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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에너지가 미래다] LNG선 호황 올라탄 K-조선, ‘포스트 LNG’도 정조준

글로벌 탈탄소 흐름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LNG(액화천연가스)선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고난도 LNG선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의 실적도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과 원가 부담, 인력난 등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 업계는 암모니아 추진선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조선 강국'의 자리를 공고히할 방침이다. 19일 영국 로이드선급이 최근 발간한 '연료에 대한 고찰: LN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은 356척으로 2021년 150척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을 포함한 가스운반선이 697척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컨테이너선 152척, 유조선 150척 순이다. LNG가 다시 각광받는 배경에는 환경적 이점과 경제성이 있다. LNG는 기존 석유계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0% 줄이고 질소산화물은 90% 이상, 황산화물·미세먼지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감축한다. 또 전 세계 273개 항구에서 LNG 공급이 가능하지만, 메탄올 공급 항구는 29곳에 불과하다. '그린 메탄올'은 LNG의 두 배 가격으로, LNG가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다. 로이드선급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의 총 운영비는 LNG가 메탄올보다 약 30%, 암모니아보다 약 10% 낮다.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 탄소세 도입을 논의하면서 LN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온실가스 배출량 t당 100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2050년까지 해운업계가 연간 최대 600억 달러(약 88조원)를 부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LNG와 같은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NG의 상승세는 국내 기업들의 수주 잔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베슬스밸류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국내 조선소 수주 잔고의 약 37%가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규모는 약 104조8866억원(713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약 80%가 이중연료 사양을 선택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LNG-RV, FSRU, FSU, FPSO 등 LNG 관련 해양 설비 분야에서도 세계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망간강 연료탱크, 부분재액화시스템(PRS)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2025년 2월 기준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약 23.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도크에서 최대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체계와 연간 25척의 LNG 운반선 생산 역량 그리고 미국의 화석연료 정책 변화에 따른 추가 수혜 기대 등으로 미래 성장성도 높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월 아프리카 선사와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4척(5383억원 규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선박들은 울산 HD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되어 2028년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LNG 벙커링선은 '선박 대 선박(STS)' 방식으로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선박이다. 기존 항만에 LNG 공급·저장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 없이 대량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가장 선호되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HD한국조선해양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 친환경 선박 R&D 투자 등으로 중형선박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1월 오세아니아 선사와 LNG 운반선 1척(약 3800억원)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LNG 운반선 수주 잔고는 84척(약 191억달러)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조선사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뿐 아니라 암모니아 운반선, 고부가가치 해양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과 로봇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선박 설계·건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산 혁신은 고부가가치 LNG선 시장에서의 한국의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 조선소들이 대량 LNG선 수주에 성공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 LNG선 신조 발주 109척 가운데 한국이 68척, 중국이 41척을 수주했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한국이 약 62%, 중국이 약 38%를 차지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2028년 3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2024년 이미 38%에 도달하며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아직 품질·납기 등에서 경험 부족이 있지만, 국가적 지원과 글로벌 선급의 협력으로 격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구조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율 불안 등으로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조선업 인력 미충원율이 14.7%로 전 산업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내국인 기피와 임금·근로조건 문제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급증하면서 품질·안전 이슈와 비정규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청년 인재 양성, 외국인 근로자 교육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우수 인재 확보와 더불어 근로환경 개선, 장기적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포스트 LNG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해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각종 인증과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글로벌 선주사들이 친환경 선박 발주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 조선업계도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스크, MSC 등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 중이다. 정부도 다방면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친환경 선박, 제조 시스템 고도화, 인력 양성, 금융 지원 등 전방위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삼성 스마트폰, 신흥시장서 반등…스마트워치, AI·헬스케어로 ‘재도약’ 노린다

