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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주머니 차는 재계⑤] 기업규제 다음 목표 ‘지배구조 개편’…총수일가 ‘셈법 복잡’

정부·국회로부터 '반(反)기업 규제·입법'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재계의 다음 고민거리는 지배구조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글로벌 ESG 경영 차원에서 필요성이 대두됐고 최근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감까지 높아져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규제 법안 추진은 '발등의 불'이 될 전망이다. 총수 일가는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까지 생각하고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하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총수일가가 계열사를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완전히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아직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상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크고 중요하다.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이어지는 고리와 현대글로비스가 포함된 작은 순환출자들도 있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이 완전하지 못하다. 현재는 이재용 회장 등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지주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5.05%) 지분율이 적다. 삼성물산은 대신 삼성전자 최대주주(8.51%)인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 엮여 상당히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요약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일본 비상장사 광윤사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국 호텔롯데→롯데지주→각 계열사로 가는 그림이다. 2017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시도해왔지만 롯데지주 지분을 11.1% 들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각 사가 지배구조를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이재용 회장 또는 특정 기업이 지분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주사를 새로 만들거나 기업간 수십조원대 지분을 교차하는 '대형 수술'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오며 생겨난 기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총수 일가가 '최소한의 지분'으로 '최대한 많은 기업'을 지배하려다보니 각종 부작용이 이어져온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의 경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부분 해소됐으나 자녀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계열사들을 성장시켜온 탓에 지분 구조가 계속 거미줄처럼 얽히게 됐다. 문제는 재계에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공격에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등도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국회에서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삼성생명법'도 신경 써야 한다.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주식가치를 '취득원가'에서 '현재 시가'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럴 경우 삼성생명은 수십조원 규모 삼성전자 주식을 다른 곳에 넘겨야 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롯데그룹에게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32.51% 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자본' 색깔을 지우고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주사 체제를 확립해놓은 SK그룹도 사정권이다. SK는 자사주 비율이 24.8%에 이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선진화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작업이지만 의지만으로는 추진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 써야 할 돈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작업에 넣는 셈이기도 하다. IMF 사태 이후 널리 퍼진 '지주사 만능론'도 최근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재계 지배구조 개편이 힘든 결정적인 이유는 총수 일가 탓이다.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려다보니 순환출자 등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인 계열사 중복상장 역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총수 개인의 욕심 때문에 나타난다. 알짜 계열사 물적분할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우리 대기업들은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물적분할 이후 해당 기업을 상장까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경제계가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며 가장 많이 외친 게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정작 자신들의 지배구조는 개발도상국 중소기업보다 후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까지 함께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현대차그룹을 보면 주력사 현대차 최대주주가 현대모비스(22.36)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5.57% 들고 있지만 정의선 회장 지분은 2.73% 뿐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 지분도 0.33%만 지녔을 뿐이다. CJ그룹과 아모레그룹은 자녀에게 지분을 승계하기 위해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도 했다. 자녀 지분율이 높은 알짜 비상장사 가치를 높인 뒤 지주사나 핵심 계열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재계에서 '당연한 공식'처럼 통한다. 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을 승계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까지 하는 '묘수'를 꺼내들었다 해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정공법을 펼쳤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지배회사 체제'를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양도세 등으로만 수조원을 납부하는 강수를 뒀지만 “현대글로비스 주주에 유리하고 현대모비스 주주에 불리하다"는 시장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19.99%)는 정의선 회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재계가 지배구조 개편 전 기대하는 '상속세 완화' 등도 이른 시일 내 성사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최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를 지닌 국가다.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과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 이후 행동주의 펀드 등에게 공격받는 '1호 대기업'이 누가 될지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획]대통령發 산재 근절 强드라이브…후진국병 사라질까

