴퍼니 인수 유력

SK그룹이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계열사인 SK실트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70.6%로, 이 가운데 직접 보유한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확보한 19.6%가 포함된다. SK그룹은 실트론 매각 이후에도 SK하이닉스와의 기존 거래 관계는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복수의 사모펀드와 SK 측의 접촉이 진행 중이며, 유력 인수 후보로는 한앤컴퍼니가 거론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거래 규모는 약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SK㈜는 실트론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1983년 LG반도체 소재사업부로 출발해 LG실트론으로 분사됐고, 2017년 SK㈜가 6200억원에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SK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2019년까지 잔여 지분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SK㈜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실트론의 2024년 말 기준 실적은 매출 8443억원, 영업이익 1306억원, 당기순이익 1129억원이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지나 반등세를 보였던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 회복세가 나타났으며, 2024년 들어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함께 웨이퍼 수요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 경쟁사는 일본의 신에츠, 섬코(SUMCO),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 등이며, SK실트론은 글로벌 웨이퍼 시장 점유율은 약 10% 안팎으로 3위권이다. 300mm 실리콘 웨이퍼 외에도 SiC(실리콘카바이드)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소재 개발도 병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SK실트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다. 2024년 SK실트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닉스를 포함한 특수관계자 대상 매출은 총 305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6.1%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기간 SK실트론으로부터 웨이퍼 등 원재료를 매입한 내역을 별도로 사업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양사는 계열 관계를 활용해 공급 안정성과 맞춤형 기술 개발 협업을 진행해 왔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 필요한 300mm 웨이퍼를 일정 비율 SK실트론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수율 향상과 품질 개선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시너지를 확보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이후에도 장기 공급계약(Long-Term Agreement) 등의 형태로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 간 거래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트론이 하이닉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매수자 입장에서도 기존 고객과의 계약 유지가 매각 성사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번 매각은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K는 최근 몇 년간 수소·배터리·AI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은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SK렌터카, SK쉴더스, SK넥실리스 일부 사업부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외부 투자 유치나 매각이 진행됐거나 추진 중이다. SK실트론은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계열사이지만, 공급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이라면 소유권을 유지할 필요는 낮다고 그룹은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트론은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 자회사로, 일정 수준의 자금 회수 목적에도 적합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매각이 완료될 경우 SK㈜는 약 3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이 자금은 AI·소재·에너지 플랫폼 등 SK그룹의 중장기 전략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SK㈜의 부채비율은 86% 수준이며, 실트론 매각을 통해 5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그룹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사업보고서 및 업계 다수의 정황을 종합할 때, SK실트론의 지분 정리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김승연 한화 회장, 1분기 주식재산 45% 급증

한화 김승연 회장의 주식재산이 올해 1분기에만 45% 넘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 43명의 전체 주식재산은 총 181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가치가 상승한 총수도 다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며 명암이 갈렸다. 한국CXO연구소는 9일 '2025년 1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 3월 말 기준 상장사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는 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주식 보유 방식은 상장사 직접 보유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했다. 43명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해 1월 초 57조9212억원이었으나, 3월 말에는 57조7401억원으로 줄었다. 감소 규모는 1810억원으로 하락률은 0.3% 수준이다.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27명이었고, 하락한 총수는 16명이었다. 1분기 중 가장 높은 주식재산 증가율을 기록한 인물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5175억원에서 7552억원으로 2376억원 이상 증가하며 45.9% 상승률을 보였다. 한화 보통주 주가가 2만7050원에서 4만950원으로 3개월 새 51.4% 급등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30일 보유 중인 한화 보통주 약 848만8970주를 세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외에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39.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35.6%↑), 이순형 세아 회장(33.9%↑) 등도 주식재산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가 상승 영향으로 주식가치가 1474억원에서 2054억원으로 580억원 이상 늘었다. 박 회장은 1815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이 회장은 1357억원에서 1816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총액 기준으로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총수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었다. 방 의장의 주식가치는 2조5816억원에서 3조971억원으로 5155억원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같은 기간 11조9099억원에서 12조2312억원으로 3213억원 증가해, 조사 대상 총수 중 유일하게 주식재산 10조원을 넘긴 인물로 확인됐다. 반면 주식가치가 크게 하락한 총수들도 다수 있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인물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었다. 서 회장은 1월 초 10조4309억원이었던 주식재산이 3월 말에는 9조7770억원으로 줄며 6537억원 감소했다. 셀트리온 보통주 주가가 18만3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도 같은 기간 1조489억원에서 8115억원으로 2373억원(22.6%) 감소하며 '1조 클럽' 밖으로 밀려났다. 방 의장은 넷마블 주식 2072만9472주를 보유 중이지만, 1주당 주가가 5만600원에서 3만9150원으로 하락하면서 주식가치가 크게 줄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4조2912억원에서 3조7982억원으로 4930억원 줄었고,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도 1조7985억원에서 1조5233억원으로 2752억원 감소했다. 이밖에도 장형진 영풍 고문(18.6%↓),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12.6%↓), 구광모 LG 회장(10.5%↓)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15명으로, 올해 초보다 1명 줄었다. 주식가치 상위권은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2312억원) △2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9조7770억원) △3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4조1249억원) △4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7982억원) △5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3조971억원) 순이었다. 이외에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6334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6851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6212억원) 등도 '1조 클럽'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은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1조9152억원으로, 이재용 회장에 이어 국내 2위 주식부자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공식 총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그룹 총수 대상 조사에서는 제외됐다. 한국CXO연구소는 이번 조사가 상장사 주식을 직접 보유한 지분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한 것이며, 이러한 조사 방식에 따라 주식평가액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난해 국내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140여 개 주식종목 중 올해 1분기에 주가가 오른 곳이 내린 곳보다 다소 많았지만, 눈에 띌만한 증가세는 아니었다"며 “올 2분기부터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도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지주 CP 조달 1조 한숨 돌렸지만…단기 자금 의존 심화