경쟁사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올해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모바일 경험(MX) 사업부 내 핵심 축인 스마트워치 부문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의 차세대 웨어러블 전략과 생태계 강화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9%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애플과 샤오미의 추격으로 점유율 격차는 2022년 대비 좁혀졌다. 2022년 애플과 샤오미와 각각 3%p, 9%p 차이를 보였지만, 2023년에는 1%p, 5%p 차이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1위를 '수성'하는 데 그쳤다면, 올해는 신흥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은 1분기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회복세를 견인하는 핵심 시장으로, 보급형 라인업뿐 아니라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수요도 동반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달리 스마트워치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애플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양분했지만, 지난해 점유율은 9%로 하락하며 애플(22%)과 화웨이(13%)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4위 샤오미(8%)와의 격차도 1%p에 불과해 3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스마트워치 제조사 가운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대부분 중국계 브랜드다. 점유율 정체가 이어지는 삼성으로선 차별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2021년 220억2000만달러(약 30조원)에서 2028년 582억1000만달러(약 8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입장에선 결코 놓칠 수 없는 성장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과 헬스케어 역량을 강화한 차세대 전략을 통해 반등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갤럭시 워치 시리즈에 최초로 탑재해, 갤럭시 생태계 전반에 AI 경험을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갤럭시 워치 사용자들은 제미나이 기반 음성 인터랙션을 통해 일상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던 중 사물함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늘 43번 사물함 사용 중인 거 기억해 줘"라고 말하면 제미나이가 이를 기억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쇼핑 중 양손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방금 온 이메일 요약해 줘"라고 요청하면 워치가 앱과 연동해 간단한 요약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헬스케어 기능도 한층 고도화된다. 삼성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협력해 '수면 무호흡 감지' 기능을 중심으로 수면 관리 솔루션 고도화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에는 롭슨 카파소 교수와 클리트 쿠시다 교수가 참여해 AI 기반 수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정밀한 건강관리 기능 개발에 나선다. 업계는 헬스케어 기능 강화가 삼성 스마트워치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시장 자체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인 만큼, 중장기적 투자 가치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2408억5000만달러(약 332조원)에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3년 1조6351억1000만달러(약 22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차세대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8'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헬스 연동 기능과 AI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 혁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 사업부 상무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디자인 혁신과 강화된 헬스 연계 기능을 갖춘 새로운 갤럭시 워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E칼럼] 인공지능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작년 말 충격적인 비상계엄 선포 후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는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을 헤쳐 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고, 세계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혼란한 시기에 출마한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인공지능(AI) 관련 공약은 향후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기존 대선에서 주로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인공지능 관련 정책을 내세우기 바쁘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현재의 인터넷 이상으로 인간 문명의 근본적 기반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기에 이러한 열성이 당연하다 여겨지기도 하나,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행의 현실성에 있어서는 차분한 복기가 필요해 보인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현 주소를 보면 아직도 수익이 주로 발생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개발된 모델로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설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 분야이다. 물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는 미국의 엔비디아지만 기존부터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도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국가 경쟁력 유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지원과 구분되지 않으면 오히려 인공지능 산업의 보다 본질적인 요소인 소프트웨어 몫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더구나 현재 공약으로 제시된 GPU나 AI데이터센터 확보와 같이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 가능한 방법으로는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엔비디아가 오늘날 인공지능 업계 정상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GPU만 제조한 것이 아니라 '쿠다(CUDA)'라는 GPU를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툴로 AI 개발 생태계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반 전환(AX, AI Transfomation) 역시 AI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지, 인공지능 칩이나 데이터센터 확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버린 AI 구축이냐 해외 인공지능 모델 기반 서비스 활성화냐 논쟁도 결국 국내 인공지능 기반 산업 생태계가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의 본격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의 가장 핵심이 되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 명확화 및 자율 규제 확대가 필요하다. 