[기획] 대한민국 산업재해 '제로(0)' 시대로 가는 길 - (1) 계속되는 산업재해에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지속 기업에 대해 면허 취소를 포함한 초강력 제제를 예고했다. 업계는 일선 현장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고를 완전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이번만은 관행처럼 이어져온 산업재해 근절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외 선진국의 산재 대응 모범 사례를 포함해 각 업종별로 산재 근절을 위한 노력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 감독 주체와 근로현장의 안전 의식 격차를 극복해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건설업 면허 취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처벌 조치를 찾아서 보고하라." 경남 거제군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6일 잦은 산재 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내린 긴급 지시다. 휴가 중에, 게다가 건설업체로선 '생명'이나 다름없는 면허 취소까지 언급했다. 13세 소년공 시절 입은 장애로 아직도 팔이 굽어져 있는 '산재 피해자' 출신 이 대통령이 얼마나 산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시급한 국정 과제로 간주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건설업 면허 취소는 동아건설이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책임지면서 1997년 면허가 취소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만약 이번에 포스코이앤씨의 면허가 취소되면 28년만에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토요일 주말에 업무 복귀 후 강조한 첫 지시사항도 '산재 사망 사고 발생 시 직보하라'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 내용과 현재까지 조치한 내용을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7개월 동안 네 건의 사고와 네 명의 사망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산재 사망 사고를 연달아 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 이 대통령의 문제 의식을 더욱 키운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특히 산재는 기업들의 현장 안전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 정책 자료 분석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223명이던 산재 사망자 수는 2023년 2016명으로 소폭 감소해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듯 했지만, 가장 최근 집계연도인 2024년엔 2098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2명(4.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산재 사망자 수가 542명으로 작년 1분기보다 20명(3.8%)이나 늘었다. 산업계 전체적으로 재작년보다 작년에 산재로 인한 피해가 더 커졌고,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실제 통계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최근 산재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근절 대책을 강구하려 하고 있다. 특히 '돈'에 약한 것이 기업들의 생리인 만큼 산재 발생시 강력한 과징금·손해배상액을 물게 해 자발적인 현장 안전·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 기업들이 일선 근로 현장에서 사고 발생을 위해 안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결론적으로는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건설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 부분 존재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또 죄형 법정주의 등 사법제도의 원칙상 특정 기업을 염두해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영업 취소 등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각종 안전 강화 사항을 지시해도 이를 손과 발로 수행하는 사람은 결국 근로자"라며 “더구나 지금과 같이 일선 현장에서 움직이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져 있는데 이 사람들의 머릿 속과 의지까지 본사에서 강제해 움직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관세협상 타결됐지만…8월 초 對美 수출 14.2% 급감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관세 부과의 여파가 계속된 데다 혹서기 휴가 시즌이 겹처 8월 초순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14.2% 대폭 감소하며 전체 수출도 4.3% 줄어들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7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달러로 9.3% 늘었다. 올해 조업일수가 7.0일로 작년 같은 기간(8.0일)보다 하루 적었기 때문이다. 주력 품목 수출은 여전히 호조세를 보였다.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12.0%), 선박(81.3%), 승용차(8.5%) 등에서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19.4%), 무선통신기기(-4.5%) 등은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자동차 등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다만 미국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밀어내기' 영향도 일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별로는 미국(-14.2%), 중국(-10.0%), 유럽연합(-34.8%)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베트남(4.1%), 대만(47.4%) 등에서 증가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돼 수출기업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지만 미 관세 여파가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59억 달러로 13.6%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무선통신기기(8.0%) 등에서 늘었고 원유(-14.2%), 반도체(-8.4%), 가스(-29.5%), 석유제품(-1.7%) 등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2.1%), 베트남(9.4%) 등에서 증가했고 중국(-11.1%), 미국(-18.7%), EU(-5.3%) 등은 감소했다. 수출액이 수입액을 밑돌면서 무역수지는 1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월초이고 여름 휴가가 집중돼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도 감안해야 하는 등 8월 수출 지표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구두 합의로 이뤄진 한미 통상 협의, 앞으로가 문제다

