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의 대출 한도 축소로 실수요자들의 '대출 오픈런'까지 나타나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일부 조정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여 주택 공급과 청년·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우기로 했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투기성 대출과 고위험 주담대에는 오히려 관리 강도를 높이는 등 대출 공급을 수요별로 차등화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내놓고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목표치를 제시한 지 불과 넉 달 만이다. 금융당국이 목표치를 다시 잡은 것은 최근 주택시장과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당초 예상과 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지난 4~5월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난 데다 주식시장에서도 자금 수요가 확대된 만큼, 기존 목표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지나친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적정 수준의 주담대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용대출은 반드시 필요한 수요가 아니라면 금융회사들이 차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과 청년 주거 지원, 실수요자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는 데 우선 활용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투기적 자금은 더 엄격히 관리하고, 주택공급과 실수요에는 금융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총량 자체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금의 성격에 따라 금융 공급의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핵심적인 대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위원장은 LTV와 DSR 등 주요 관리수단을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투기 목적의 대출에 대한 점검과 회수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세대출 보증과 소득심사 과정의 사각지대 역시 보완하고, 위험도가 높은 주담대를 과도하게 취급하는 금융회사에는 자본 부담 등을 통해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된 대출은 총량 관리 과정에서 보다 유연하게 다루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이주비와 잔금대출처럼 신규 주택 공급에 필요한 자금의 경우 분양과 입주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총량 목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주택 관련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당국이 투기 수요 차단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까지 유지해온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 투기적 자금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흘러드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이 있다며, 이번 조정 역시 투기 수요는 차단하되 실수요자는 선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인 6억원·4억원·2억원 등의 핵심 기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목표 상향에도 중장기적인 가계부채 관리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 역시 그대로다. 신 사무처장은 올해 경상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3%로 조정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까지 안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모든 금융회사가 같은 폭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크게 넘어 페널티를 받은 금융회사나 올해 상반기에 이미 대출을 상당 부분 늘린 곳은 추가 여력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목표치를 조정한 만큼 은행과 인터넷은행, 제2금융권 등이 새로운 관리 방향을 공유하게 되면 금융회사별 한도 소진을 우려한 과도한 대출 축소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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