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손해보험업계는 신계약 판매 확대를 비롯한 노력에도 실적 향상 흐름이 꺾였다. 경쟁 심화, 비우호적인 세제 개편 등의 악재를 넘어서지 못한 탓이다. 올해도 주력 상품군이 암초를 만나면서 본업(보험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자동차보험은 올해도 적자 탈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손해율은 상위 4곳(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 기준 89.4%로 전년 동월 대비 7.4%포인트(p) 상승했다. 자보 손해율의 손익분기점(BEP)이 8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마이너스가 찍혔다는 의미다. 손보사들이 할인율 축소와 프라이싱 체계 정비 등의 솔루션을 앞세워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 손해율이 1월 대비 5%p 높았던 만큼 올해 수치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 만에 보험료가 인상으로 돌아섰으나, 누적된 인하 효과를 상쇄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비수가를 비롯한 비용 부담도 가중될 공산이 크다. 최근 손보사들이 1.2~1.4% 수준의 인상을 단행했으나,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한 상승폭(약 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갱신주기가 도래해야 인상분이 반영되는 특성상 시간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보험료가 높아지는 점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일명 '나이롱 환자'를 줄이기 위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손해율 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경미한 사고에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통계에 따르면 경상환자의 90% 이상은 별도의 심사가 필요한 기간(8주) 이내에 치료를 마친다. 이들의 평균 치료 기간이 2주라는 데이터가 있음에도 사실상 대부분을 '울타리' 포함시킨 규제의 실익이 있냐는 논리다. 그마저도 '환자가 치료 받을 권리'를 앞세우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보험은 적은 강수량 탓에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경남·강원·전남·충북 등 전국에서 발생하는 산불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손보사 실적의 '4번타자' 역할을 수행 중인 장기손해보험은 도수치료 관리급여 편입 및 실손보험료 인상을 비롯한 긍정적인 이슈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많다는 평가다. 우선 의료파업 종료로 의료 이용이 많아지면서 보험금 지급이 불어난 가운데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B형 독감이 더해진 것이 부담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7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5.9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6.5명 줄었지만, 여전히 이번 절기 유행 기준(9.1명)은 상회하는 수치다. 겨울방학이 지나고 학생들이 모이는 개학시즌이 다가오면서 환자수가 쉽사리 줄어들기 어려운 점도 언급된다. 예실차 적자 확대 등으로 장기보험손익이 타격을 입었던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격적 특약 탑재와 가격 인하를 포함한 인보험 과당 경쟁이 펼쳐진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손보사로서는 건강보험을 비롯한 제3보험 판매를 늘리는 생명보험사들에 대응하는 수단이었으나, 손해율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손보사들은 고수익 신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축 및 언더라이팅 강화 등을 토대로 '상처'를 치유한다는 목표지만, 향후에도 보험금 지출을 둘러싼 고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전환 니즈가 크지 않고, 유전자치료를 비롯한 고가의 첨단재생의료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것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뿐 아니라 이같은 국내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라며 “당분간 전체 실적에서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지는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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