유예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한국과 미국간 통상 협의 결과를 놓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미국에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협상이 되었다. 합의 골자는 상호관세를 15%로 하되, 한국이 미국에 총 4500억 달러(대미투자 3500억 달러+에너지 구매 1000억 달러)의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15%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한국도 무난했다고 한 것 같으나, 일본과 비교한다면 한국은 손해를 보았다. 한미 FTA로 인해 한국 자동차는 미국 시장 수출에 관세가 없는 반면, 일본은 2.5% 관세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관세율이 똑같게 되어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에 유리한 요소가 하나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인 만큼 자동차 품목관세 12.5% 정도는 받아왔어야 했다. 그리고 한미 통상 협상이 합의 문건 없이 구두로 이뤄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미국과 일본 간에는 합의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팩트 시트'가 있으나, 한미간에는 '팩트 시트'가 없다.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팩트 시트'를 공개할 것을 요구받자, 이시바 총리는 “그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미간 협상이 구두로 이루어지다보니, 벌써 한국과 미국 양측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쌀 시장의 추가개방과 관련해 “전혀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며,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한국이 자동차와 쌀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쌀과 쇠고기의 추가 개방을 막았다고 설명한 한국 정부 인사들의 말과는 다른 입장인 셈이다. 구두 합의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 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관세 협정 구두 합의를 깨고 징벌적 관세를 바로 때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은 미국 내 투자 펀드 조성에 3,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우리 돈으로 약 48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정부는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과도한 투자 규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약속했는데, 경제규모 감안시 일본에 비해 한국이 훨씬 많다. 2024년 기준 일본 명목 GDP는 4조 원이고 한국은 2.5조 원으로서, 일본의 경제규모는 한국보다 2.5배 정도 크다. 유리한 지점과 시기에 주도권을 쥐고 전쟁을 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통상 협상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세협상이라고 해도 한국은 너무나 수세에 몰려 협상했다. 일본, EU 등 주요국들이 속속 합의를 이루는 상황에서 한국은 완전히 뒤로 밀렸고, 심지어 한미 경제·통상 분야 2+2 장관급 회의가 취소당하기도 하였다. 이번 협상 타결은 큰 틀에서의 합의고, 앞으로 세부 항목에 대해 합의해야 하는데, 특히 농산물, 디지털 분야 등 비관세 분야에서 진통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조정 등 안보이슈도 난제다. 이달 말로 추진중인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성과를 거두어 대한민국의 국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기 바란다. 이강국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배임죄 완화’ 찬성 51.2% vs 반대 38.8%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배임죄를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공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선 방향에서는 처벌 유지 또는 강화 의견이 완화·폐지 의견보다 높아 기업 경영 환경 개선 필요성과 배임죄 완화에 대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이달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 발언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51.2%(매우 공감 27.3%, 어느 정도 공감 23.9%)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8%(전혀 공감하지 않음 25.2%, 별로 공감하지 않음 13.5%)로, 공감이 비공감보다 12.4%포인트 높았다. '잘 모름'은 10.0%였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69.4%)와 수도권(경기·인천 53.6%, 서울 51.0%), 대전·세종·충청(52.3%)에서 공감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대구·경북(56.5%)과 부산·울산·경남(47.7%)에서는 비공감 응답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60.6%), 40대(57.6%), 60대(52.5%)에서 공감이 우세했으며, 20대·30대·70세 이상은 공감·비공감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67.8%), 중도층(55.3%)이 공감한 반면, 보수층은 비공감(61.8%) 의견이 더 많았다. 배임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 또는 강화' 의견이 49.2%(처벌 강화 34.1%, 현행 유지 15.1%)로, '완화 또는 폐지' 의견(완화 26.6%, 폐지 7.7%)의 34.3%보다 높았다. 이는 기업 활동 활성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배임죄 처벌 자체를 낮추는 데는 여전히 신중한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제도 완화'가 대전·세종·충청(31.6%), 경기·인천(29.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현행 유지'는 대구·경북(22.7%), '완전 폐지'는 부산·울산·경남(10.2%)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20대, 60대, 70세 이상에서 '처벌 강화' 의견이 우세했고, 30대와 50대는 '처벌 강화'와 '제도 완화'가 비슷했다. 배임죄 규정이 완화·폐지될 경우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준의 법제도로 개선'이 2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 저하' 20.5%, '기업 투자·경영 활성화' 17.6%, '소액주주 권리 침해' 12.8% 순이었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7.9%, '잘 모름'은 14.7%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4.5%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 ④] 잇단 산재에 정부 “엄단”…기업 ‘중처법 리스크’ 가중