공공 영역에 쌓여 있다고 홍보가 많이 되는 의료데이터는 품질 문제나 개인정보 보호 등 가공의 어려움으로 활용에 많은 난관이 있다.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형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필수적인데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각 부처별로 관할 법령에서 따로 규제를 하고 있어 하나의 장애물을 넘어도 다른 장애물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하는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을 핵심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향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이자 아시아 최초로 자율주행자동차법을 선도적으로 제정한 우리는 수년간 시범운행지구에서 제한된 방식의 운행만 허용한 결과 자율주행자동차 업계의 기술력이 중국, 미국 등 세계 수준과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자국에서 이미 충분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한 중국의 자율주행 업체가 최근 국내에서 로보택시 운행을 위한 임시운행 허가를 신청한 반면 국내 업체들은 자율주행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데이터에 대한 규제 방식과 정책 방향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데이터 보호기관이자 동시에 데이터 활용 규제의 중심축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최근 전 분야 마이데이터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는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은 데이터를 원료로 발전하기에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활용 범위와 방법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야 한다. 또한 이제 초창기에 들어선 인공지능 산업에 규제 만능주의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길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원인제공자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후보들이 대선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인공지능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지길 빈다. 양희철

트럼프 견제에 중국 떠나는 한국 찾는 글로벌 선사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이 글로벌 조선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로 발주처를 변경하는 글로벌 선사들이 늘면서 한국이 잃었던 수주 기회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는 중국 조선업체에 발주하려던 옵션 물량을 한국업체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한 영향이다. 하팍로이드는 애초 뉴타임즈조선에 1만2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12척, 양쯔장조선에 1만6000TEU급 LNG 추진선 6∼8척 발주를 검토했다. 두 중국 조선업체는 현재 하팍로이드가 이전 발주한 선박들을 건조 중이다. 하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하팍로이드는 발주 대상을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업체로 선회했다. 선사가 인도받은 선박에 문제가 없는데도 옵션 물량 발주처를 바꾸는 것은 조선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한국 조선업체들이 중국업체보다 선박 한 척당 최대 3500만달러(480억원)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하팍로이드는 다시 중국 측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현재 2년이 넘는 수주잔고를 보유해 중국과 같은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격 차이에도 한국 발주를 검토했다는 것은 선사들이 미국의 중국 견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인 일본 ONE도 최근 25억달러(3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12척 건조계약을 HD현대중공업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ONE은 HD현대중공업과 1만6000TEU급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8척 계약을 마무리했고, 4척의 옵션 계약도 논의하고 있다. 선박 한 척당 가격은 2억2000만달러(30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트레이드윈즈는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향후 부과할 입항 수수료 등으로 선사들이 중국 조선업체를 떠나고 한국 조선업체를 찾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조선 시장 발주가 주춤한 상황에서 컨테이너선 발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LNG 운반선 등 대비 중국업체들의 수주 점유율이 높았던 분야"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로 한국업체들이 수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항소심 7년 구형’ 김정규 사법 리스크 재점화…에어프레미아 경영 불확실성↑

김정규 타이어뱅크그룹 회장이 2심에서 원심 판결보다 높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2019년 첫 항소심 공판 이후 6년 만의 판결을 앞둔 가운데 김 회장의 실형 확정 시 에어프레미아 경영에도 장기적으로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단기적 운영은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 성장 전략은 김 회장의 사법적 결론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21일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정규 타이어뱅크그룹 회장의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포탈)과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7년과 벌금 700억원을 구형했다. 2019년 항소심 재판 시작 6년 만이다. 앞서 김 회장은 전국 365개의 위·수탁 매장을 운영해왔고, 타이어뱅크 직원인 점장들을 사업자로 앞세워 현금 매출 누락 또는 거래 내용 축소 신고 등 '명의 위장' 수법을 통해 종합소득세 약 80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2017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대전지방법원은 2019년 징역 4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조직적 소득 포탈과 명의 위장 수법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일 타이어뱅크그룹 자회사 AP홀딩스는 JC 파트너스와 대명소노그룹 지주회사 소노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에어프레미아 지분 22% 전량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유분 48%에 더해 타이어뱅크의 에어프레미아 지분율은 총 70%로 올라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김 회장은 2023년 7월부터 에어프레미아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그는 “항공사는 국가의 품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만큼 에어프레미아를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되는 고품격 항공사로 성장시키겠다"며 책임 