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전 구독' 시장에 진출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쟁사의 참전에도 LG전자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련 시장을 이미 선점했고 사업도 순항하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가전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대치·강서점 △경기 부천중동점 △인천 연수송도점 등 전국 12개 삼성스토어 지점에서 가전 구독 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한 만큼 삼성전자가 관련 서비스를 론칭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전 구독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전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의지로 읽힌다. 일회성 판매에 의존하기보다 매달 꾸준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독 사업으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 현재 가전 구독은 LG전자가 공들이는 사업 영역이다. 삼성전자라는 거물급 기업의 참전에 관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LG전자는 덤덤한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의 시장 진출로 가전 구독 사업에 있어 전략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우리 것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선점 효과로 인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에어컨, 세탁기, TV, 노트북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며 구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LG전자의 가전 구독 제품은 총 23종에 이른다. 관리 및 제휴 서비스 확대도 눈에 띈다. 무상 AS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관리 서비스 뿐 아니라 신선식품 정기 배송이나 물품 보관 같은 가사 서비스 연계도 지원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구독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가전 구독 사업에서만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가전 구독 사업을 통해 거둔 연간 매출(1조1341억원)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올해 LG전자 구독 사업 매출은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선 LG전자의 가전 구독 시장 진출 시기 등을 고려할 때 고객 관리 등에 있어 후발 주자 대비 큰 이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오랜 기간 구독 사업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고객 관리와 서비스 노하우가 가장 큰 강점"이라며 “이는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닌 만큼 경쟁사가 시장에 들어오더라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LG전자가 경쟁사의 출현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는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대만, 태국 등에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향후 인도 등으로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LG전자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점으로 미뤄볼 때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가전 구독 사업 시작 후 사업 정상화 단계까지 국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LG전자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후발 주자가 이 틈을 파고들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특히 구독 사업 후발 주자가 자리를 잡기 어렵다"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 시키고 신뢰를 쌓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와 비교해 확실하게 우위를 가질 만한 요소가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후발 주자가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가 시장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