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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건설은 ‘탄소 중립’…국내 건설사들, 있는 기술도 사장시킨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나, 국내 건설사의 친환경 기술 발전은 여전히 더딘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 대비 기술 개발 속도가 느린 데다, 비용 부담과 기술 대응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장 적용도 더디다. 전문가들은 건설사가 이산화탄소 포집 등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경우,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등 친환경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건설시장에선 유럽연합(EU)을 선두로 각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펴내 저탄소 콘크리트·에너지 효율 설계·현지 사회공헌 등 ESG 역량이 향후 해외 수주 경쟁의 핵심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할 녹색기술과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뒤처져 있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돈 벌기 쉬운' 도시정비사업에만 열을 올릴 뿐 고난도의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탄소 절감을 위한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모듈러 공법은 기존 대비 30% 이상 비싸 일부 현장에서만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이미 유럽에서는 3차원 건설정보모델링(BIM)이 업무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활발히 사용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예컨대 한국에너지공단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등에 반영하기 위해 탄소 절감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에 대한 인증을 시행 중이다. 이를 위해 건설사가 시공법이나 요소기술 등을 개발해 시험성적표 등을 제출하면 심의하는 기술위원회를 상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심사를 신청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개발돼 있는 친환경 시공 기술도 비용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 건설사의 연구개발(R&D) 비용도 타 업계보다 적은 데다,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인력 감소가 주 원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10개 주요 대형 건설사의 매출 대비 R&D 비용은 평균 0.64%로 집계됐다. R&D 비중이 1%를 넘긴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이는 타사보다는 높지만 국내 대기업 평균인 3~4%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술 인력의 고령화도 문제다. 자격 보유자 중 기사 자격 취득자의 20대 비중은 감소했으나 40~50대 이상 중장년층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건설 관련 학과의 입학생 및 재적 학생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로, 특히 핵심 학과인 건축설비공학과와 토목공학과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가 국내 건설사의 친환경 전환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으나, 건설사들의 경기 악화 호소로 정책 시행이 지연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를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올해 6월로 순연한 바 있다. 올해 적용 시에도 최근 건설경기 위축 등을 고려해 5등급 인증 기준보다 다소 낮은 '5등급 수준' 설계로 규제를 완화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친환경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건 결국 비용 문제라 건설사에 경제적 이득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가 제도를 만들 때 경제적으로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시로 콘크리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도 중요하지만, 흡수 재료를 재활용하는 문제도 있다"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활용 시 탄소세와 비슷하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친환경 전환 공헌도가 있는 업체에 보상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획]대통령發 산재 근절 强드라이브…후진국병 사라질까

[기획] 대한민국 산업재해 '제로(0)' 시대로 가는 길 - (1) 계속되는 산업재해에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지속 기업에 대해 면허 취소를 포함한 초강력 제제를 예고했다. 업계는 일선 현장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고를 완전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이번만은 관행처럼 이어져온 산업재해 근절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외 선진국의 산재 대응 모범 사례를 포함해 각 업종별로 산재 근절을 위한 노력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 감독 주체와 근로현장의 안전 의식 격차를 극복해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건설업 면허 취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처벌 조치를 찾아서 보고하라." 경남 거제군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6일 잦은 산재 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내린 긴급 지시다. 휴가 중에, 게다가 건설업체로선 '생명'이나 다름없는 면허 취소까지 언급했다. 13세 소년공 시절 입은 장애로 아직도 팔이 굽어져 있는 '산재 피해자' 출신 이 대통령이 얼마나 산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시급한 국정 과제로 간주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건설업 면허 취소는 동아건설이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책임지면서 1997년 면허가 취소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만약 이번에 포스코이앤씨의 면허가 취소되면 28년만에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토요일 주말에 업무 복귀 후 강조한 첫 지시사항도 '산재 사망 사고 발생 시 직보하라'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 내용과 현재까지 조치한 내용을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7개월 동안 네 건의 사고와 네 명의 사망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산재 사망 사고를 연달아 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 이 대통령의 문제 의식을 더욱 키운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특히 산재는 기업들의 현장 안전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 정책 자료 분석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223명이던 산재 사망자 수는 2023년 2016명으로 소폭 감소해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듯 했지만, 가장 최근 집계연도인 2024년엔 2098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2명(4.