경영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유명섭·김재현 각자 대표이사 2인으로 구성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당장 큰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앞서 2023년 6월 에어프레미아는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보유 기재 수를 10대까지 늘리면 미주·유럽 각각 2~3개, 이외 7개 노선에 추가로 취항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고, 2027년까지 15대까지 확대해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김 회장은 “항공업의 특성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있다"며 “추가 기재 확보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에어프레미아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그룹 다수의 계열사가 분산 참여하거나 타이어뱅크가 단독으로 하는 방식 모두 가능해 전혀 문제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됐고 항소심에서 검찰이 더 높은 형량을 구형한 점을 고려하면 실형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형량이 늘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실형 확정 등으로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 될 경우 추가 투자나 신규 사업, 항공 운수권 확보 등 제반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자금 소요 등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오너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는 기업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 하락 등 무형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에어프레미아 측은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세금을 내면 해결이 되는 문제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김 회장이 납세할 경우 일정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 변호사는 “세무 관련 형사 사건은 행정 소송 결과와 납부 여부가 핵심 변수"라며 “김 회장이 세금을 완납하면 집행 유예 선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전자, 美서 가전 신뢰도 1위

국내 가전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LG전자가 종합 가전 분야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의 리뷰 전문 매체 '리뷰드닷컴'이 선정한 '2025년 가장 신뢰받는 가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리뷰드닷컴은 “지난 수년간의 제품 리뷰, 독자 피드백, 사용자 리뷰, 가전업계 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LG의 이름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리뷰드닷컴은 “한두 분야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틈새 브랜드와 달리 LG전자는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오븐,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모든 가전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신뢰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전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를 얻으려면 제품이 잘 작동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보증 정책과 교체 부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도 중요하다"며 “LG전자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 가전별로는 삼성전자가 타워형 세탁건조기와 인덕션 레인지 부문에서, 보쉬가 식기세척기, 제너럴일렉트릭(GE)이 통돌이세탁기와 일체형 세탁건조기, 하이센스가 냉장고, 일렉트로룩스가 건조기와 드럼세탁기 부문에서 각각 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LG전자는 미국 최대 비영리 소비자매체인 컨슈머리포트가 실시하는 가전 브랜드 신뢰성 평가에서도 6년 연속 종합 가전(8종) 브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실제 제품 소유자의 만족도 점수와 고장률 등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평가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도 해당 조사에서 6위에 올랐다. 이 같은 신뢰도는 LG전자의 기업간거래(B2B) 가전 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유력 세탁 솔루션 기업 워시에 상업용 세탁기를 공급한 데 이어 최근 북미 1위 세탁 솔루션 전문 기업 CSC 서비스웍스와 상업용 세탁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빌더(미국 내 주택·상업용 건물 등을 건설하는 사업자) 중심의 B2B 가전 사업은 2026년 '톱3'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전문 영업조직인 'LG 프로 빌더' 조직을 육성하는 등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역대급 폭염 앞두고 에어컨 특수 온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되면서 AI 기능을 앞세운 주요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가정용 에어컨 일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6월 중순보다 약 한 달 앞당겨진 기록이다. LG전자도 휘센 스탠드 에어컨의 1~4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집계 대상은 일반 에어컨 스탠드형·벽걸이형, 무풍에어컨 스탠드형·벽걸이형·창문형, 시스템에어컨 등 가정용 제품이다. 5일간 1분에 7대 이상씩 팔려나간 셈이다. 지난주 삼성전자 가정용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가정용 일반 에어컨의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바 있다. 특히 두 업체 모두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능 탑재 가정용 일반 에어컨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비스포크 AI 무풍 클래식, AI 무풍콤보 벽걸이, AI Q9000 등 4개 라인업의 2025년형 AI 에어컨을 출시했다. 신제품에는 AI가 자동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AI 쾌적' 기능과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AI 절약모드'가 탑재됐다. LG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와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에 'AI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땀나네", “오늘도 열대야네" 같은 일상적인 표현만으로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AI 바람'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의 이용 패턴과 공간 구조를 학습해 맞춤형 냉방을 제공하며, “내가 좋아하는 온도 알지?"라는 말에도 반응해 온도를 맞춰준다. 