롯데지주가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 조달을 대폭 늘리며, 차입금의 만기구조가 급속도로 단기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CP 순발행 규모만 86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 발행한 장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 CP 잔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성 자금으로 유동성을 충당하는 구조가 뚜렷해진 셈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롯데지주는 매달 대규모 CP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1월 600억원, 2월 3500억원, 4월 들어 다시 4500억원 규모 CP를 신규 발행했다. 이 중 4월에 발행분은 은행매입약정한도가 체결되어 있는 CP로서 3개월 단위로 차환발행하는 은행차입금의 성격이다. 3월에는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발행을 일시 중단했지만, 2분기 시작과 동시에 조달이 재개됐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올 들어 CP 순발행 규모는 8600억원 수준이며, 여기에 지난해 말 발행된 장기 CP 약 1200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발행잔액은 9800억원 규모다. 이 중 이번 분기에만 51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달 3000억원, 다음달 2100억원의 상환이 예정돼 있다. 반면, 롯데지주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000억원에 불과해 지속적인 상환 부담과 맞물려 단기 유동성 대응 여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2~4월 기준 91일물 CP 평균 금리는 3.2%대에서 2.9%대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AA- 등급 회사채 금리도 함께 하락했지만,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낮고 진입장벽이 낮은 CP 시장을 선택했다.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롯데지주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27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CP 조달의 단기성 구조로 인해 상환·재발행이 반복될 경우 계속해서 누적될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롯데 측은 상환이나 이자가 부담되더라도 조달의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통상 롯데지주는 매년 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가 하락하는 중에도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금리 조건이 아니라,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리스크 요인이 자리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6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AA-)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한 바 있다. 정기평가 결과에 따라 A+로 한 노치 강등될 경우, 시장의 평가는 급변하게 된다. AA-와 A+는 단지 1등급 차이지만 시장에서는 각각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으로 간주되며, 투자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롯데지주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롯데건설도 '부정적' 등급을 유지 중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조달 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화학·건설 계열사들의 신용 리스크가 지주사의 등급 평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신용 리스크는 회사채 발행 실패 가능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투자자들은 수익률보다 신용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발행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CP 시장을 통한 조달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CP는 구조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이라는 점이다. 회사채가 보통 2~3년 이상의 장기물인데 반해, CP는 3개월~1년 내외의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수시로 롤오버(차환)가 필요하다.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신용이슈가 부각될 경우,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곧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롯데지주는 지난 2월 말 3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CP로 상환했고, 최근에는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관련한 유상보전 리스크도 떠안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를 추진 중이지만, 2017년 프리IPO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등 FI에 최대 2931억원 규모의 차액 보전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중 상당액을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CP는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대규모로 운용되면 만기 집중도가 커져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최근처럼 금리 자체는 낮은 시기라도, 그룹 차원의 현금흐름 약화와 맞물릴 경우 유동성 압박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29억 체납에 795억 주식 압류된 류광지 금양 회장