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산재 사망자 수가 542명으로 작년 1분기보다 20명(3.8%)이나 늘었다. 산업계 전체적으로 재작년보다 작년에 산재로 인한 피해가 더 커졌고,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실제 통계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최근 산재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근절 대책을 강구하려 하고 있다. 특히 '돈'에 약한 것이 기업들의 생리인 만큼 산재 발생시 강력한 과징금·손해배상액을 물게 해 자발적인 현장 안전·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 기업들이 일선 근로 현장에서 사고 발생을 위해 안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결론적으로는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건설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 부분 존재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또 죄형 법정주의 등 사법제도의 원칙상 특정 기업을 염두해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영업 취소 등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각종 안전 강화 사항을 지시해도 이를 손과 발로 수행하는 사람은 결국 근로자"라며 “더구나 지금과 같이 일선 현장에서 움직이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져 있는데 이 사람들의 머릿 속과 의지까지 본사에서 강제해 움직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6·27 규제 후 아파트 거래 양극화…9억원 이하·30억 초과 계약 늘어나

6·27 대출 규제로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자 아파트 거래가 양극단화되고 있다. 10억~20억원 대 물량의 거래는 줄어든 반면 9억원 이하 중저가나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물량의 거래 비중은 늘어났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이후 지난 10일까지 43일(6월28∼8월10일)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유효 거래량은 총 4646건으로, 이 중 9억원 이하 거래가 49.5%(2052건)였다. 이는 대출 규제 직전 43일(5월16일∼6월27일)간 신고된 1만4528건 가운데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37.7%(5473건)였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11.8%포인트(p) 확대된 것이다. 거래량은 통계의 왜곡을 막기 위해 공히 공공기관이 매입임대사업용으로 매수한 저가의 초소형 아파트와 계약 해제 건을 제외한 뒤 산출, 비교했다. 대출 규제 이후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9억원 이하 비중이 커진 것은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로, LTV를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할 때 6억원의 대출 한도가 줄지 않는 집값의 상한이 9억원 선이다.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서 소득 대비 대출 한도가 감소한 것도 저가 위주의 거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14.7%에서 대출 규제 후에는 22.8%로 8.1%가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대출 규제 전 23.0%에서 규제 후 26.8%로 3.8%p 커졌다.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3일간 34.7%에서 대출 규제 후에는 28.6%로 6%p 가량 비중이 축소됐다. 특히 대출 규제 전 23.0%를 차지했던 15억원 초과∼30억원 이하 비중은 대출 규제 후 15.6%로 7.4%p 감소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이 가격대는 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나 마포·성동구 등 인기지역 중대형 아파트 시세로 일단 이번 대출 규제로 이들 지역의 거래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셈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7월 거래량은 3649건으로 6월(1만9980건) 대비 69.5% 감소했다. 이 가운데 15억∼30억원대 아파트가 많은 성동구는 6월 809건에서 7월 92건으로 88.6%, 마포구는 704건에서 109건으로 84.5% 줄었다. 이에 비해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강북구는 6월 177건에서 7월 80건으로 54% 감소했고, 도봉구는 58%(300건→126건), 노원구는 66.1%(856건→290건)가 줄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반면 30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6%에서 대출 규제 후 6.2%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전보다 절대 거래량은 줄었지만 초고가 아파트 매수가 가능한 현금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70.38㎡는 최근 93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매 약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역주택조합 ‘비리’ 전수 조사…“제도 개선 추진”

내집 마련을 원하는 조합원들을 졸지에 '사기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45년 만에 개편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실태조사와 개선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특별 점검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문제 사례 중재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토지 분쟁의 경우 국가가 직접 개입해 중재하기 어려워 향후 제도 개정 시 사업 시작 전 토지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지역주택조합원 수는 약 26만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사업 표류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토지를 확보한 후 주택을 건설해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일반 아파트보다 10~30% 저렴한 게 장점이다. 