지난 2022년 시작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산업계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는데 일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들 역시 초반에는 “경영에 부담이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법안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다만 대통령이 나서 중처법 외 추가 입법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은 재계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10일 정재계에 따르면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게 골자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망자가 나오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을 유예하다 지난해부터 실시했다. 재계는 당초 '법안이 모호하다'며 중처법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기업이 어떤 조치까지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번졌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이 감옥에 가기 싫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과도한 처벌 수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망 사고에 1년 이상 징역은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 매우 엄격하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강력한 처벌이 오히려 기업 투자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시행 3년이 지난만큼 경제계는 일정 수준 중처법에 적응한 모습이다. 다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논쟁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월 국내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3%는 '중처법 시행 전 대비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늘었다'고 답했다.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중처법상 전담조직 인력, 현장 안전요원 등이 해당한다. 증가 인원 수는 1000인 이상 사업장 평균 52.9명(20%↑), 300인~999인 3.9명(48%↑), 50인~299인 2.6명(71%↑), 50인 미만 1.9명(133%↑)으로 나타났다. 관련 예산 역시 조사기업의 72%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가 예산액은 1000인 이상 사업장 평균 627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허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기업의 62%가 '과도한 서류작성에 따른 행정력 낭비'라고 털어놨다. 아직 중처법 규정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인데 절차서, 매뉴얼 및 반기 1회 점검 등 이행증빙 서류를 준비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기업들은 중처법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는 지난 6일 경기도 오토랜드 광명에서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 공동 안전보건 선언식'을 열었다. 기아 노사는 모든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면서 안전 우선 원칙 실천, 위험 요인 발굴·개선 역량 집중, 안전 경영 실천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 현대차, 동원그룹, CJ그룹 등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 조직을 승급시켜 운영하거나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각 사 뿐 아니라 협회들도 나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다. 중처법을 두고 재계와 정치권은 정 반대 생각을 하고 있다. 법안을 현실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국회에서는 '더 센 중처법'을 만드려는 조짐이 보인다. 경총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올해 초까지 검찰이 기소한 위산 사건 중 총 31건의 법원판결(1심)이 내려졌다. 이를 규모별로 보면 50~299인 중소기업이 27건(87.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1000인 이상 기업 사례에 대한 판결은 아직 없어 “소규모 사업장 부담만 키운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겼다. 경총은 “현재까지 중처법 판결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판단과 논증에 입각해 유무죄 여부를 결정했다기 보다 인과관계의 인정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인과관계의 상당성에 대한 논증을 생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판결의 경우 의무위반 판단에 있어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 내용을 포함하는 등 형벌 법규의 엄격 해석 원칙(확장해석금지)에 위배되는 해석도 있다"며 “형법적용에 있어 문언이 가능한 의미를 크게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가 판사의 자의로 처벌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가 위태롭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처법 이행가능성과 예견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법령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재계 목소리다. 정부 생각은 전혀 다르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4건, 광양제철소 1건 등 지난달까지 포스코그룹 산하 작업장에서는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과 관련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포스코이앤씨 회사명을 직접 거론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일침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달 31일 포스코이앤씨 사옥을 방문해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포스코그룹은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중처법만으로는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중처법이 사고 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에 사전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던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처법 시행 당시부터 사고 후 엄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며 “국회가 별도 입법을 추진한다면 기존 중처법은 현실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장애인 80% “키오스크 사용하기 어렵다”

