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정부의 '5극3특(전국 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발맞춰 전북특별자치도에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해 자산운용 중심의 운용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이자이익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도 여기고 있다. 다만 이제 계획 구상의 초기 단계인 데다, 지방 인력 확보 등에 대한 현실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전북에 자산운용·은행·보험 등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금융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를 개설하고 우리은행 등 전주 지역 근무 인력을 200여명에서 30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은행의 기업금융 특화채널 신설, 보험 부문의 지역 밀착형 마케팅 강화, 우리신용정보의 채권관리 서비스 확대 등 전북을 계열사들의 주요 금융거점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이은 금융지주의 세 번째 발표다. 지난 1월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KB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고 했고, 신한금융은 전북혁신도시를 '자산운용·자본시장 허브'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사무소 설치 이상으로 운용·수탁·리스크·사무관리 등 자본시장 전반의 밸류체인 기능이 작용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며 금융지주의 전북행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했는데 지역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느냐"며 “(연기금) 운용자산 배분 시 해당 지역 내 운용사에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발언했다. 이후 전북도는 금융당국에 '제3금융중심지' 개발 계획을 제출했고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관련 용역을 발주하며 검토에 들어갔다. 전북도의 금융중심지 목표는 9년 넘게 이어진 숙원사업이다. 국민연금이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하면서 자산운용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그려왔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금융 집적도가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무산됐으나, 이번에는 현 정부가 전북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전북을 찾아 도민들과 타운홀미팅을 개최했다. 1400조원 규모의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금융지주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 대통령 언급대로 지역 운용사에 국민연금 자산 운용 우선권이 부여된다면 운용 수익 확대와 투자금융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주행을 밝힌 금융지주사들은 자산운용사 전주사무소를 개설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자산운용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이자이익 중심 성장에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이자이익 확대는 중요한 과제"라며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금융을 강화해야 하는데, 자산운용 확대는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력 확충과 의사결정권 이전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특히 과거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과정에서 지방 근무 기피 현상에 따라 핵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민연금 또한 전주로 기금운용본부를 옮긴 후 운용역 이탈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1인당 운용 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이는 캐나다(3000억원)이나 네덜란드(7000억원)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운용 인력난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민연금은 성과급 인상 등 인사제도 개선을 통해 우수 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했던 사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지 인력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계획 구상의 초기 단계로 실제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에 대한 정책적 변수도 존재한다. 지역 육성과 금융중심지 조성은 오랜 기간 일관된 정책 하에 이뤄져야 하는데, 향후 정권 변화 등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뀔 경우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이 반발하며 지역간 갈등도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새로운 금융 거점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북을 밀어주고 있는 만큼 당장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