문제는 토지 매입 실패, 추가 분담금 요구, 시공사 계약 조건 변경 등 각종 리스크로 인해 성공률이 20% 미만으로 극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618개 조합 중 187개 조합(30.2%)에서 총 293건의 민원과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공유된 상태"라며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장별로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지자체와 함께 조합과 시공사 등의 분쟁 원인을 파악하고 중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태조사 및 특별합동점검은 이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업계는 이르면 9월에서 10월경 대책이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문제는 조합 설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조합비를 먼저 걷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또, '조합'이라는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개발업자·건설사·업무대행사 등이 사업을 주도해 조합원은 사업 구조나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와는 구두 계약이나 양해각서 수준의 협약만 맺고, 건축계획 역시 허가권자와 협의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울러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도산해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경우, 다시 증액 요구가 이어지는 등 사업이 계속 꼬이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분담금은 늘어나 각종 분쟁 및 법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잦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실제로 2017년 법 개정 이후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일부 조합원은 올해 실시계획이 취소될 예정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 지주택 조합 설립 요건 중 하나가 대지 80% 이상의 '사용권'만 확보하면 된다는 점이다. 이는 법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일 뿐, 토지를 실제로 매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토지 소유자가 보상금에 반발하거나 매도를 거부할 경우, 사업 전체가 좌초될 수 있다. 정부도 개별 토지 매매에는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를 실제로 매입한 이후에 조합원을 모집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시공사나 업무대행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업무대행자 등록제 도입과 자격 요건 강화는 물론, 용역업체 및 시공사 선정의 투명성 확보도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허위·과장 광고에 속아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 추진위원회의 법제화와 권한 제한과 더불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토연구원도 최근 지역주택조합 분쟁 해결 방안으로 △분쟁조정위원회 도입 △공공택지 입찰 시 우대 기준 마련 △공사비 증액 적정성 기준 도입 △패널티 부과를 통한 갈등 조정 및 재발 방지 체계 마련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은 구조적으로 매우 위험하며 조합원 돈을 떼먹는 악의적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나서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시세 차익을 획득하려는 개인 투자 성격이 강해 구조적 문제를 감안했을 때 사업 확대를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엄포만 놓는다고 건설현장 산재 안 줄어든다”

이재명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과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 전국 단속과 함께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소집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에 건설업계는 단속 뿐 아니라 적정가 낙찰제를 통한 하도급 구조 고질적 문제 개선과 전면 실태조사를 통한 대책 마련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분위기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산재 근절' 의지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의 면허 정지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경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 하도급을 뿌리 뽑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등 관계기관 및 지자체와 함께 오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50일간 전국 단속도 시행한다. 또, 정부는 국내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의 CEO를 한자리에 소집해 안전 강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간담회 대상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20개 건설사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는 물론, 올해 4건의 사망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 등을 불러놓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와 노동조합 등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개선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처벌 중심의 접근보다는 예방과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불법 하도급의 층층 구조, 반복적인 재하도급 문제 등의 방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고, 그를 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무서워 머리를 잠깐 숙이는 대응은 행정부가 힘을 잃은 뒤에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아프다고 매만 때리는 식의 처벌 중심 접근만으로는 효과가 반쪽에 그칠 수 있다며, 기업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규율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적정 건설단가를 기반으로 인력 배치와 안전 설비 투자가 가능한 구조로 전환을 꼽았다. 