류광지 금양 회장이 보유 중인 금양 주식 중 액수로 약 800억원에 가까운 지분이 부산진구청에 의해 압류된 사실이 확인됐다. 체납 사유는 지방세 미납이다. 확인된 체납액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의 주식이 압류됐다. 금양의 주식이 현재 거래 정지 상황이라는 점이 압류 규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식 압류로 류 회장은 회사의 지배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부산진구청은 류광지 회장이 보유한 금양 주식 803만1103주를 압류했다. 이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12.5%에 해당하며, 거래정지 직전 주가(주당 9900원)를 기준으로 약 795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금양 측에 따르면 류 회장은 현재 국세 314억원과 지방세 29억원을 체납 중이다. 이번 주식 압류는 지방세 체납에 따른 것이다. 국세징수법 제53조는 원칙적으로 체납액을 기준으로 압류하되, 국세보다 우선하는 담보권 등이 설정돼 징수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 전액을 압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방세기본법에서도 준용하는 내용이다. 이미 류 회장이 보유한 금양 주식의 상당수는 금융기관 담보 등으로 제한 물권이 설정돼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압류 가능 주식 전량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양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류 회장은 총 1413만1724주(22.09%)의 금양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67만6103주(약 75.5%)가 담보 또는 압류 상태에 있으며, 법적 제한 없이 처분 가능하거나 의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은 345만5621주(전체 발행주식의 약 5.4%)다. 현재 류 회장이 체납 중인 국세에 대해서는 금양에서 받아야 할 대여금 중 209억원의 채권자가 류 회장에서 국세청으로 변경된 상태다. 국세청이 이미 금양에 대한 대여금의 채권자로 등재된 상태다보니, 부산진구청은 류 회장의 주식에 대해 별도로 압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납자 보유 자산 중 국세청이 먼저 채권을 확보한 만큼, 남은 주식이 지방세 회수 수단이 된 셈이다. 류 회장이 세금을 체납하게 된 이유는 보유 주식을 매도한 뒤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회사에 대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류 회장은 본인 명의로 보유하던 금양 주식을 매도했고, 확보한 매도대금 전액을 금양에 단기대여금 형태로 제공했다. 당시 금양의 주가는 8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중이다. 총 525만5255주를 팔아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만들어 회사에 대여했다. 해당 자금은 금양의 공장 건설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게 그동안 금양 측의 입장이다. 문제는 매도차익에 따른 세금을 위한 별도 자금은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신 대여한 자금의 이자를 수취해 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나 금양의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겪으면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자는 물론 대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서, 류 회장은 납세 재원 부족으로 인해 지방세 및 국세를 체납하게 됐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금양은 류 회장 및 특수관계자에게 2024년 기준 연 4.5%의 금리로 단기차입을 유지했으며, 일부 자금은 이후 출자전환(유상증자)으로 처리되기도 했다. 류광지 회장의 주식 압류 규모는 체납액 대비 크지만, 담보 설정 등으로 실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금양의 주식은 거래 정지 중이다.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길 정도로 주목받던 종목이지만,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에 이번 압류로 인해 류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당수가 제한되면서,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에는 제약이 생긴 상태다. 이는 향후 금양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부산진구청은 향후 금양의 거래가 재개되거나, 상폐되면서 진행되는 정리매매가 발생할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압류한 지분의 처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양 관계자는 “류 회장이 이미 국세 체납 상황도 고려하고 조치한 일"이라며 “해결을 위해 거래 재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HBM4 이끈 최준용 “SK하이닉스, 맞춤형으로 승부”

AI 기술의 빠른 진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SK하이닉스의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HBM은 고성능·고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메모리로, 반도체 산업 내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HBM사업기획 총괄에 1982년생 최준용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는 현재 SK하이닉스 임원 중 최연소로, 기술과 시장을 함께 이해하는 전략형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7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최준용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하고, 그가 이끌 새로운 HBM 사업 전략과 조직 비전을 소개했다. 최 부사장은 모바일 D램 상품기획을 시작으로 HBM사업기획 전반을 맡아온 인물로, 지난 수년간 회사의 HBM 사업 성장을 실질적으로 견인한 주요 기획자다. 최 부사장은 “HBM사업기획은 막대한 투자와 전략 결정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라며 “기술 개발 로드맵부터 글로벌 고객과의 협력 전략까지, 제품을 넘어 전체 비즈니스 방향을 설계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구성원들의 강한 자부심을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원 팀 문화 속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4 12단 샘플을 조기 출하한 성과를 언급하며, 이를 “AI 메모리의 기준을 앞당긴 상징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기존 제품 대비 성능과 집적도가 대폭 향상된 이번 제품은, 당초 계획보다 앞서 고객사에 공급돼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 부사장은 HBM의 향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드러냈다. “HBM은 앞으로도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우리는 신규 HBM 개발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Custom) 제품을 통해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 경쟁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 목표와 관련해서는 “HBM4 12단의 양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고객 수요에 따라 HBM4E도 적기에 공급해 시장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며 “사업 기획 전반을 최적화해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젊은 구성원들, 특히 MZ세대를 'Motivated & Zealous(동기부여된 열정적 인재들)'로 정의하며, 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어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제 자리를 언제든 열어 두겠다"며 구성원들과의 열린 소통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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