내년부터 무선정보단말기(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 편의 제공이 의무화되지만 여전히 장애인 대부분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8일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2024년 10월 23일부터 2025년 1월 13일까지였으며, 전국 4114개 기관과 장애인 당사자 5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에 불편을 겪은 장애인 161명 중 80.1%는 가장 이용이 어려운 단말기로 '무인주문기'를 꼽았다. 이어 무인결제기(38.5%), 티켓발권기(32.3%) 순이었다. 이들이 겪은 주요 불편 사항으로는 △주문 지연에 따른 뒤 사람의 눈치(54.0%), △버튼 위치나 메뉴 조작의 어려움(26.1%), △기기 작동 지연 또는 터치 미반응(5.6%) 등이 지적됐다. 무인정보단말기 이용 경험이 있는 장애인 277명 중 44.8%는 '직원에게 주문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0.6%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72.3%, 휠체어 이용자의 61.5%는 단말기보다 직원 응대를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기기 자체의 기능적 접근성에 대한 지적도 컸다. 휠체어 이용자의 78.5%, 시각장애인의 77.1%, 청각장애인의 38.0%는 “편의 기능이 없어 무인단말기 이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 중 50.0%는 음성안내 기능을 경험한 반면, 전체 장애인 응답자 중 37.5%는 화면 전환 시간이 짧아 조작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청각장애인의 59.5%는 편의 기능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그 중 96.9%는 유일하게 화면 자막 기능만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개선이 필요한 지원으로는 △직원 배치 또는 호출벨 설치(51.3%), △전용 단말기 구역 마련(51.3%), △이용자 대상 인식개선 캠페인(44.4%) 순으로 나타났다. '직원 배치 또는 호출벨 설치' 요구는 시각장애인(78.7%), 휠체어 이용자(64.6%),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62.3%)에게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2026년 1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모든 무인정보단말기 및 모바일 앱에 대해 장애인 접근 편의 제공이 의무화된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 대한 인지도는 기관 78.7%, 장애인 당사자 51.1%로 27.6%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차별행위 인지도도 기관 93.8%, 당사자 68.3%로 격차가 컸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인지도는 60.0%, 구체적 진정 절차 인지도는 58.7%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검증받은 '장벽 없는 키오스크'(배리어프리 키오스크) 판매 대수는 총 466대로 추산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통해 키오스크 구입 시 최대 500만 원, 렌탈 시 연 350만 원까지,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정부, 사직 전공의 복귀 허용…‘원 병원·원 과목’ 돌아간다

전공의 하반기 모집을 앞두고,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의 '원 소속 병원 복귀'를 사실상 허용했다. 7일 열린 수련협의체 제3차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복귀를 허용하되, 병원 자율성과 정원 관리 원칙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들과 함께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사직 전공의 복귀 기준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병원별·과목별·연차별 결원 범위 내에서 진행하되, 사직 전공의가 본인이 근무했던 병원과 과목, 연차로 복귀하는 경우 병원 자율에 따라 채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정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관련 절차에 따라 사후 정원을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의무사관후보생 신분으로 사직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복귀 후 수련을 마치고 의무복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해 조치하기로 했다. 전공의 단체와 병원 측은 이와 별도로, 올해 3월 입영해 현재 군 복무 중인 전공의가 2028년 전역 후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오는 11일부터 수련병원별로 원서 접수를 시작하며, 병원별 면접 등 세부 절차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수련 시작 시점은 9월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계기로,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지원 정책에도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우선 고난도 수술·처치 등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수가 인상을 지속하고, 2030년까지 적정 보상이 이뤄지도록 수가 조정 체계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비용분석 기반의 수가 조정이 핵심이다. 또한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적 배상체계 △사법적 보호 장치 등 안전망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칭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전공의협의회가 요구한 '필수의료 패키지' 재검토도 이 위원회를 통해 다뤄질 예정이며,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보장해 정책 반영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된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전공의들이 다시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李 정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연말까지 소비 늘려 내수 살린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방 살리기 소비 붐업을 통해 내수 회복에 나서겠다는 다짐이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어렵게 되살린 소비가 확실히 살아나도록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이어 연말까지 매달 대규모 소비행사 개최 등 '소비 이어달리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개월간 비상경제 점검과 관세협상 대응을 위해 총력을 다해왔으나, 우리 경제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성장전략 TF를 통해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를 했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도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로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대혁신으로 '진짜 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첫 과제로 지방 상생소비 활성화 방안,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주요내용 등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인구감소 등 구조적 제약으로 소비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강력한 '소비 붐업'을 추진해 내수 회복 모멘텀이 전국에 신속하게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연말까지 매월 대규모 국내관광과 소비행사를 추진한다. 8월 숙박세일페스타, 9월 여행가는가을 캠페인과 동행축제, 10월 듀티프리페스타,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연이어 개최한다. 