에어컨 구독 서비스 이용 고객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에어컨 구독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구독을 이용하면 제품 상태 점검, 필터 교체, UV 살균 등 전문 케어 서비스와 무상 수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두 업체 모두 생산 체제를 조기 가동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0일 이상 앞당겨 에어컨 생산라인 풀가동을 시작했고, 4천700여 명의 에어컨 설치 전담팀을 조기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경남 창원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난 3월부터 풀가동 중이며 설치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에어컨·세탁기·냉장고를 중심으로 한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광고에는 과거 에어컨 모델이었던 김연아가 다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주거 환경과 사용 목적에 맞춰 벽걸이·창호형·이동식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판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현대차 아이오닉, 4년 만에 글로벌 판매 50만대 돌파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이 출시 4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아이오닉9 등 아이오닉 시리즈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지난달까지 총 51만4588대를 기록했다. 2021년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출시된 지 4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아이오닉 시리즈는 출시 초기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6만5906대로 시작해 2022년 11만4548대, 2023년 16만9812대로 매년 판매량이 늘며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영향으로 12만1375대 판매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아이오닉 시리즈 판매량은 1만63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증가했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해외 판매 비중은 77.8%(40만545대)로, 내수 판매 22.2%(11만4043대)를 크게 웃돌았다. 아이오닉 시리즈 10대 중 8대가 해외에서 팔리는 셈이다. 차종별로는 가장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5가 고성능 모델 아이오닉5N(8729대)을 포함해 총 40만7607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했다. 아이오닉6과 아이오닉9는 각각 10만4458대, 2523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인기 요인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높은 경쟁력이 꼽힌다. E-GMP를 탑재한 아이오닉 시리즈는 동급 차량 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함께 18분 만에 배터리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차량 외부로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 '2023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차', '2023 싱가포르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아이오닉6도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올랐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가 승용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아이오닉6의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와 고성능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 N라인'의 디자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지난 2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아이오닉9의 판매를 향후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성 강화 및 판매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오닉 인기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재계의 판이 바뀐다’…에너지로 재설계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에너지는 힘이다. 그리고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이 힘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쓰기도 한다. 재계의 에너지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넘어,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과 유지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LG, SK, 포스코, 한화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2차전지·수소·원전 등 고부가 신사업을 지주회사 체제 강화, 계열사 지배력 유지, 총수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단순 사업 확장의 틀을 넘어, 에너지 사업의 분사와 상장, 지주사 투자 연결, 합병 등을 통해 그룹의 핵심 지배 경로를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LG그룹은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2022년 상장시켰다. 이는 급격히 확대되는 2차전지 시장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LG화학을 통해 에너지사업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고정시키는 전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도 LG화학이 81.84%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인 (주)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그룹 내 최대 성장 동력이 된 이후에도, LG그룹 총수일가와 지주사는 배터리 사업의 성과를 직접 지배구조에 반영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유지한 셈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의 상장과 분리를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계열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고안한 사례다. 향후 LG화학이 추가 지분 매각이나 자회사 신주 발행을 단행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통로는 유지된다. SK그룹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SK온을 설립했다. 이후 2024년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55.91% 까지 확대됐다. 이 구조는 단순한 에너지 부문 재편이 아니라, SK㈜가 배터리와 LNG, 도시가스, 친환경 발전까지 포괄하는 핵심 에너지 계열사의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지주사-핵심 사업' 재설계 작업이었다. 