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황 호조로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성과급이 급증하면서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정 업종에 집중된 고액 성과급이 소비 확대와 임금 상승 압력을 유발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임금 증가세는 IT 업종의 특별급여 확대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1분기 명목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IT 부문 성과급이 기여한 비중은 1.3%포인트에 달했다. 한은은 이를 2012~2025년 임금분포 기준으로 97% 분위 수준의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로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1분기 IT 업종 특별급여는 전년 대비 60.6% 증가한 반면, 나머지 업종의 특별급여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한은은 내년 초 IT 업종 성과급의 임금 상승 기여도가 과거 사례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소비에서도 관련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경기지역 카드 사용액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용인·화성·성남 등의 소비 증가세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액 성과급을 받은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면서 지역 상권 수요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서비스업 임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 기업 종사자들의 소비 증가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해당 업종의 인건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성과급 지급 방식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 산업의 특별급여가 동일하게 늘어나는 경우보다 일부 사업체에 고액 성과급이 집중될 때 물가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확대되면 약 5개월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중간 수준인 상위 40~60% 사업체의 성과급 비중이 증가할 경우 물가 반응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큰 금액의 특별급여(성과급)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돼 지급되는 경우 물가 상방압력이 유의하게 커진다"고 밝혔다. 또한 IT 대기업의 보상 체계가 다른 산업의 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타 업종 근로자들이 IT 기업의 임금 수준을 기준점으로 삼아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경우 임금 인상 압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우 고유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비IT 부문에서 실제 임금 인상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은은 “최근 IT부문 성과급은 매우 이례적인 규모로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그 영향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IT 업종 특별급여 증가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또 일회성 성과급에 그치지 않고 정액급여 인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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