공공공사에 적정가 낙찰제가 법제화됐음에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최저가 낙찰 구조가 계속되며 충분한 공사 기간 확보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폭염 등 악조건 속에 무리하게 작업하다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구조적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플랜트건설노조 관계자도 “현상적인 것들만 건드려서는 안 되고, 현장 실태를 면밀히 파악한 뒤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예컨대 석유화학단지나 제철소처럼 50~60년 된 플랜트 현장은 노후 설비에 대한 관리 기준조차 없고, 원청이 임의로 관리하고 있어 중대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양제철소 사망사고도 30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집진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식된 덕트가 절손되면서, 그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중대재해로 이어진 것"이라며 “노후 설비에 대한 전수조사와 이를 관리할 법적 기반인 기계설비법 개정 등 현장 실태 파악과 구조적 현안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불법 하도급에 칼 빼든 국토부·노동부, 의심 현장 집중 단속 나선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현장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합동 단속에 나선다. 국토부와 노동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등 관계기관 및 지자체와 함께 오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50일간 강도 높은 불법하도급 단속을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8일 오전 9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광역자치단체, 공공기관,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기관별 단속 계획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행법상 건설 하도급은 1회만 허용된다. 그러나 다양한 공정이 한 현장에서 이뤄지는 건설업 특성상 한 시공업체가 모든 건설 설비·인력을 갖추기 어려워 불법 재하도급 관행은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원도급자가 발주자 승인 없이 공사를 제3자에게 넘기거나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국토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은 상반기에 전국 1607개 현장을 조사해 167곳에서 불법행위 520건을 적발했다.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이번 단속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의 현장 △임금체불·공사대금 분쟁이 벌어진 현장 △국토부의 조기경보시스템으로 포착된 불법하도급 의심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의심업체 선별은 건설산업정보원 등 40개 기관의 공사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시한다. 특히, 중대재해가 잦거나 체불 이력이 많은 사업장은 불법하도급 단속과 더불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불시 현장 감독도 병행할 예정이다. 감독관들은 사고 위험이 높은 골조, 토목, 미장 공정 등을 중심으로 안전조치 이행 여부와 임금의 전액·직접 지급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단속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기관에 단속 매뉴얼을 배포하고 온라인 교육을 통해 집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단속 참여 기관이 정기적으로 단속 현황을 공유하고 보완하는 협업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선 단속 인력이 부족한 데다 사전 예고 후 방문하는 방식 등으로 인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으며 이 점도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단속이 일회성 점검이나 보여주기식 조치로 그치지 않도록 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불법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해 공정한 건설현장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번 국토부와 노동부의 합동감독은 불법하도급 근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향후에도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원팀이 되어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생숙 용도 변경 요건 완화…복도 폭 1.5m도 오피스텔로

복도폭 1.8m 미만의 생활숙박시설(생숙)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의 신속한 합법사용 지원을 위한 '생숙 복도폭 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8일 배포했다. 이번 규제 완화 주요 골자는 복도폭 1.8m 미만인 중복도 구조의 생숙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기한은 오는 9월 30일까지로, 이 시한을 넘기면 강력한 행정조치가 뒤따른다. 현재 대다수 생숙은 복도폭이 1.5~1.7m 폭으로 지어져 사실상 오피스텔 등으로 변경이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생숙 소유자들 상당수가 용도변경 요구가 높던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보다 수월하게 생숙의 용도 전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문석준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이번 조치로 좁은 복도폭으로 인해 용도를 변경할 수 없었던 생숙 소유자 상당수가 용도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에 약 4만채 이상의 생숙이 용도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못한 미신고 물량으로 남아있는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신고 생숙이 제도권 관리 감독 하에 놓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용도변경 신청 기한은 오는 9월 30일까지다. 다만 국토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절차가 지자체 사전확인부터 용도변경 신청까지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만큼, 9월말 시한까지 용도변경 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자체 사전확인 전후 용도변경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고,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건축주에 대해서는 용도변경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간주할 예정이다. 또 국토부는 '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의 후속 제도개선 조치가 완료된 만큼 9월 말까지 지자체 지원센터 등을 통해 용도변경 신청 등을 하도록 당부하면서, 10월부터는 용도변경 신청이나 숙박업 신고가 안된 생숙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통해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즉 당국이 복도폭 완화 조치를 당근책으로 내놓음과 동시에 10월 이후로는 미신고 된 생숙에 대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시행할 방침인 상황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20대 건설사 CEO ‘긴급 소집’…정부, ‘강력 경고’할 듯