특히 SK온은 아직 상장 전 상태지만, 향후 IPO가 실현되더라도 SK㈜ → SK이노베이션 → SK온이라는 지배 흐름이 고정돼 있어, 그룹의 전략적 통제권에는 큰 변화가 없다. SK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외부 자본 유치는 추진하면서도 핵심 사업군의 경영권은 지주사 경로 아래 놓이도록 설계한 셈이다. SK온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지분을 실제로 넘기지 않고 주식을 담보로 맡긴 뒤, 주가 상승분(차익)을 외부 투자자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이 역시 지주사 지배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무적 부담을 조정하려는 설계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그룹의 방산·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핵심은 인수 주체가 김동관 부회장 중심 계열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태양광, 수소, 해상풍력 등 에너지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번 조선사업 인수로 해당 산업군 지배 기반을 확대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원전 EPC 등 해외 플랜트 건설 사업을 맡으며, 형제 간 신사업 중심의 역할 분담이 지배구조 차원의 체제 설계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신사업이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총수일가 후계 구도 내에서 사업적 정당성과 권한을 배분하는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룹 내 신사업 성공 여부가 경영능력 입증과 후계 정당성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POSCO홀딩스로 전환하며, 철강·2차전지·수소 등 각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퓨처엠(2차전지 소재)은 핵심 자회사로 육성되었고, POSCO홀딩스는 약 5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는 과거 포스코가 철강 중심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지주회사가 그룹 전략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면서 개별 자회사는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분산 통제를 강화한 모델이다. 포스코퓨처엠의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POSCO홀딩스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재무적 뒷받침이 명확히 수반되는 지주회사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향후 수소사업 분사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한국퓨얼셀(연료전지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한 경험이 있고, 향후 수소부문이 일정 수준의 외형을 갖추면 지주회사 산하 수소전문 자회사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향후 성장 속도에 따라 지배구조 재설계를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유보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2025년 현재 에너지 신사업은 대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일 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를 설계·안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지주사 출자, 계열사 합병 등은 겉으로는 성장과 효율화를 위한 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로 유지, 총수 일가의 간접 지배력 확보, 세대교체 기반 마련이라는 목적 아래 설계되고 있다. 이 흐름은 2차전지, 수소, 원전 등 고부가 에너지 산업이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지배 전략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는 이제 단지 '무엇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몇몇 그룹의 특수한 전략이 아니라,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일반적 진화 경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순환출자나 내부지분 확대로 지배력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신사업을 분할해 상장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지주회사-자회사 간 지배 연결망을 설계하는 구조적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제 회피와 자금 유입, 경영권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신사업은 지배구조 전략의 '최적 해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성패는 단지 시장성과 기술력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을 어떤 지배 구조로 안착시킬 것인가, 그룹 전략 속에서 어떤 위치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한국 재계에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과제"라며 “결국 에너지 신사업은 사업 전략인 동시에 지배 전략이며, 세대 교체의 증명 도구"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WOW를 이긴 MMORPG…엔씨 ‘아이온’ 시리즈가 돌아온다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아이온2'가 닻을 올렸다. 지난 13일 엔씨소프트는 원작 '아이온'의 날개를 형상화한 아이온2의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개발 중인 게임의 콘셉트를 추정할 수 있는 브랜드 웹페이지를 공개했다. 오는 29일에는 라이브 방송을 통한 이용자 소통까지 예고하며 아이온 시리즈를 향한 게임 커뮤니티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아이온'을 정식 계승한 언리얼 엔진5 기반 신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방대한 '플레이어 대 환경(PvE)'과 보스 레이드 중심의 다수 콘텐츠가 특징이다. 브랜드 웹페이지를 통해 아이온 IP의 핵심 설정인 '천족'과 '마족' 구도 역시 공개되며 이용자들은 또 한 번 수준 높은 '종족 대 종족(RvR)' 콘텐츠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원작 '아이온'은 엔씨소프트의 전성기를 열었던 국내 대표 MMORPG로 손꼽힌다. 지난 2008년 11월 출시된 아이온은 출시 직후 160주 동안 PC방 점유율 1위라는 새로운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이긴 MMORPG라는 타이틀도 손에 쥐었다. 지금보다 PC방 사용률이 높았던 시절인 만큼 아이온이 달성한 공전의 기록은 유의미하게 평가되고 있다. 게이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이온은 세계 각지에서 게임상을 휩쓸기도 했다. 2008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 대통령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9년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최고의 온라인 게임상(Best Online Game)' △2009년 북미 최대 게임쇼 '팍스(PAX)'에서 '최고 MMO 게임상(Best MMO)' △2011년 '제1회 아시아 온라인게임 어워드'에서 대상을 포함해 3관왕을 달성했다. 아이온이 출시된 이듬해 엔씨소프트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아이온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 2009년 엔씨소프트 매출은 6347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854억원으로 623% 급증했다. 당시 2009년 전체 매출의 43%를 아이온이 차지하는 등 엔씨소프트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출시 5년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MMORPG 장르에서 이례적인 성과로 꼽힌다. 올해 새롭게 공개되는 아이온2는 한국 게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아이온 IP의 후속작인 만큼 게임 업계의 기대감이 뜨거운 상태다. 엔씨소프트 측도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상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내부에서 아이온2를 향한 자신감이 상당하다"며 “내외부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시행하고 출시 전까지 게임을 계속해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9일 공식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아이온2의 인게임 영상과 클래스, 필드, 던전 콘텐츠 등 핵심 정보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번 방송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정식 출시되는 올 하반기까지 이용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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