아울러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1곳당 최소 2개 이상의 중앙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 수도권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도록 해 관광 교류와 특산품 구매 활성화 등 상생소비를 확산한다. 지방에 각종 소비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미술전시쿠폰 160만장, 공연예술 쿠폰 50만장은 비수도권 전용쿠폰에 추가한도를 부여해 이달 8일부터 발급하고 비수도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숙박쿠폰 80만장도 이달 20일부터 발급한다. 8월 1일부터 10월 9일 사이에 비수도권 소재 소상공인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 추첨을 통해 1등 10명에게 각 2000만원을 지급하는 '대박 경품' 이벤트도 연다. 정부는 경기회복 노력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8월 중하순 발표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구체적인 초혁신경제 아이템을 선정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AI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생부터 전문기술자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AI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유급없는 의대생 복귀 안 돼”…국회 청원 10만명 육박

유급 의대생 복귀 조치를 철회하라는 국민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복귀 특례를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은 7일 오전 11시 기준 9만2047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자동 회부 기준인 10만명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국회 회부 이후 '형식적 심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청원인은 “전공의 부재로 인해 응급실과 수술실 등 주요 진료 현장에서 실제 공백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며 “교육과 수련을 자진 포기한 이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복귀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과 공공성에 기반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특례를 허용하면 유사한 집단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2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접수됐고, 23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복지위는 사안의 성격상 교육위원회가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해 8월 4일 회송했고, 교육위는 같은 날 심사를 마쳐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재는 상임위 심사 단계에 있으며, 이후 본회의 심의와 정부 이송, 처리 통지 등의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총협)는 지난 7월 12일 전원 복귀를 선언했고, 같은 달 25일 교육부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을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미복귀생의 2학기 복귀를 공식화했으며, 본과 3·4학년 학생들은 학년별 수업 참여를 통해 각각 2027년 2월 또는 8월, 2026년 8월 졸업을 목표로 학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이수 학점은 방학 등을 활용해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의총협은 복귀 학생들을 위한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과 대학 간 재정지원 형평성 확보도 함께 요청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사 자율성과 책임성을 인정하며, 교육 안정화를 위해 행·재정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국시 추가 시행 역시 검토 중이다. 정부의 복귀 조치에 대한 반발은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전공의 복귀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과 수련협의체 제3차 회의를 열고 수련환경 개선과 복귀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의 핵심 쟁점은 '수련 연속성 보장' 여부다. 이는 군 복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수련을 중단했던 전공의가 동일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뜻한다. 한성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수련 연속성 보장은 미래 의료를 위한 핵심"이라며 이를 복귀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수련협의체 회의를 마지막으로 각 수련병원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8일, 늦어도 다음 주 초 전공의 하반기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병원별 면접을 거쳐 9월 1일부터 수련이 재개되면,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조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여전히 예민하다. 특히 복귀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 달성을 앞두면서, 국회의 실질적 대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민동의청원 제도 자체에 대한 실효성 회의도 여전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52건의 청원이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본회의에 부의되거나 실제 처리된 건은 10건에도 못 미쳤다. 정책 철회나 법 개정 등 실질적 변화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22대 국회에서 이번 청원이 제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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