국내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산재 문제 때문에 한자리에 모인다. 주관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오는 14일 오후 4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장관 주재로 '20대 건설사 CEO 안전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간담회 참석 대상은 2025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20개사로 1위 삼성물산부터 KCC건설까지다. 올해 4건의 사망사고를 내 도마 위에 오른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대형 건설사 CEO를 모두 호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건설업 중대 재해 감축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전반적인 안전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수사례로 선정된 삼성물산과 호반건설이 각 사의 안전 시스템과 예방 활동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지난 5월에도 20대 건설사 안전임원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으나, 최근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만큼 CEO를 직접 호출해 무게를 더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한편, 노동부는 8일 기업 안전인식 제고 및 모범사례 공유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경영자총협회, 제조업 업종별 협·단체 관계자 등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이한준 LH 사장, 임기 3개월 남기고 사표 제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사표를 제출했다. 7일 LH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5일 국토교통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장은 윤석열 전 정부 시절인 2022년 11월 취임해 오는 11월 3년의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다만 이 사장은 지난달 9일 회사 내부 게시판에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되는 대로 LH를 위해 저의 거취를 임명권자에게 일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취임하자 사표를 제출한 셈이다. 이 사장은 김문수 전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시절 정책특보 출신으로, 과거 경기도시공사 사장 재임 시 김문수 후보의 재선 캠프를 우회 지원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들어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격화되며 노조가 이 사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절차를 거쳐 이 사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차기 사장을 공모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의를 표명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은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6.27 이후 ‘주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6주만에 확대

6·27 대출 규제 이후 6주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 상승 추세로 전환됐다기 보다는 거래량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풍선 효과, 1급지, 재개발 호재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기 때문에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7일 발표한 2025년 8월 1주차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2%에서 이번 주 0.14%로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도 0.04%에서 0.05%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면 지방은 -0.02%에서 -0.03%로 낙폭이 커졌다. 전국 기준으로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0.01%씩 상승했다. 앞서 6·27 대출 규제 시행 직전인 6월 넷째 주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0.43%까지 오르며 상승폭이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6월 다섯째 주 0.40%를 시작으로 0.29%→0.19%→0.16%→0.12% 등으로 계속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주 들어 6주만에 처음으로 흐름이 반전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은 강북 지역에서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성동구(0.22%→0.33%)와 용산구(0.17%→0.22%), 광진구(0.17%→0.24%)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마포구(0.11%→0.14%)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또, 강남에서는 강남구(0.11%→0.15%)와 양천구(0.17%→0.18%)에서 상승폭이 나타났다. 반면 서초구(0.21%→0.16%)와 송파구(0.41%→0.38%)는 전주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여전히 매수세가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나 학군, 역세권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도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국지 지역에서 상승거래가 일어난 결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시장애 반등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즉, 계속 오름폭이 줄어들다가 0.02% 소폭 상승한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는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성남 분당구(0.25%→0.47%)가 큰 폭으로 올랐고, 과천시(0.29%→0.34%), 안양시 동안구(0.19%→0.26%) 역시 상승폭이 커졌다. 반면 평택시(-0.17%→-0.32%)는 하락폭이 확대됐다. 지방에서는 5대 광역시(-0.04%→-0.03%)의 낙폭이 소폭 줄었고, 세종시(0.04%→0.09%)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8개 도 지역(-0.02%→-0.03%)은 하락폭이 커졌다. 시도별로는 △경기(0.02%) △울산(0.02%) △전북(0.02%) △충북(0.01%) 등은 소폭 상승했고, 경북(0.00%)은 보합이었다. △충남(-0.08%) △대구(-0.07%) △강원(-0.06%) △전남(-0.05%) △제주(-0.03%) △대전(-0.03%) 등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편,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와 동일하게 0.01% 상승했다. 수도권(0.01%→0.02%)은 상승폭이 확대됐고 서울(0.06%→0.05%)은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지방(0.00%→0.00%)은 보합을 유지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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